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송인호 굿스테이지 발행인|
전 세계가 이미 K-Culture의 물결에 휩싸인지 한참 됐다. 이제 K-Pop이니 K-Food니 하면 식상한 소재가 될 정도다. 여기에 K-Classic을 추가하는 것도 진부한 얘기가 됐다. 사실 K-Classic은 예전부터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었다. 몇 해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럽의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던 주,조연급 가수들이 한국으로 귀국하자 그 관계자들이 이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당장 무대에 오페라를 올릴 수 없다고 걱정들이 태산이었다. 그만큼 한국 성악가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각종 세계 성악콩쿠르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내로라하는 콩쿠르에서 죄다 한국성악가가 입상하자 심지어는 이제 그만 나오라는 푸념도 우스갯 소리로 들린다고 한다.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정작 국내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세계무대를 휩쓸고 있는 성악가들이 국내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비단 성악 뿐만아니다. 클래식 음악 전반에 걸쳐 대한민국 고유성을 지닌 창작의 음악적 활동은 희귀한 상황이 돼 버렸다. 작년 국공립공연 단체의 송년음악회와 올해 신년음악회의 연주 레퍼토리 목록을 보면 거의가 외국곡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세계적인 베를린필의 신년음악회 연주 목록에는 우리나라 작곡가의 곡이 당당히 올라가 있는 아이러니는 어떻게 설명할까. 이것도 K-Classic의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엔 우리나라 국내 상황이 웃고픈 일인 것이다.
최근 문체부에서 산하 국립공연단체 다섯곳의 사무처를 통합해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각 공연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통합은 장,단점이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각 단체별 고유성과 자율성이 침해된다고 말들을 하는 사람도 있다만 통합이 꼭 고유성과 자율성을 해친다고 보진 않는다. 통합된 속에서도 고유성과 자율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운용의 묘다. 어쩌면 통합이 더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의사결정도 빠르다. 중첩되는 업무를 단일화 함으로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중첩되거나 방만하게 운영되거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할 수 있어 낭비적인 요소를 제거 할 수 있기도 하다.
예전에 예술의전당이 지어 지기전에는 모든 단체들이 국립극장 산하에 통합되어 운영된 적이 있다. 이때도 공연단체는 고유성을 갖고 활동했고 사무 행정만 통합으로 운영했다. 이후 예술의전당이 지어지고 기존 국립극장 장소의 협소함과 재단법인화 추진으로 각 단체별 독립적인 기구로 떨어져 나간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그동안 30여년 넘게 별도로 독립된 단체로활동하면서 어디에 번듯하게 내놓을만한 성과가 없다. 조직만 비대해졌다.
특히 서두에서 얘기한 K-Culture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국립공연단체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면서 보여줄 우리의 것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립’이란 단체의 성격으로 내세울만한 작품이 그닥 많지 않다는 것이다. 외형으로 비대해졌지만 그에 따른 결과물들은 손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무대에 자신있게 보여줄 만한 작품이나 공연이 없다는 것이다. 대중문화가 K-Pop으로 세계를 휩쓸고 있을때 순수공연예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저 서양의 그것들 가져와 연주하기에 바빴다. 몇몇 단체의 눈부신 성과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그냥 '국립'이란 이름의 단체로만 존재했을 따름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공연예술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것이다. 세계는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 K-Culture의 신드롬이 일어난 것은 인류 역사이래 처음으로 맞는 절대절명의 기회다. 이 기회를 제대로 잡고 계획해야 향후 수백년동안 먹거리가 생긴다. 문화는 한 번 스며들면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
이럴때 문화체육관광부가 향후 10년간의 문화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담은 정책안 ‘문화비전 2035’를 발표한다는 것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 ‘문화비전 2035’야 말로 10년으로만 끝낼것이 아니라 향후 100년까지 내다 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 시대는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미 세상은 웹으로 네트워킹 되었다. 아직도 예전 방식으로 국민(관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바뀌어져야 한다. 국립단체의 통합은 단순한 통합을 너머 전 세계를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원래 개혁은 기득권자의 심한 저항에 부딪히는 법이다. 그동안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단체의 업무를 과감하게 통합해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조직으로 태어나야 한다. 당연히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