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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규영 칼럼] '작곡가의 방' 에 오세요

작곡가 끼리 만의 잔치 벗어나 다양한 청중 끌어 안아야

K-Classic News 진규영 작곡가 |

 

 

현대음악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로 소통 강화

 

아창제 15주년을 맞이하면서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작곡가의 방”이라는 행사에 자주 참석한다. 이 프로그램은 아창제-관현악 작품 콩쿠르-에서 입선한 작곡가들을 중심으로 한명씩 초대하여 그의 작품세계에 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심이다. 특히 선정된 작곡가가 미래를 책임질 젊은 작곡가인 경우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한물?간 세대의 작곡가 중 한사람인  나로서는 그동안 궁금했던 새로운 젊은 세대들의 작품세계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행사가 마음에 드는 것은 참석하는 청중들이 작곡가나 작곡지망생들이 중심이면서도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도 많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이론가 평론가 예술 잡지사 기자들도 만날 수 있었고 간혹 호기심으로 작곡가들의 모임에 처음 참석하신다는 음악애호가 분들이나 방송에 관여하시는 분들도 만날 수 있었다. 두 시간 정도의 정규행사가 끝난 뒤, 주최 측이 제공한 뒤풀이 모임! 이 시간이 막걸리 한잔하면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음악 그중에서도 한국의 현대음악에 대한 그들의 생각들을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작품연주회나 발표회 등의 행사들이 작곡을 전공한 회원들만을 위한 행사로 진행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작곡가들은 그 누구나 자신만의 음악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는 동안에 주변의 다른 음악전공자들이나 음악애호가들의 시선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사실은 그들의 시선이나 의견들 속에 새로운 음악을 향한 창작방향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는데...

 

 초등학교 때에 어렴풋이 배웠던 음악의 원리 창작-연주-감상 연결 원칙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좋은 작품쓰기에만 집중하는 동안, 청중 수는 줄게 되고 사회적인 관심도도 더욱 줄어들고 있지 않나... 라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요즈음처럼 사회구조가 급변하는 분위기에 적응이 어려운 듯 하기도하고... 물론, 주최하는 작곡가들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청중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는 노력하고 있겠지만....국내의 대표적인 국제음악제_작곡중심-에 참가해서 심사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주최자의 기획방향이 음악인 그 중에서도 작곡분야만을 향하고 있다, 현재 사회가 기대하는 방향에 대한 관심은 없어 보인다....  등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청중과 소통,  전문가들과의 폭넓은 대화 및 의견수렴

 

 음악은 작곡만이 존재할 수 없다. 작곡된 작품은 창작 작품에 많은 경험과 이해도가 깊은 좋은 연주자를 통해 연주되어야 빛을 발한다. 관심 있는 청중들의 반응들도 들을 수 있어야한다. 사실, 필요한 경우 활동방향의 조정에도 그들과 함께해야 좋을듯하다. 새로운 작품을 위하여 작곡가들끼리의 전문적인 토론, 분석 및  음악회 등은 계속 되어야 하겠지만 직간접적으로 관계있는 예술기획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넒은 대화 및 의견수렴 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서두에서 소개한 가장 작은 규모의 작곡 행사이면서도 대화가 열려있는 “작곡가의 방”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한국 작곡가들의 활동과 작품방향에 관심 있는 분들은 그 누구라도 “작곡가의 방”을 방문해 주시면 좋겠다. 작은 규모이지만  대화의 방은 활짝 열려있는 모임이니까...

 

새해에는 한국 음악계의 미래를 위한 더욱 폭 넓고 자유로운 토론의 장을 중심으로 작곡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음악작품들이 관심 있는 다양한 분야의 청중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위 칼럼은 음악교육신문에 수록된 것을 재수록합니다. 
                                                          
진규영

영남대 명예교수,
세일음악재단이사
통영국제음악재단 부이사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