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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0년 만에 부활한 '희망의 인문학'…노숙인 등 303명 수료

오세훈 시장, 25일(목) 서울시립대 ‘2022 희망의 인문학’ 심화과정 수료식

 

K-Classic News 박미영 기자 | # 옛날에 OO대학교에서 하는 서울시 인문학 교육을 한 번 받았는데 이번에 심화과정이라고 해서 다시 신청했습니다. '내 삶과 사회의 주인이 되는 주체성'을 강조한 공자(孔子)와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장자(莊子)의 사상에 대한 강의라 흥미가 있었는데 들어보니 좋았습니다. 저는 어려서 학교를 못다니고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강사님들 말씀 듣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었어요. -수료생 A씨-


# 제가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알코올성 치매가 있어요. 그래서 수강 시 강사님 말씀을 들으면 바로 대답이 안되는 등 어려움이 많이 있어요. 그래도 강의 있는 날에는 기분이 좋습니다. 가만히 시설에만 있으면 답답한데 차로 데려다 주기도 하고 바람도 쐬고 좋은 말씀도 들어서 좋고, 젊은 학생들도 만나서 좋았어요. -수료생 B씨-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희망의 인문학’이 첫 번째 수료생들을 배출했다. 서울시는 303명의 노숙인과 저소득 시민이 약 4개월 간의 ‘희망의 인문학’ 과정을 완주해 수료증을 받는다고 밝혔다.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과 저소득층 등 우리사회 약자들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자기성찰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립의지를 북돋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오세훈 시장 재임 당시인 2008년 시작해 5년 동안(2008~2012) 4천여 명이 수료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긍정적인 생각과 자부심을 포기하거나 꿈을 접어두는 경우가 많은 이들이 인간으로서 근원적인 존재를 연구하는 ‘인문학’을 배우며 삶의 소중함과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고 미래의 꿈을 설계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서울시는 지난 5월 ‘희망의 인문학’을 10년 만에 다시 시작했다. 서울시립대학교의 협조 속에 ‘기본과정(시설)+심화과정(대학)’ 혼합방식으로 추진했다. 노숙인 시설에서 기본교육을 하고, 기본교육을 수료한 노숙인은 서울시립대에서 심화과정을 듣는 식이다.


연인원 384명(기본 256명, 심화 128명)이 참여해 이중 303명(기본 219명, 심화 84명)이 교육과정을 완료했다.


교육과정은 시설 노숙인 등 실제 수업을 듣게될 이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거쳐 구성했다. 기본과정은 철학, 글쓰기, 문학, 역사 등 인문학 교육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체험학습과 특강(예술・건강)으로 구성했다. 심화과정 수강생들은 즉흥연극을 통해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기본과정 : 시가 선정한 서울시립대학교의 교수(강사)와 대학이 보유한 강사진이 각 시설로 찾아가 강의를 진행했다. 총 12개 시설에서 256명이 수강해 최종 219명(85%)이 수료했다.


심화과정 : 서울시립대학교에 노숙인 및 저소득시민이 직접 찾아가 강의를 수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총 18개 시설에서 128명이 참여했으며 이중 84명(66%)이 수료했다. 수강생들은 대학 캠퍼스에서 강의를 듣고 현장 체험학습도 나갔다. 학생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나누며 교류하는 시간도 가녔다. 즉흥연극을 통해 수강생들은 삶의 조각들을 모아 어디에서 내 삶이 요동을 쳤는지, 어디쯤에 터닝 포인트가 있었는지 등 굴곡 많은 인생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우수 수료자는 내년도 ‘희망의 인문학’에서 보조강사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시는 모든 수료자에게 내년도 노숙인 공공일자리 참여사업에 우선 채용 자격을 부여하는 등 자립을 위한 동기부여를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25일 14시20분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오세훈 시장과 수료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2 희망의 인문학’ 심화과정 수료식을 개최했다. 수료식에서는 올해 심화과정을 수료한 84명이 참석해 수료증을 받았다.


심화과정 외에 기본과정 수료자들은 각 시설별로 자체적으로 개최한 수료식에서 수료증을 받았다.


오세훈 시장은 “10여년 전 서울시장으로 일하면서 직접 경험했던 인문학의 힘을 통해 소외계층 시민들에게 희망과 꿈을 전하고자 희망의 인문학을 개설하게 됐다.”며 “희망의 인문학 과정이 여러분 마음속에 있는 희망과 자립, 자활의지를 샘솟게하는 마중물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서울시는 소외된 이웃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약자 동행 특별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