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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여수 문화 깊이 보기, 오페라 시장 조사가 선결 과제!

잠든 것 일깨워서 에너지원으로 삼을 때 도약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회장 |

 

워커힐 달리, 끝없는 수수께끼 전시회에서 

 

여순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입니다 

 

이번 여순 오페라 '바다에 핀 동백꽃'에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대본 작가를 뛰어 넘어서 여수라는 도시가 여순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행정은 또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협조를 하고 있느냐? 여순 사건은 살아있는 동사냐 아니면 과거의 역사책을 보거나 문헌을 뒤져야 하는 명사화된 박제형인가? 하는 것을 현장 확인하고 싶은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는 칸타타 9편을 썼고, 오페라는 이번 작품이 다섯 번째이기 때문에, 이 오페라를 통해서 여수의 문화 수준, 행정, 사람들의 인식, 도시의 인프라, 이런 것들을 총점검해 보고 싶습니다. 

 

여수를 좀 배우고 싶고, 만나보고 싶다는 거죠. 시장님에서 부터 시의회 의원님들, 엄청난 자료의 연구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여순 사건의 아픔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생각을 후세대에게 전하고 싶은지를 좀 알아 보자는 것이죠.

 

여수는 엑스포에 이어 2026 섬 박람회로  다시 한번 도약의 변곡점을 맞았다. 그래서 어느 도시보다 잠재력이 풍부하고 비전을 품고 있죠.  그 어마한 비극의 역사를 씻고 오늘을 이뤘으니 과거를 호출하면서 미래를 더 밝게 하는데 에너지에 집중하자는 겁니다. 여기서 '망각은 재현'이다란 키워드가 오페라의 역할입니다.

 

그러니까. 씻겨 나가지 않은 앙금은 불순 휘발유처럼 내연기관을 망가트리고 언제고 폭발할 수 있기에 정제가 필요합니다.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예술이니까요. 그 필요성을 시장 조사를 해보려는 겁니다. 진단이 있어야 처방이 가능하듯 문화도 그렇습니다. 

 

가슴 속의 응어리, 그 혹을 만져보고 싶어요 

 

언제 그랬던가? 케케묵은 지난 역사인데, 지금 와서 뭘 어쩌자고??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바쁜데~추모식 하면 되는 것 아닌가유?  오페라 몰라유~난생 본적이 없으니께 귀찮게 마소? 그러나 어떤 반응이던 예단은 금물이다. 설혹 그렇더라도 과거가 되풀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손사래치는 부정의 눈길만 확인해도 좋은 것이니까요.

 

여수 밤바다 야경도 좋지만 사람들의 속마음에 감춰진 응어리, 그 혹을 만져보고 싶어요. 빛나는 것이 모두 금이 아니듯 휘황찬란한 바다 안에 지금도 눈을 뜨고 있을 여순의 울음소리와 비명의 절규에 씻김굿 살풀이를 들려 주고 싶어서 입니다. 그래도 외면하시렵니까? 못다한 독백 '바다에 핀 동백꽃'의 이야기를~ 

 

워커힐 달리, 끝없는 수수께끼 전시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