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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창작국악제 김다원 작곡가 인터뷰

“이거 내 새 작품이야, 들어봐” 라고 권할 수 있는 음악 추구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기자 |

 

 

 콩쿠르 이후의 길에 대하여

 

현실이라고 하는 것은 콩쿠르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실은 언제나 그래왔지만, 콩쿠르에 입상하면 무언가 바뀔 것 같은 기분을 안고 콩쿠르에 임하기에, 입상하고 나서 입상이라는 명성을 활용하여 저를 더욱 알리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현실은 여전히 무명의 작곡가로, 초연을 하는지 재연을 하는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곡가로 머무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콩쿠르는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는 있으나, 예술가로서 인생을 바꾸는 것은 콩쿠르에 입상할 정도로 열정 있게 곡을 쓰고 나를 알리고자 하는 욕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중과 소통에 대한 질문 


청중을 고려하지 않은 작품은 음악의 역사 속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음악은 언제나 청중이 있어 왔습니다. 예술가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작품과 순수 예술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저는 제가 듣기에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악보가 화려하거나 악기로서 새로운 시도가 없어도, 내가 만든 음악을 내가 즐겨 들을 수 있는가에 대해 저는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제 음악을 즐겨 듣는 청중이란 저와 취향이 비슷한 청중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때는 저도 새로운 것, 특별한 것에 매몰된 적이 있었습니다만, 듣기 좋은 음악이 아니면 아무리 새롭고 특별해도 작곡가에게조차 그 음악은 일회용인 것 같습니다. 어떠한 작곡가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 매몰되어 있겠지만, 저는 제가 듣기 좋고, 제 주변 사람들에게 “이거 내 새 작품이야, 들어봐”라고 권할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합니다. 이는 듣기 쉽고 어렵고의 문제와는 다릅니다. 저에게 있어서 작품은 작곡가가 자신의 음악을 ‘감상할 만한 음악’으로 만들었는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음악이 복잡하고 낯설어도 듣기 좋은 음악은 존재합니다. 음악이 아무리 단순해도 듣기 싫은 음악은 존재합니다. 이것에 절대적인 기준은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곡가 자신의 감각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넓은 세상의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제가 좋다고 느끼는 음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 제가 가진 작곡에 대한 태도입니다.

 

창작자·연주자에게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 


작곡가가 콩쿠르에 임할 때는 자신의 온전한 작품 세계를 선보였더니 뽑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콩쿠르에서 보여줄 만한 것, 새로운 주법, 새로운 형태의 무언가를 넣었을 때 선정될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이 뽑히냐 마냐의 문제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요. 그런데 만약 어떤 사람이 생에 첫 인정을 받은 자리가 콩쿠르라면 그 사람은 입상작에 적용했던 전략을 더욱 발전시키고 고수하겠죠. 그리고 그러한 작풍은 아카데믹 계에서 더욱 ‘먹히는’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작곡가로서 성장하는 데에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콩쿠르가 인생에 가장 큰 업적’일 수 있는 청년 작곡가가 알아차리기엔 어렵습니다.

 

그렇게 점차 관객 없는 공연에 익숙해지고, 그렇게 나이가 들어 제자들과 아카데믹 계만 방문하는 공연장이 된다면 그것은 과연 작곡가로서 온전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강을 건너기 전에 ‘나는 왜 강을 건너야 하는가?’, ‘강을 건너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명확하게 자리 잡히지 않으면 내가 가진 뗏목을 고수하는 것도, 버리는 것도 모두 혼란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콩쿠르에 임할 때 우리는 콩쿠르가 목적이 아닌 수단에 그쳐야 온전히 건강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티스트로서의 생존 조건


가장 중요한 역량은 아무래도 실력이겠지요. 실력 없는 빈깡통 같은 삶은 장기적으로 직업을 영위하는 데에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할 테니까요. 자신의 실력을 기본에 깔아두고 함께 작업하는 사람과의 소통 능력을 갖추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이라고 하면 배려, 설득, 이해, 감사와 용서, 단호한 태도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갖춰지지 않은, 즉, 인성이 온전하지 않은 작가는 요즘 시대에는 더더욱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능력은 마케팅 능력입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훌륭한 무명의 작곡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실력이 없어서 인정받지 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자신의 작품을 상품으로서 홍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순수 예술’이라고 하는 것에 몸담고 있는 수많은 작가들은 자신과 자신의 작품이 ‘상품’이 된다는 것에 불쾌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기꺼이 상품으로서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음악을 이해할 수 있게 하거나 저의 공연의 주된 콘셉트를 명료하게 하여 홍보하고, 공연에서는 더욱 친절하게 작품을 설명하고, 그전에 저를 알릴 수 있는 많은 장소에서 자신을 홍보하는 능력이 특히 요즘 시대에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이 지점이 제일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김다원 프로필

 

-2025 Hosted by the Contemporary Art Music Project (CAMP), CAMP’s annual festival, CAMPGround25 공모 당선
-2025 김다원 작곡발표회 <미수 이인로, 한국의 목소리를 만나다>, 2024 김다원 작곡발표회 <바주치다 마주하다>, 2022 김다원 작곡발표회 역동 : 力動 등 개최
-2024 Ufa State Institute of Arts International competition-festival “Art-Art" 작곡부문 2등 (한국인 최초)(<설장고에 의한 악음> 작곡)
-꿈의 오케스트라 평창 자립거점기획사업 ‘구름은 몽글몽글’ 위촉 작곡가(관현악곡 <초록을 닮은 우리는> 작곡)
-2024 Future Wide Open : 2023년 신기술기반 장애예술 창작실험실 앙상블리안 프로젝트 <The Circle> 국악 협력작곡가
-2023 강원작품개발지원 창작공모 '강원별곡' 입상(국악관현악곡 <설악산 공룡능선을 오르다> 작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