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해방 이후 한국 성악은 눈부신 국제적 성과를 거두었다.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연광철 등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활약한 성악가들의 존재는 ‘한국 성악의 기량’이 세계적 수준임을 분명히 입증한다. 그러나 개인의 화려한 성취와 달리 국내 성악 생태계 전체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오페라하우스의 미비한 운영, 교수직 중심의 생존 구조, 반복되는 소수 서양 레퍼토리 등으로 인해 성악계는 새로운 확장 없이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기량은 최고지만, 정작 ‘우리의 노래’가 없다 한국 성악은 소리와 기술력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관객을 설득할 ‘한국적 콘텐츠’가 빈약하다. 오랜 기간 라보엠·라 트라비아타·토스카 등 20개 내외의 서양 레퍼토리만 반복한 결과, 성악계는 매너리즘에 빠졌고 관객 세대는 뮤지컬·페스티벌·영상 기반 공연 같은 새로운 양식으로 이동했다. 이제 성악의 핵심 질문은 명확하다. “무엇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기술의 시대를 넘어, 콘텐츠와 정체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해외에서 먼저 부는 K-가곡의 바람 최근 KBS <K-가곡 슈퍼스타> 무대에서 외국인 성악가들이 완벽한 한국어 발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피아노 강국의 역사와 새로운 전환점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가 인정하는 ‘피아노 강국’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한 집 건너 들리던 피아노 소리, 줄을 서서 피아노를 구입하던 시절의 열풍은 단순한 교육 붐을 넘어 한국 음악사의 저력을 형성한 기반이었다. 그 결과, 한국 피아니스트들은 쇼팽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99%에 가까운 수상 성적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기량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시장의 실제 지배력, 그리고 문화적 영향력의 확장은 여전히 새로운 단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 중심의 경쟁 시대에서 콘텐츠 중심의 생태계 시대로 옮겨가는 시점에, 피아노계도 큰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의 시대'에서 ‘내용의 시대’로 AI의 도약은 모든 산업을 재구성하고 있다. 음악 역시 예외가 아니다.더 이상 ‘어떻게 잘 치는가’만으로는 미래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 앞으로의 승부는 무엇을 치는가, 어떤 내적 세계를 담는가에 달려 있다. K-Classic 조직위원회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전국 14개 지역에서 개최했던 K-클래식 피아노 투어는 이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해방 이후 우리 음악 예술은 일취월장, 놀라운 성장과 성취를 이루어왔다. 그중에서도 성악은 가장 눈부신 국제적 성과를 이룩한 분야다.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최현수, 연광철을 비롯해 많은 성악가들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비엔나 슈타츠오퍼, 미국, 독일 주요 오페라극장 등 세계 정상의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국 성악의 기량이 세계적 수준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그러나 눈부신 개인의 성취와 달리, 한국 성악 생태계 전체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국내 오페라하우스는 아직 본격적 운영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고, 성악가의 생존 구조는 교수직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성악계는 “공연 시장의 확장”이 아닌 “직업 안정성의 극한 경쟁” 속에서 정체되어 버렸다. 이제 한국 성악은 기술·기량의 시대를 넘어 콘텐츠와 레퍼토리 중심의 시대로 이동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성악의 연주 기술력보다“무엇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반복된 서양 레퍼토리의 한계, 콘텐츠 전환의 필요성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오페라는 약 20개 미만의 서양 인기 레퍼토리만을 반복해 왔다. 라보엠, 라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마인드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태도나 마음가짐 정도로 이해하지만, 실은 그 이상의 깊이를 가진다. 마인드는 한 사람이 가진 ‘이해의 폭과 깊이’ 전체이며, 그 사람이 세상을 해석하고 행동하는 ‘길’이다. 좋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잘 다져진 포장도로를 걷는다. 반면 마인드가 약한 사람은 울퉁불퉁한 흙길을 넘나든다. 결국 마인드는 인생의 길 그 자체이며, 길이 좋을수록 삶의 속도와 방향성이 달라진다. 마인드가 일의 성패를 결정한다 어떤 일을 맡길 때 우리는 능력보다 먼저, 그 사람이 어떤 마인드를 지녔는가를 살핀다. 이해력이 높은 사람은 설명이 적어도 스스로 길을 찾아간다. 반대로 마인드가 닫혀 있으면 같은 말을 반복해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말했다.“문화는 전략을 아침식사로 먹어 치운다.”여기에서 ‘문화’는 곧 마인드다. 조직이나 프로젝트가 어떤 마인드를 공유하느냐가 전략보다 강력하다는 뜻이다. 오픈 마인드는 길을 여는 힘이다. 열린 사람과 일하면 속도가 붙는다. 추진력, 확실성, 실행력 모두가 마인드의 결과다. 마인드를 테스트하는 이유는 사람을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길의 상태’를 확인하는
K-Classic News 이백화 기자 | (photo: 송인호) 탁계석 K클래식, 한국예술비평가 회장 회장님, 요즘 ‘가곡 세대 단절’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정말 그만큼 심각한 상황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 가곡은 위태로운 경계에 서 있습니다. 가곡을 알고 부르던 세대가 점점 사라지고, 다음 세대에게는 거의 전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중·고 교과서에서 가곡이 빠지고, 음악 수업조차 형식화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기쁨, 감정을 표현하는 경험을 잃어버렸어요. 가창은 인간의 기본 감정 표현이자 학습권입니다. 그런데 그 권리가 박탈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가곡 단절의 첫 신호’입니다. “가곡은 한글의 혼으로 빚어진 정서의 예술입니다” 회장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말씀이 “가곡은 한글의 혼이 담긴 예술”이라는 부분인데요, 조금 더 풀어주신다면요? 가곡은 우리의 모국어, 한글로 만들어진 예술입니다. ‘그리운 금강산’, ‘가고파’, ‘보리밭’ 같은 곡들이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우리 삶의 정서, 역사, 추억을 품고 있지요. 해방 이후 한국인의 감정선과 함께 성장해온 음악입니다. 가곡은 외국의 아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나를 넘어 사회로 , 재능의 사회 환원 ‘K클래식 사회공헌 베스트 동호인 성악가’ 1차 선정은 단순한 음악 행사가 아니다.이것은 나를 위한 욕망의 충족을 넘어,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이다.그동안 무대에서 갈고 닦은 예술성과 삶의 깊이를 이제는 사회와 나누자는 취지다. 노래가 단순한 취미나 자기만족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감화력을 지닌 예술로 승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선정을 통해 동호인 성악가들이 가진 경험과 경력, 그리고 인생의 울림을 사회적 메시지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예술의 본질이 감동이라면, 그 감동을 나누는 것 또한 예술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예술은 물질을 초월한 감화의 힘 노래 예술은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파동을 전한다. 괴테는 “예술은 보이는 것 너머의 것을 보게 한다”고 했고, 톨스토이는 “예술이란 인간이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행위”라 정의했다. 또한 문예비평가 수전 손태그는 “예술은 인간의 의식을 흔들어 깨우는 도전”이라 했다.이처럼 예술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다. 어느 노숙인이 교회 합창단의 공연을 우연히 듣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강남구 선정릉 근처 '하다 아트홀'에서 희수 연주회 테너 박준영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군인의 길에서, 경찰관으로, 그리고 암 투병 중이면서도 무대 위의 동호인 성악가로 오기까지, 그의 인생을 관통한 한 줄의 선율은 ‘노래’였다. “중학교 때 송창식 씨가 부르는 〈산들바람〉을 들었습니다. 그분은 3학년, 저는 2학년, 그리고 누나가 네 분 있었는데 다들 교회를 다니며 찬송가와 아리아를 불렀어요. 자연히 따라 부르다 보니 노래가 제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소년 시절의 순수한 감동이 여전히 묻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엔 메조소프라노 김청자 선생의 독일 유학 귀국 독창회를 직접 관람하며 성악의 세계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군인의 길에서 동호인 성악가로 박준영은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으나 병으로 인해 졸업은 하지 못했다. 이후 경찰청 치안본부 외사과에서 근무하며 국제선 탑승 보안관 등의 임무를 맡았다. “그 시절엔 노래보다는 국가와 조직이 먼저였죠.” 1998년 퇴직 후에는 조경과 용역, 경비업, 행사, 소독업 등 다양한 일을 했다. 하지만 2016년, 우연히 참여한 합창단 활동이 그의 인생을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물질을 넘어, 감동으로 나누는 시대 흔히들 기부라고 하면 돈이나 물질을 떠올린다.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눈에 보이는 것만을 ‘기부’라고 생각하며, 그 내면의 가치나 감화의 힘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구 선생이 “나는 우리나라가 문화로 세계를 감동시키는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고 한 뜻을 새기자면, 이제 기부의 형태 또한 물질에서 정신으로, 눈에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감동으로 전환될 때다. 예술이 주는 울림은 단 한 끼의 식사나 지원금보다 오래 남고, 때론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낸다. 한 번의 공연이 누군가의 닫힌 마음을 열고, 한 곡의 노래가 인생의 의미를 바꿔놓는 일이 현실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술 첫 경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예술 감상은 ‘경험제’다.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 공연장을 한 번도 찾아보지 못한 청소년이나 문화 소외계층에게 “음악이 주는 감동”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첫 경험의 순간, 즉 예술의 문을 여는 입문(入門)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일이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말했다. “예술은 우리가 세계를 새롭게 보게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바야흐로 하프시코드 바람이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그 근원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바람은 언제나 소식을 전한다. 꽃씨를 나르고, 먼 산골의 숨은 이야기나 바다 건너의 소문을 실어 온다. 지금 한국 음악계에도 그런 바람이 분다. 바로 하프시코드의 바람이다. 바로크 시대 유럽 궁정의 애호를 받던 악기가 오늘,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새로운 숨결로 초대되었다. 그것은 단지 악기의 전시가 아니라, 시대와 예술의 시간 여행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바로크 음악의 섬세한 변주와 장르적 확장, 그리고 그 속에 깃든 정신의 미학이 한 자리에서 펼쳐진다. 여기에 예술 인문학자 황순학 교수의 해설이 더해져, 하프시코드의 탄생 배경과 미학적 의미를 인문학적 울림으로 전한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 이 시점에 하프시코드가 서울의 역사 공간에 등장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과거의 상처를 예술로 치유하고,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상징적 사건이다. 송은주 한국하프시코드협회 회장은 바로 이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활동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 하프시코드의 현대적 부활과 한국적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K-피아노 길 닦기, 그 꾸준한 열정과 땀의 헌신 길을 내고 닦는 것은 그 길을 혼자 가기 위해서 만드는 경우는 없다.누군가가 뒤따라 걸을 수 있도록,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닦는 것이다. 그 길 위에는 언제나 땀과 헌신, 그리고 봉사가 깔려 있다. 이혜경 피아니스트의 20년, ‘Piano On’의 발자취는 바로 그런 길 내기의 역사다. 이혜경 교수는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도, 예술가로서의 사명감으로 ‘피아노 온’을 통해 모두가 피아노 위에서 노래하고, 피아노를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왔다. ‘Piano On’이라는 이름 속에는 “피아노 위에(On the Piano)”이자 “피아노를 켠다(Turn On the Piano)”라는 이중의 의미가 공존한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예술적 연대와 교육, 창작의 공유 플랫폼으로 기능해 왔다. 수많은 작곡가, 연주자, 청년 피아니스트들이 이 길 위에서 자신의 색을 더했고, 그 과정은 곧 한국 피아노 예술의 자생력 실험장이었다. 바로크의 고전성과 현대 피아노 예술의 감각을 한 무대에 20주년을 맞아, Piano On은 새로운 ‘4현(絃)의 색깔’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