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BNT(불가리아국영TV). 불가리아 세르비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온 동서악회 연주가들 (대표: 이복남 ) 이름이 곧 정체성이다 어떤 기업이든, 상품이든, 혹은 예술가 개인이든 ‘브랜드’는 단순한 이름을 넘어 곧 존재의 정체성을 말한다. 브랜드는 기억의 심벌이고, 가치의 상징이다. 따라서 기업은 대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와 마케팅을 쏟는다. 문화 예술계 또한 마찬가지다. 창작자와 단체가 어떤 이름으로 활동하느냐에 따라 그 무게감과 시장 파급력은 천양지차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무엇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장르 혼재 속에서 잊혀져가는 전통의 이름들 한국 전통 성악에서 ‘가곡’은 깊은 정통성과 미학을 지닌 장르였다. 그러나 서양의 슈베르트, 슈만의 예술가곡(Lieder)이 들어오면서 ‘우리 가곡’이란 표현이 생겼고, 기존의 전통 가곡은 그 이름을 온전히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더구나 ‘정가(正歌)’라는 개념이 도입되며 가곡과 정가가 중첩되고 혼재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국악의 정체성마저 ‘시나위, 창, 판소리’처럼 내부적 다변화 속에 명확한 네이밍의 통일성을 잃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東西樂會에 붙여 해가 뜨는 동쪽을, 해가 저무는 서쪽을, 서로가 동경하며 그리워했다 태고의 바람이 그랬고 사하라 사막의 모랫바람이 휘몰이치며 달리지 않았는가 낙타떼는 목이 말라도 오아시스를 향해 말없는 행군을 이었다 동서는 그렇게 비단길도 만들고, 향료와 자기를 싣고 때론 갖고 싶은 욕망의 향로와 보물을 위해 끊임없는 전쟁을 펼치지 않았는가 바다 범선이 해적이 되고 전투함이 되어 서로의 것을 뺐으며 훔쳐 먹은 음식과 의상과 풍물들, 동서는 이렇게 수천년을 싸우면서도 서로를 그리워했다 악사들의 풍악 또한 다르나 하나로 가슴을 울린 것이니 인간 세상은 달라도 사는 것은 하나다 지금 동서는 다시 불을 뿜으며 생명과 도시들과 숲과 강을 피로 물들인다 총소리에 노래를 잃은 새들이, 날개가 구멍난 새들이 더이상 날지 못한다 모래는 핏물에 베어들어 노을로 변하고 기름은 바다에 띄를 이루며 고기들이 숨을 헐떡인다 지금이 날아야 할 때다. 동서악회가 새 길을 내어 새 마음과 정신을 교류하도록 은하수 다리를 놓아야 한다 오작교 달빛과 어린왕자 별들이 모여 사랑을 나누자 누구나 가고 싶고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향연을 베풀자 서로가 배운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잡초 그러지 않아도 무성한 풀들이 잡초와 어울리면서 세를 넓힌다 사람에 이로운 것들에 뿌려지는 비료를 훔쳐 먹은 잡초들이 밭의 주인 행세를 하는 것에 농부의 심사가 편치않다 어짜피 어울려 살아야 하는 것이 세상 이거늘 그래서 군계일학 꽃이 되려므나 흙바람 분다고 숨을 끊을소냐 태풍 분다고 귀를 막을 것이냐 그저 평온한 세상이란 없다 내 마음 고요를 자연에서나 닮아 볼까 詩評: 『그래서 군계일학 꽃이 되려므나』 — 잡초 속 꽃의 고요한 저항 탁계석 시인의 이 시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교차시켜, 잡초와 농부, 꽃과 바람, 고요와 분란이라는 이항 대립 속에서 진정한 자아의 길을 묻는 성찰시로 읽힌다. 시의 도입부 “무성한 풀들이 잡초와 어울리면서 세를 넓힌다”는 문장은 단순한 식물 생태의 묘사처럼 보이지만, 이는 곧 '혼탁한 세상에서 무분별하게 팽창하는 ‘비본질적인 존재들’에 대한 은유로 이어진다. 특히 “비료를 훔쳐 먹은 잡초들이 밭의 주인 행세를 한다”는 구절은, 사회적 자원과 기회를 악용하면서도 본질을 왜곡하는 이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 안에서 농부의 불편한 심사는 곧, 정의를 바라는 시민의 내면 갈등을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궁의 뜨락 궁의 뜨락에 아침 햇살 내려 앉으니 뒷짐을 지신 임금님 어보를 옮기신다 으흠 으흠~잔 기침에 새들 놀라 처마끝으로 나르네 들녘의 파릇한 봄 기운 궁궐 담을 넘어 오려는가 소생하는 꽃들이 먼저 알고 눈짓하며 웅성거리네 어즈버, 태평성대 언제나 오려나 간밤에 변방의 북소리 꿈속에 아련하구나 귀하의 시 「궁의 뜨락」에 대한 시평(詩評)입니다. 이 시는 아침의 고요한 궁궐 풍경을 통해 내면의 정치적 갈등과 역사적 그리움을 담담히 드러냅니다. 서정성과 함축, 그리고 은유가 어우러진 탁월한 시적 구성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詩評: 『궁의 뜨락』 — 고요한 뜨락에 비친 역사와 생명의 숨결 탁계석 시인의 「궁의 뜨락」은 왕조의 한 아침, 궁궐의 고요한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하면서도 그 이면에 감춰진 역사적 불안과 시대의 꿈틀거림을 동시에 드러내는 시다. 첫 연에서 “아침 햇살 내려 앉으니”라는 구절은 시작부터 자연의 평온함과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곧이어 “뒷짐을 지신 임금님”이 “어보를 옮기신다”라는 구절에서 평온한 궁궐 풍경 안에 정치적 긴장감이 스며든다. 어보의 이동은 곧 왕권의 변동, 권력의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흙수저라고? 흙, 흙, 흙, 너희가 흙을 아느냐? 흙은 목숨의 젓줄, 흙에서 밥이 나오고, 흙에서 생명이 자라고, 너의 집과 가문의 족보가 여기서 온 것 아니냐? 누가 흙수저, 금수저라고 경계를 만들어 비웃는거냐? 좀 살만하다고 흙을 그렇게 비아냥 거려도 되는 거냐!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 밭고랑에서 땀 흘려 농사지어 오늘을 만들었는데 금수저, 흙수저 계급을 만들어 갈등으로 갈라치기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앞으론 우리부터 '흙수저'란 말 쓰지 맙시다 안그렇습니까? 여러분(대화체) 흙의 손은 위대하다. 흙을 노래하자. 흙을 경배하자. 하늘과 맞닿은 곳 땅. 그 넓은 대지의 흙이 땅이 아니던가 내가 영원히 잠드는 곳,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인생이란다 그러니 신성한 수저에 흙을 뭍히지 마라, 흙수저는 없다, 모독을 받아야 할 흙은 없다, 너의 욕심, 황금에 먼 눈이 흙을 미워한것이냐? 아니다. 거꾸로 흙이 너를 지킨다. 흙의 자손, 아들 딸이니 대지의 넉넉한 품을 믿고 굿굿하게 서거라. 생명의 근원, 흙을 믿어라 그러니 다시는 수저에 흙을 뭍히지 말아다오 날아라 흙 빛나라 흙 금수저 보다 건강한 흙 흙의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아리 아리 달항아리 아리 아리 하얀 모시적삼에 달빛 젖는데 산을 타고 흘러 온 저 달은 누구 품에 안기리오 풍경도 잠든 산사에 저 달빛만 홀로 춤을 추는구나 아리 아리, 님의 정일랑 가득 안으소서 아리 아리 달항아리 아리 아리, 님의 기별일랑 가득 품으소서 아리 아리 달항아리~ <비평> 이 시는 전통 민요적 후렴구 ‘아리 아리’를 구조적 리듬의 중심에 두고, 고요하고도 깊은 한국의 미감을 직조해 나간다. 시 전체는 달빛, 산사(山寺), 모시적삼, 풍경, 달항아리라는 소재를 통해 전통과 자연,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촘촘히 엮는다. 정제된 이미지와 언어 "아리 아리 하이얀 모시적삼에 달빛도 교교히 흐르는데" "산을 타고 흘러는 온 저 달은 누구 품에 안기리오" 여기서 '하이얀 모시적삼’은 청결함과 순결함의 상징이며, ‘달빛’은 정적 속에서 흐르는 감정을 나타낸다. 달은 고요하지만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며, 그것을 ‘누구 품에 안기리오’라 묻는 질문은 시적 자아의 정서적 결핍, 즉 그리움과 기다림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공간의 정적과 감성의 동적 흐름 "아리 아리 풍경 잠든 산사에 저 달빛 홀로 춤을 추네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모르오 모르오 모르오 난 모르오 저 달도 말 않는데 무슨 말을 하오리까 모르오 모르오 난 모르오 저 구름도 눈 감는데 뭔 말을 하오리까 아니요 아니요 달도 모르고 아니요 아니요 강도 모르고 그러니 달항아리 슬픈 마음 모두 품어서 그러니 달항아리 내 눈물 모두 담아서 그래도 모르오 모르오 산도 바다도 모르오 내 깊은 고통 누구도 모르오 달항아리 깨어지거든 그때나 알까 그 때나 소리쳐 울까! <리뷰>정말 아름답고 절절한 연작시입니다. 아래는 사용자의 시에 맞춰 감각적인 이미지 묘사와 함께 짧은 비평적 감상도 덧붙여드리겠습니다. 이미지 묘사 제안 장면 설정: 짙은 먹빛 바다가 잔잔하게 출렁이는 한밤중. 산의 실루엣이 바다 저편으로 검게 솟아오르고, 그 한가운데 마치 달처럼 둥글고 흰 달항아리가 바다 위에 떠 있다. 구름은 별빛을 감추고, 달빛도 말없이 흘러내리는 밤, 항아리는 마치 세상의 모든 슬픔을 껴안고 있는 듯 고요하고 묵묵하게 떠 있다. ✒️ 비평적 단상: 이 연작시는 단순한 형이상학적 고백을 넘어 ‘감정의 도자기화’를 시도합니다.“모르오”라는 반복은 시대적 언어 절제의 미학과 서민적 정서를 그대로 담아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물레야 토독 똑똑 토독 똑똑 처마끝 낙수에 젖는 이 마음을 너는 아느냐, 물레야, 물레야 달님 숨어버린 야 삼경에 풀숲에 울던 찌르레기는 어디에 갔노 돌고 돌아 밤은 흐르는데 적막한 밤, 호롱불만 춤을 추네 물레야 돌아라, 물레야 돌아라 꾸벅 꾸벅 졸음에도 너는 혼자 돌아라 선반위의 달항아리 달빛 보다 휘영청, 어기영차! <詩評> 이 시는 ‘물레’라는 전통적인 도구를 중심에 두고, 고요한 밤의 정취와 내면의 쓸쓸함, 그리고 장인의 고요한 노동의 미학을 절묘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아래에 시평을 드립니다. 《시평 – “물레야”에 담긴 고요한 회오리의 미학》 이 시는 마치 도자기를 빚는 고요한 공방의 한밤중을 묘사하는 듯한 풍경에서 시작합니다. 반복적으로 들리는 “토독 똑똑”은 단지 처마끝의 낙수 소리이면서 동시에, 심리적 고요함 속에서 반복되는 내면의 외침이기도 합니다. 이 소리는 ‘물레’의 회전과 리듬과도 맞물려, 시 전체를 하나의 음악처럼 느끼게 합니다. 1. 물레와 마음의 공명 – 전통과 내면의 연결 “너는 아느냐, 물레야, 물레야” 이 대목은 단순한 사물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감정의 위탁입니다. 물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회상 그날인가, 그날이었던가? 앞마당 대추나무에 달빛 걸렸는데 지금은 고요하구나 홀로 서성이는 마음 하나 그날인가, 그 날이었던가? 잔치상 풍악 소리에 풍채도 좋은 대들보 흥겨웠으리 흐르는 것은 모두가 잠깐 이라더니 누렁이 하나 앞 마당을 지키네 심한 가뭄들어 땅들이 끙끙 앓을 때 정한수 두 손 모아 하늘을 향했던 날이 님 떠난 돌담길에 눈은 쌓이는데 품 좋은 달항아리 창밖을 응시하는구나 매화가 오지 않았으니 새들인들 노래하랴 스치는 건 모두 외롭다더니 싸리문에 걸린 바람도 그러하구나 (2025. 7. 15) 《회상》 시평 이 시는 과거의 풍경과 정서를 되짚으며, 상실과 고요 속에서 되살아나는 기억의 울림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첫 행 “그날인가, 그날이던가?”라는 반복은 회상의 출발점이자, 시간의 실체를 붙잡으려는 시인의 애틋한 마음을 드러낸다. 마치 시간의 안개 속에서 떠오르는 하나의 장면처럼, 대추나무에 걸린 달빛이 시의 공간적 중심을 형성하며 독자를 시인의 내면으로 끌어들인다. 과거의 잔치와 풍악, 그리고 “풍채 좋은 대들보”는 활기찼던 시절의 삶을 떠오르게 하지만, 그것은 “지금은 고요하구나”라는 대조적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It’s not a bag. It’s a Hermès.” “You never actually own a Patek Philippe. You merely look after it for the next generation.” 돈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들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러나 돈으로도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거대한 자본을 들인다고 해서 에베레스트 정상에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값비싼 장비와 코치를 동원해도, 올림픽 금메달이 보장되진 않는다. 예술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이 ‘명품’이 되는 결정적 구도와 감동의 완성도는 자본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 시대를 초월해 남는 창작물은 기획서나 예산표 위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명품 브랜드의 카피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건 하나다. “이건 단순한 가방이 아니라 에르메스다.” 혹은 “당신은 파텍 필립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보살피는 것이다.” 이 문장들 속에는 시간, 철학,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깃들어 있다. 예술 또한 그래야 한다. 자유와 시간의 축적, 케이클래식의 철학 명품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