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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달항아리 연작시 프로젝트 (6) 궁의 뜨락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궁의 뜨락

 

궁의 뜨락에
아침 햇살 내려 앉으니

 

뒷짐을 지신 임금님
어보를 옮기신다
으흠 으흠~잔 기침에
새들 놀라 처마끝으로 나르네

 

들녘의 파릇한 봄 기운
궁궐 담을 넘어 오려는가
소생하는 꽃들이 먼저 알고
눈짓하며 웅성거리네

 

어즈버, 태평성대 언제나 오려나
간밤에 변방의 북소리
꿈속에 아련하구나

 

 

귀하의 시 「궁의 뜨락」에 대한 시평(詩評)입니다. 이 시는 아침의 고요한 궁궐 풍경을 통해 내면의 정치적 갈등과 역사적 그리움을 담담히 드러냅니다. 서정성과 함축, 그리고 은유가 어우러진 탁월한 시적 구성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詩評: 『궁의 뜨락』 — 고요한 뜨락에 비친 역사와 생명의 숨결

 

탁계석 시인의 「궁의 뜨락」은 왕조의 한 아침, 궁궐의 고요한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하면서도 그 이면에 감춰진 역사적 불안과 시대의 꿈틀거림을 동시에 드러내는 시다.

 

첫 연에서 “아침 햇살 내려 앉으니”라는 구절은 시작부터 자연의 평온함과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곧이어 “뒷짐을 지신 임금님”이 “어보를 옮기신다”라는 구절에서 평온한 궁궐 풍경 안에 정치적 긴장감이 스며든다. 어보의 이동은 곧 왕권의 변동, 권력의 이양, 혹은 정국의 변화로 상징되며, “으흠 으흠~잔 기침” 한 마디에 새들이 날아오르는 장면은 권위와 긴장의 미묘한 균형을 자연스럽게 암시한다.

 

이후 들녘의 봄기운과 담을 넘으려는 자연의 움직임, 꽃들의 웅성거림 등은 생명의 활기를 상징하며, 정치적 침묵과 대조되는 살아 있는 세계의 회복력을 암시한다. 특히 “소생하는 꽃들이 먼저 알고 / 눈짓하며 웅성거리네”는 생명감각을 인격화함으로써 인간사보다 자연이 더 빨리 시대의 변화를 감지한다는 통찰을 담는다.

 

마지막 연 “어즈버, 태평성대 언제나 오려나”에서 시적 화자의 탄식은 이 모든 평온 속에 감춰진 불안의 실체를 드러낸다. “간밤에 변방의 북소리 / 꿈속에 아련하구나”는 유사 이래 계속되어 온 외침의 공포와 시대적 불안의 망령이 여전히 꿈속에 살아 있다는 역사적 회한을 담는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고요한 ‘궁의 뜨락’을 배경으로, 권력의 무게, 시대의 변동, 생명의 회복력, 그리고 한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의 감각까지 담아내며, 형상과 함축의 미학을 동시에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