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탁계석 칼럼 ]광화문, 세종의 뜻을 세종의 문자로 —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 문명의 재배치 —

K클래식 2023 여민락 공연 이어 6월 전주에서도 재공연

[탁계석 칼럼 ]광화문, 세종의 뜻을 세종의 문자로 —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 문명의 재배치 —

K-Classic News 탁계석(K-Classic 회장· 예술비평가) 2026년은 세 개의 시간이 한 점에서 만나는 해다. 한글 반포 580돌, 한글날 제정 100돌, 그리고 ‘광화문’ 명명 600돌. 이 세 시간의 축이 겹치는 지점에서 우리는 묻는다. 대한민국의 얼굴인 광화문은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을 온전히 상징하고 있는가. 3·1절 107돌을 맞은 3월 1일, 경복궁 정문 광화문 광월대 앞에서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 설치를 환영하는 범국민 출범식이 열렸다. 이는 단순한 서체 교체 운동이 아니다. 공간의 상징체계를 다시 세우는 문명적 질문이다. 이름과 문자의 만남 세종대왕이 1426년 ‘광화문(光化門)’이라 이름 붙였을 때, 그 이름에는 통치 철학이 담겨 있었다. ‘밝은 덕으로 세상을 교화한다’는 뜻. 이름은 국가 이념이었다. 그리고 20년 뒤, 세종은 훈민정음을 반포했다. 뜻을 세우는 이름과, 뜻을 백성에게 전하는 문자. 이름이 방향이라면, 문자는 확산의 도구였다. 그래서 오늘날 광화문은 단순한 궁궐의 정문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정문이며,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류 문화의 관문이다. 그렇다면 그 문에 걸린 현판은 과연 오늘의 주권 국가를 상징하고 있는가.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은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뜻과 문자의 역사적 합일을 복원하는 일이다. 세종의 뜻을 세종의 문자로 새기는 작업이다. 한글은 문자 이상의 인프라다 한글은 단순한 표기 체계가 아니다. 근대 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화·산업화·대중교육을 가능하게 한 사회적 인프라다. 1926년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가 한글날을 제정했을 때, 그것은 문자 기념일이 아니라 문화 독립 선언이었다. 광복 이후 한글 교과서, 한글 공문서, 한글 행정 체계는 국가 재건의 동력이 되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K-팝과 K-콘텐츠의 확산 역시 한글이라는 자주적 문자 기반 위에서 가능했다. 광화문 한글 현판은 이 역사적 흐름의 상징적 완결점이 될 수 있다. 문자 정책이 아니라 문화 정책이며, 정체성 정치의 문제다. 사대의식과 자주정신의 갈림길 역사는 늘 상징을 둘러싼 논쟁을 낳는다. 한글 현판 설치 역시 단순한 감성의 문제가 아니다. 사대적 문화 습속을 넘어 자주 문화 국가로 서겠다는 선언이자, 식민 잔재와 문화 종속의 기억을 넘어서는 작업이다. 광화문은 조선 왕조의 정문이었고, 오늘날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얼굴은 시대의 정신을 드러낸다. 한글이 세계 속에서 당당히 쓰이는 오늘, 대한민국의 정문에 한글이 없다는 사실은 상징적 공백을 남긴다. 광화문, 동방의 K 르네상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중심이 피렌체였다면, 한글 문명의 중심은 광화문이다. 피렌체가 인간 중심 사유와 예술의 부흥을 이끌었다면, 광화문은 백성 중심 정치와 과학 창조의 상징이다. 세종은 훈민정음뿐 아니라 측우기·앙부일구·혼천의 같은 과학 기구를 통해 백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 했다. 이는 단순한 군주가 아니라 문명 설계자였다. 오늘 우리는 K-르네상스를 말한다. K-콘텐츠, K-기술, K-컬처가 세계를 향해 확장되는 시대다. 그 중심 광장에 세종의 문자를 다시 세우는 일은 미래로 향하는 선언이 된다. 한글문화 독립의 의미 3·1절에 발표된 ‘한글문화 독립 선언’은 단순한 행사 구호가 아니다. 국운 상승의 바탕으로서 한글을 재인식하고, 광화문 현판을 통해 그 상징을 가시화하자는 제안이다. 광화문 600년과 훈민정음 580년의 역사적 접점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전통을 박물관에 둘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공간에 살아 숨 쉬게 할 것인가. 때문에 광화문에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을 다는 일은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다. 세종의 정신을 오늘의 대한민국 정체성 속에 재배치하는 작업이다. 세종은 백성을 위해 글을 만들었다. 오늘 우리는 그 글로 세계와 소통한다. 광화문은 문이다. 문은 열려야 한다. 세종의 뜻을 세종의 문자로. 그 문이 열릴 때,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문명의 중심에서 나르샤 할 것이다. 2023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여민락 공연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 범국민 출범식

광화문 선언에 K-Classic 음악의 힘 보탤 것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 범국민 출범식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세종의 뜻, 세계 문명으로 나르샤 — 오늘 우리는 광화문 앞에 섰다. 한글 반포 580돌, 한글날 제정 100돌, 광화문 명명 600돌을 맞는 역사적 해에 우리는 단순한 기념을 넘어 문명의 재출발을 선언한다. 광화문은 조선의 정문이었고,오늘은 대한민국의 얼굴이며, 세계로 향한 문화의 관문이다. 그 문에 세종의 뜻을, 세종의 문자로 새기는 일은 과거를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K-Classic은 이미 역사를 노래하고 있다. K-Classic은 말이 아니라,음악으로 역사를 증언해 왔다. 〈칸타타 훈민정음〉을 통해 세종대왕의 애민정신과 문자 창제의 위대한 결단을 노래하였고, 2023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여민락〉을 울려 백성과 더불어 즐긴다는 정신을 오늘의 광장에 되살렸다. 그리고 2026년 6월, 전주문화재단 주최로 전주 경기전에서 〈여민락 사계〉가 무대에 오른다. 세종의 시간을 사계절의 흐름으로 풀어내며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새로운 르네상스의 서막을 연다. 한글은 문자의 사건이 아니라 문명의 사건이다 훈민정음은 단지 글자의 창제가 아니다. 백성이 읽고, 배우고, 참여하는 정치적·문화적 혁명이었다. 한글은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었고, 산업화와 교육의 인프라가 되었으며, 오늘날 K-콘텐츠의 확장 기반이 되었다. 광화문에 훈민정음체 현판을 다는 일은 서체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 서사의 재배치다. K-르네상스의 출발점 탁계석 K-Classic 회장은 "올 한 해 전국과 해외 작곡가 네트워크를 활짝 열어 이 역사적인 해를 또 하나의 K-르네상스 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전국의 향토 서사, 지역의 역사와 설화, 한글의 정신을 음악으로 재탄생시켜 대한민국 문화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다. 이는 특정 장르의 운동이 아니라 국운 상승의 문화 전략이다. 한글, 평화, 그리고 AI 이후 의미 문명 오늘 우리는 한글 관련 모든 단체와 연대하여 세종대왕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한글이 인류 문명사에 기여하는 홍익정신을 확장하고자 한다. AI 이후의 시대, 기술을 넘어 인간의 존재 의미를 묻는 시대에 캡틴 강상보가 창안한 ‘의미 문명’의 화두는 문화와 예술이 중심이 되는 문명 전환을 요구한다. K-Classic은 젊은 세대가 문명의 청사진을 그리는 무대가 될 것이다. 한글은 데이터가 아니라 가치이며, 정보가 아니라 방향이다. 우리의 다짐 우리는 선언한다. 광화문에 세종의 문자를 새기는 일은 대한민국의 자존을 세우는 일이며, 세계 문명과 소통하는 새로운 출발이다. K-Classic은 음악으로 이 역사를 노래하고 공연으로 이 선언을 증언하며 지구촌 평화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세종의 뜻을 세종의 문자로. 광화문에서 시작된 빛이 세계로 나르샤 하기를 2026년 광화문에서 2023 청와대 분수대 뜨락 무대에 오른 여민락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창단 40주년 기념, 제35회 현대음악축제 '유혹, 마흔 번째 악장 – 전자 음악과 함께'

2026년 3월 24일(화) 오후 7시30분 |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창단 40주년 기념, 제35회 현대음악축제 '유혹, 마흔 번째 악장 – 전자 음악과 함께'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1986년 창단된 한국페스티발앙상블(Korea Festival Ensemble)은 지난 40년 동안 국내외 현대음악의 지속적인 연주와 위촉, 창의적인 기획을 이어왔다. 박은희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예술적 실험과 사회적 의미를 아우르는 무대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대표 프로젝트인 현대음악축제는 1989년 제1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35회째 이어지고 있다. 매년 독창적인 주제 아래 한국 및 세계 현대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왔다. 올해는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전자 음악과 함께'라는 주제를 내세워 사운드 스펙트럼과 예술의 확장성을 무대 위에 펼친다. 20세기 중반 이후 컴퓨터와 전자기기가 음악 창작의 주요 도구로 자리하면서, 현대음악은 인간의 연주를 넘어 시공간적, 음향적 실험의 장으로 확장했다. 이번 축제는 그 흐름 속에서 작곡가들이 전자음향과 실연을 결합시켜 새롭게 창조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전자음향·조명·영상이 함께 어우러진 멀티미디어((Multimedia) 공연이다. 전자음악 총괄인 임종우는 연주와 전자음향의 실시간 확산(music diffusion), 컴퓨터 음악 디자인을 담당하며, 각 작품의 음향적 특성을 극대화하는 음악적 디렉션을 맡는다. '노아노아(NoaNoa for flute and electronics, 1992)'는 핀란드 출신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Kaija Saariaho,1952–2023)의 대표적인 전자음악 작품이다. 플루트 독주 소리에 전자 변조를 결합해 내면의 공간 울림을 탐색한다. 제목 'NoaNoa'는 폴 고갱의 회고록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향한 예술적 ‘유혹’을 상징한다. 플루티스트 이인, 전자음향(Electronics)이 가세한다. 작곡가 이정혜(1964 ~ )의 최신작 '시간 공명(Chronoresonance for piano and electronics, 2024)'은 피아노의 어쿠스틱 사운드와 전자음향의 공간적 확산이 결합되었다. 관객들을 사건과 기억이 겹쳐지는 듯한 음향의 층위 속으로 이끌고 간다. 피아니스트 이민정과 함께하는 전자음향(Electronics) 연주도 선보인다. 작곡가 최지연(1969 ~ )의 '오리엔트(Orient for flute, cello, piano and electronics, 2010)'는 동양 선율어법과 서양 현대음악 기법이 결합된 작품이다. 인간의 내면과 자연의 이미지를 전자음향과 영상으로 확장시킨다. 3중주 편성에 전자음향과 영상이 교차하며 무대 전체가 하나의 사운드?비주얼 작품으로 변모한다. 연주는 이인(플루트), 이길재(첼로), 임재한(피아노)와 전자음향, 비디오가 함께 한다. 러시아 작곡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Sofia Gubaidulina, 1931-2025)의 현악4중주(String Quartet No. 4, 1993)는 인간 존재의 내적 고뇌와 영적 구원을 탐구한다. 전자음향 대신, 조명과 현악의 대비를 통해 ‘빛과 어둠’의 형이상학적 긴장을 고조시킨다. 윤염광, 이상효(바이올린), 박성희(비올라), 김경란(첼로)에 조명(Lighting)이 참여한다.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조들로브스키(Pierre Jodlowski, 1929 ~ )의 대표작 '인&아웃(In & Out for violin, cello, video and electronics, 2004)'은 실연과 영상, 전자음향이 긴밀히 연결된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다. ‘내면과 외부(In & Out)’의 세계를 주제로 인간 정체성과 소통의 문제를 시청각적으로 구현한다. 정유진(바이올린), 이길재(첼로)와 전자음향(Electronics)과 비디오(Video)가 함께 한다. 스펙트럴 음악(Spectral Music)의 거장 트리스탄 뮈라이(Tristan Murail, 1947 ~ )의 작품 '겨울의 파편(Winter Fragments pour 5 instruments et son de synthèse, 2000)'은 겨울의 빛과 공기의 미묘한 변화가 전자합성과 실연을 통해 섬세하게 묘사된다.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그리고 미디 신스가 서로의 음색을 스펙트럼처럼 섞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소리의 변화를 탐구한다. 이주희(플루트) , 이창희(클라리넷), 정유진(바이올린), 김경란(첼로), 이민정(피아노), 임재한(midikeyboard)과 전자음향(Electronics), 비디오(Video)가 함께 한다. 공연문의는 한국페스티발앙상블(02-501-8477)로 하면 된다.

석연경 시인, 프랑스에서 『황금 성전의 숲』을 열다 — 프랑스 불어 시집 『La forêt du temple d’or』 출간

석연경 시인, 프랑스에서 『황금 성전의 숲』을 열다 — 프랑스 불어 시집 『La forêt du temple d’or』 출간

K-Classic News 탁계석 비평가 회장 | 이번 프랑스 출간, 책 제목은 무엇입니까? 이번에 프랑스에서 출간된 시집의 제목은 『La forêt du temple d’or』입니다. 한국어로는 『황금 성전의 숲』 또는 『황금 사원의 숲』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프랑스어 원제에서 temple은 특정 종교를 한정하는 의미라기보다, 신성한 공간, 즉 마음과 사유가 머무는 장소를 뜻합니다. 이 단어는 물리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가시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 언어와 침묵, 존재의 사유가 교차하는 정신적 공간입니다. ‘숲’은 개별 시편들이 모여 형성하는 유기적 세계를 상징합니다. 서로 다른 기억과 시간, 생과 소멸의 사유가 겹겹이 자라나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이 제목은 종교적 건축물을 넘어 존재의 성스러움과 빛과 침묵이 공존하는 언어의 공간을 상징합니다. 어떻게 선정·출간되었습니까 프랑스 문인이자 문학 연구자인 장-피에르 폴라크가 제 시를 접한 뒤 번역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번 출간은 양국 문학적 교류의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선정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연과 사찰, 침묵과 존재론적 질문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제 시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으로 두지 않고 존재를 성찰하는 구조적 장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결을 지닌다고 평가받았습니다. 둘째,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지역적 특수성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감수성으로 확장된다는 점입니다. 자연과 사찰이라는 장소성은 생과 소멸, 시간과 순환이라는 인간 보편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셋째, 프랑스 독자가 낯선 문화적 배경 속에서도 시적 긴장과 상징의 흐름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이미지와 리듬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공감을 형성한다는 점에 공감해 주셨습니다. 번역자는 제 시가 하나의 ‘황금 성전의 숲’과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체가 하나의 사유와 이미지의 숲을 이루었고 하셨습니다. 어떤 시들이 수록되었습니까. 이번 불어 시집은 제 시 세계를 관통해 온 네 개의 축, 즉 자연(생태), 종교철학 사유, 사랑, 우주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자연은 사유의 근원적 장소로 등장합니다. 바다의 숨결과 산과 나무, 정원의 침묵은 인간 내부의 시간과 기억을 환기하는 매개입니다. 자연은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태도를 묻는 윤리적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종교철학 사유 역시 중요한 축입니다. 첫 시편은 한 스님의 화장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죽음은 종결이 아니라 순환의 일부로 제시됩니다. 그러나 저는 하나의 교리를 설파하지 않습니다. 불교적 세계관은 침묵과 절제의 형식 속에서 드러납니다. 또한 성스러움과 사랑이라는 주제는 기독교나 천주교 등 세계의 많은 종교뿐만 아니라 천지 만물을 통해서도 부분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사랑의 축은 기억과 시간 속에서 재해석됩니다. 상실 이후에 또렷해지는 감정, 스쳐 지나간 인연의 잔광이 시편에 스며 있습니다. 때로는 보다 직접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현실의 감각으로 돌아오는 순간을 드러냅니다. 우주적 상상력은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재배치합니다.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별빛, 시간의 순환 속에 위치합니다. 정원은 우주의 축소판으로 등장합니다. 이 네 축은 병렬적으로 배열되지 않습니다. 자연은 순환과 연결되고, 순환은 사랑과 만난 뒤 우주적 시간 속에서 재해석됩니다. 그리고 그 우주적 인식은 다시 자연으로 귀환합니다. 시집은 이러한 반복과 회귀의 원형 구조 위에 놓여 있습니다. 시 번역자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이번 시집의 번역과 서문을 맡은 이는 장-피에르 폴라크입니다. 그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시인이며 문학 연구자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해 왔고, 프랑스 교육자로 아프리카에서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폴라크는 언어의 운율과 이미지의 밀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적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번역에서도 정서적 진폭과 상징의 구조를 프랑스어의 리듬 안에서 재구성해 주었습니다. 서문 「ENTRONS DANS LE TEMPLE DES MOTS」(언어의 성전으로 들어가자)에서 그는 제 시를 “비밀스러운 사원의 문을 여는 경험”에 비유했습니다. 한국적 정서를 보존하면서도 프랑스 독자가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조율해 주었습니다. 작품 세계와 평단의 시각은 어떠합니까. 제 작품 세계는 자연과 공간을 존재론적 사유의 장으로 전환하는 데 특징이 있습니다. 사찰과 정원, 바다와 산은 풍경이 아니라 인간의 유한성과 시간의 순환을 사유하게 하는 구조적 장치입니다. 평단에서는 이를 서정 전통의 확장이자 재구성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생태적 감수성과 우주론적 상상력을 결합한 시학이라는 점이 주목받았습니다. 일부 평자들은 이를 ‘공간의 시학’ 또는 ‘침묵의 미학’으로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불교적 영역을 깊이 천착해 왔습니다. 국제적 성취 속에서 이번 출간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 문화가 세계적 가시성을 얻고 있는 지금, 문학은 문화의 사유 구조를 전달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적 사유는 교리의 체계라기보다 관계적 존재 이해의 방식입니다. 사찰은 종교적 공간이기 이전에 사유의 공간입니다. 이러한 철학적 층위는 기후 위기와 존재의 불안을 겪는 동시대 세계에서 보편적 공명을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붙들고 있는 화두는 무엇입니까. 최근에는 인류 문명의 방향과 그 균열에 관한 질문을 붙들고 있습니다. 속도를 미덕으로 삼는 시대에 시는 속도를 거부하는 언어가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기술 문명의 과잉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시는 문명을 부정하기보다 잃어버린 감각과 사유의 깊이를 되찾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문화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를 운영하며 문예창작 강좌와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학을 존재 성찰의 실천적 언어로 경험하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인 초청 낭독회, 사찰 공간에서의 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학이 공동체적 경험으로 확장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은 어떠합니까. 이번 불어 시선집 출간은 제 시가 세계와 소통하는 하나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출간한 여러 시집들 역시 앞으로 추가 번역을 통해 해외 독자와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낭독 행사와 문학 대담 등으로 확장하는 계획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개인적인 여건상 직접 방문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루마니아의 한 대학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으나 일정상 현지에 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화상으로 한국 시와 시조에 관한 강연을 진행하였고, 그 과정에서도 한국 문학에 대한 해외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 다소 신중하고 소극적인 면이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출간을 계기로 앞으로는 해외 활동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려 합니다. 번역 출간이 실제 교류와 대화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제 시가 인간과 자연, 시간과 문명의 관계를 사유하는 하나의 아름다운 시이자 철학적 언어로 읽히기를 바랍니다. 시가 단지 정서를 표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존재의 관계망을 비추는 사유의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출간이 서로 다른 문화가 깊이 있게 호흡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장기적 교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학은 깊이로 남는 예술이기도 합니다. 이번 만남이 그 깊이를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석연경은 시인이자 문학 평론가이며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소장이다.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둥근 거울』 『우주의 정원』 등이 있으며 시 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가 있다.

Opus

더보기

Opinion

더보기

Hot Issue

더보기

반려 Friends

더보기

Sport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