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Erdos Han 작가| 2001년 9월 11일, 푸른 가을하늘을 가르며 세계무역센터 건물로 돌진하던 비행기의 충격적인 잔상은 인류의 기억 속에 씻을 수 없는 흉터를 남겼다. 그날 이후 세계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단 몇 시간 만에 무너져 내린 거대한 마천루는 단순히 거대한 건축물의 붕괴가 아니었다. 그것은 서구 현대를 떠받치던 ‘안전과 풍요에 대한 신화’가 한순간에 산산조각 난 순간이었다. 9·11 테러 이후 지난 세월 동안 세계는 ‘안보’와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급격하게 재편되었다. 공항의 삼엄한 검색대, 국경의 높은 장벽, 수많은 개인정보 모니터링은 점차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불안은 제도화되었고, 타자에 대한 경계는 타당한 자위권으로 포장되었다. 거대한 정의를 부르짖으며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은 더 큰 폭력과 또 다른 난민, 끊이지 않는 보복의 악순환을 낳았다. 평화를 얻기 위해 시작한 길 위에서 세계는 더 깊은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져들었던 셈이다. 하지만 9·11을 단지 거시적인 정치와 전쟁의 역사로만 기록할 수는 없다. 진짜 유산은 그날의 파편 속에 남겨진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이를 아침 출근길에 떠나
K-Classic News 탁계석 기자 | 가을은 음악을 닮았다. 뜨겁던 계절이 한 걸음 물러나고 바람 끝에 서늘한 음표 하나가 묻어오는 때, 사람의 마음도 문득 노래 한 곡에 오래 머문다. 9월 8일 오후 7시 송파문화예술회관에서 제19회 돌체 열린음악회가 열린다. 돌체클래식이 주최하고 (사)한국예술가곡총연합회가 주관하는 이번 무대의 주제는 ‘송파구민과 함께하는 음악, 그 이상의 감동’이다. 전석 무료 초대로 열려 지역 주민과 예술가가 음악으로 가까워지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우리 시에 선율을 입히다 이번 음악회에서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우리말과 우리 시가 노래가 되어 무대에 오른다는 점이다. ‘가을의 기도’, ‘아름다운 나라’, ‘살짜기 옵서예’, ‘그리운 금강산’, ‘마음꽃 향기는’ 등 우리 정서가 깃든 가곡들이 가을밤을 수놓는다. 특히 서강석 송파구청장이 직접 쓴 시에 선율을 입힌 정영택 작곡의 ‘태극기’와 장동인 작곡의 ‘하나되어 나아가는 문화의 힘’도 만날 수 있어 지역과 예술이 만나는 의미를 더한다. 시는 종이 위에 머물 때 언어이지만, 선율을 만나면 사람의 가슴으로 걸어 들어간다. 가곡은 어쩌면 문학과 음악이 서로에게 내어준 가장 아
K-Classic News 캡틴 강상보 | 우리는 오랫동안 돈을 버는 방법을 배워왔다. 더 많이 벌고, 더 오래 모으고, 더 높은 수익을 만들고,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고 배웠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를 더 묻고 싶다. 그 돈은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될 것인가. ────────────────── 돈은 스스로 방향을 선택하지 못한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키울 수도 있고, 누군가의 욕망을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다. 돈은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세상을 만들어낸다. 결국 돈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인간이다. ────────────────── AI 이후에는 이 질문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AI와 자동화는 한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만들고, 더 많은 일을 해내며, 더 큰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확장할 것이다. 그러나 돈이 많아졌다는 것과 삶이 더 의미 있어졌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돈을 벌었다면 그다음에는 돈에게 임무를 줘야 한다. ────────────────── 얼마 전 한 중학생의 꿈을 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줄 만큼 부유해지고 싶다.” 나는 이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 아이에게 부자가 된
K-Classic News Erdos Han 작가 | 워싱턴의 백악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그곳은 한 나라의 권력이 머무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세계의 수많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상징이다. 백악관에서 내려지는 하나의 결정은 국경을 넘어 세계 경제를 흔들고, 어떤 때는 전쟁과 평화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날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의 크기를 논하는 일보다, 그 권력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를 묻는 일인지 모른다. 인류는 오랫동안 강해지기 위해 경쟁해 왔다. 더 큰 영토를 얻기 위해 싸웠고, 더 많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국경을 넓혔다. 과학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도 경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군사력과 경제력, 반도체와 인공지능, 우주와 정보기술을 둘러싼 새로운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강대국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더 강한 힘을 준비하고, 작은 나라들은 그 사이에서 자신의 생존과 미래를 고민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류는 강해지기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강해지는가. 강함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 국가가 강한 경제를 만들고, 국민을 지키기 위한 안보 능력을 갖추며, 과학
K-Classic News Erdos Han 작가| 지하철을 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자리가 있다. 객차 한쪽 끝에 마련된 노인석이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지켜온 ‘어르신에 대한 배려’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 지하철 노인석은 단순히 한 세대를 위한 좌석을 넘어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의 생각이 교차하고, 때로는 충돌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노인석을 어떻게 생각할까 많은 젊은이는 노인석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몸이 불편하고 오랜 시간 서 있기 어려운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노인석’이라는 이름이 때로는 서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회적 경계가 된다는 데 있다. 젊은 사람도 피곤하다. 밤새 일한 직장인도 있고, 무거운 가방을 든 학생도 있으며, 보이지 않는 질병이나 통증을 가진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젊다는 이유만으로 “왜 노인석에 앉았느냐”는 시선을 받기도 한다. 어떤 젊은이는 비어 있는 노인석 앞에서 서서 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한다. 자리에 앉는 순간 자신을 설명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부담 때문이다. 반대로 어르신들 역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노인석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무
K-Classic News 이강호 라벨라 오페라단 예술감독| 한국에는 공연장이 많다. 축제도 많다. 매년 수많은 공연이 만들어지고 적지 않은 공공예산이 문화예술에 투입된다. 청년예술가를 위한 지원사업도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많은 공연을 하고 이렇게 많은 지원사업을 시행하는데도 예술가들은 매년 다시 지원서를 쓰고, 민간예술단체들은 다시 제작비를 구하러 다니며, 공연장은 또다시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한다. 작품 하나를 어렵게 만들어도 공연이 끝나면 출연진과 제작진은 흩어진다.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든 무대와 의상은 창고에 들어가거나 폐기되고, 어렵게 쌓은 제작 시스템도 다음 공연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리고 해가 바뀌면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다. 왜 우리는 수십 년 동안 공연을 만들면서도 매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나는 이것이 오늘날 한국 공연예술이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넘쳐나는 축제와 공공기관 과열 경쟁, 그러나 레퍼토리는 없다 음악제, 오페라축제, 예술제, 청년예술축제, 지역문화축제…. 물론 축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문화도시에는 세계적인 축제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
K-Classic News 김은정 국장| GS.Tak “우리 역사를 노래하는 K-합창, 세계 명곡 시대를 열겠다” 합창으로 역사를 기억하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잇다 K-Classic이 ‘애국 합창의 힘’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창작 합창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 역사와 향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고, 전문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을 연결해 창작과 연주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브랜드와 로고를 기획한 문화 아키텍트 GS.Tak에게 발족 취지와 추진 방향을 들었다. 김은정 국장: ‘애국 합창의 힘’ 네트워크를 발족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입니까? GS.Tak: 우리에게는 깊은 역사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라를 지킨 인물들의 헌신, 지역마다 이어져 온 삶의 기억, 고난을 이겨낸 국민의 정신은 모두 훌륭한 합창의 소재입니다. 이제 이러한 이야기가 더 많은 창작 합창곡으로 태어나 국민에게 불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는 뛰어난 작곡가와 지휘자, 훌륭한 합창단이 있습니다. 이들의 역량을 우리 서사와 연결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국 합창의 힘’은 하나의 공연을 위한 이름이 아니라, 창작과 연주, 시민 참여를 지속적으로
K-Classic News AI 리포트 | '애국합창'의 로고와 브랜드를 제작한 GS, Tak 아키텍트는 우리 합창이 깊은 역사와 무한한 서사를 지닌 민족의 위상에 걸맞게, 더 풍성한 창작 합창곡으로 전파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록 합창이라는 양식은 서양에서 시작되었으나, 오늘날 한국의 음악적 창작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으며 우리에게는 세계를 울릴 고유한 역사적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다. 현재 국내에는 60개가 넘는 공공 합창단이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창작 합창에 지속적인 관심과 집중을 기울이는 단체는 매우 드물다. 공공 합창단이 지닌 제도적 한계와 제약을 내부에서부터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민간 합창단을 중심으로 뛰어난 기량의 단체들이 활발히 연주할 수 있도록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역발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더 많은 연주와 발표를 통해 우리 합창이 지역의 향토성, 역사적 스토리, 그리고 시대 정신을 담아내는 거점이 되어야 한다. K-Classic이 추진 중인 '역사 영웅들의 대행진'을 비롯해 3·1절, 광복절(8·15), 한글날, 6·25, 현충일 등 국가적 기념일의 의미를 살리는 합창 레퍼토리
K-Classic News 캡틴 강상보 | 검은 바탕 위에 붉은 글씨로 ‘1030 젊별’을 새겼다. 그리고 그 아래 한 문장을 놓았다. ‘의미를 향한 항해.’ 왜 검정일까. 나에게 검정은 어둠이 아니라 마음이다. 마음은 눈으로 볼 수 없다. 얼마나 깊은지,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쉽게 알 수 없다. 생생한 꿈도, 두려움도, 사랑도, 아직 말하지 못한 질문도 그곳에 있다. 그래서 의미를 향한 항해는 먼 세상으로 떠나는 항해만을 뜻하지 않는다. 먼저 자기 마음 안으로 들어가는 항해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 AI 이후,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가능성을 만나게 될 것이다. AI는 수많은 길을 보여주고, 답을 제시하며,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까지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길이 많아질수록 인간은 오히려 자기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방향은 가능성의 숫자가 아니라, 무엇을 의미 있다고 선택하는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 그래서 마음을 상징하는 검정 위에 ‘1030 젊별’을 붉게 새겼다. 빨강은 살아 있다는 신호다. 생생한 꿈이며, 자신의 방향을 선
K-Classic News 캡틴 강상보 | 광화문광장에는 세종대왕의 동상이 있다. 수많은 사람이 그 앞을 지나고, 우리는 교과서에서 세종을 배운다. 그러나 이제 질문해야 한다. 세종은 과거의 왕으로만 남아 있어야 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종이 남긴 유산은 동상이나 역사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백성이 자신의 뜻을 쉽게 펴지 못하는 현실을 바라보고,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던 그 인간을 향한 마음에 있다. ────────────────── AI 이후 이 정신은 다시 중요해진다. AI는 언어의 장벽을 낮추고,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연결한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식은 무엇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가.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어떻게 세상과 나눌 것인가. 수백 년 전 세종이 품었던 문제의식과 AI 이후 우리가 마주한 질문은 어쩌면 여기에서 다시 만난다. ────────────────── 그리고 지금 세종의 마음을 오늘의 음악으로 다시 만나는 시도도 있다. 「세종의 마음, 소헌왕후의 사랑」. 탁계석이 작사하고, 도마가 작곡한 노래다. 역사 속에 있던 세종의 마음과 소헌왕후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