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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가곡 ‘와인과 매너’… 콩쿠르 열어 국민가곡 만든다

– 초연 18년, 유머와 사교를 노래한 한국 가곡의 이색 변신 –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서울=문화] 2007년 초연된 탁계석 작사, 정덕기 작곡의 풍자 가곡 〈와인과 매너〉가 올해로 18주년을 맞았다. 유머와 재치를 담아 한국인의 음주 문화를 비틀어 본 이 곡은, 성악가들의 애창 레퍼토리로 자리잡으며 웃음과 메시지를 동시에 전해왔다.

 

“와인은 막걸리가 아닙니다”

 

가사는 “꽃을 보듯이 고운 눈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처럼 와인은 은미하게 마셔야 한다”로 시작한다. 이어 폭탄주·원샷 습관을 경계하며 청중에게 ‘천천히, 우아하게 즐기는 법’을 권한다. 작곡가 정덕기는 기존 가곡의 서정성을 과감히 벗어나, 3개의 변화악장을 가진 탄탄한 구조에 마지막 왈츠 장면 “Drink Drink Beautiful Life”를 삽입했다. 이는 한국 가곡에서 보기 드문 사교 무도회풍의 음악 문법이다.

 

작사가 탁계석은 “당시 와인이 막걸리처럼 벌컥 마셔지는 현실을 보고 사회 풍자 캠페인송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웃으면서도 문화 매너를 돌아보게 하는 노래”라고 밝혔다.

 

해외에도 있는 유머와 사교의 노래

 

외국에서도 사회 풍자와 사교적 분위기를 결합한 노래가 장수 인기곡으로 남은 사례는 많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 전쟁 패배로 침체된 국민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 곡으로, 오늘날 세계인의 왈츠 레퍼토리가 됐다.

 

영국 ‘Gilbert & Sullivan’ 희가극 – 정치와 사회를 재치있게 풍자하며 140년 넘게 무대에 오르고 있다.

 

프랑스 샹송 ‘Les Champs-Élysées’ – 파리의 사교 문화를 노래하며 관광 홍보곡으로도 큰 역할을 했다.


20주년 앞두고 ‘와인과 매너’ 콩쿠르 추진

 

작품 20주년을 앞둔 지금, 관계자들은 〈와인과 매너〉를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국 규모의 성악 콩쿠르를 준비 중이다. 주류업계, 와인 수입사, 문화재단 등이 후원해 시상금을 마련하고, 젊은 성악가들이 레퍼토리로 삼도록 유도하는 구상이다. 후원사에게는 ESG 경영 이미지 제고 효과가, 사회에는 올바른 음주문화 확산 효과가 기대된다.

 

음악·미식 결합한 한류형 축제

 

더 나아가 ‘푸드 풍자 페스티벌’로 확장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와인뿐 아니라 막걸리, 수제 맥주, 전통 안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공연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탁계석은 “음악과 미식, 유머가 결합하면 관광객도 즐길 수 있는 한류형 문화상품이 될 것”이라며 “경제가 어렵고 국민 정서가 침체된 지금, 이런 유쾌한 무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와인과 매너〉는 그저 웃기는 노래가 아니다. 18년 전의 사회 풍자를 오늘의 문화적 해법으로 되살릴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이제 웃으며 매너를 배우는 가곡이 ‘국민가곡’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