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딱딱한 토론, 강의 심포지움에 음악이 소나기같은 청량감
급격한 변화를 겪는 것이 기후위기나 탄소 중립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생활과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 AI의 등장으로 아날로그와 신기술이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당장 생활에서 키오스크를 사용못하면 커피도 식사도 하기 힘들다. 이런 한편에선 기업들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 시대 환경에 접어 들었다.
한류 3.0 시대에 접어들면서 K이니셜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K콘텐츠가 중심축이 되어 기업들의 수출 호조가 뚜렸해 지고 있다. 초대박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방산, 원전, K푸드, K컬처 등에서 달라진 위상을 느낀다.
지난 13일, 부산 강서구에 자리한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 프레스티지 바이오파마(Prestige Biopharma) 이 개관을 기념하여 개최한 'TUZUNE CONCERT' 는 우리 기업의 변신이 이토록 눈부신가를 확인케 했다. 우선 건축의 예술성과 멋스러움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이날 오전부터 오후 늦게 까지 종일 의사, 약사, 학자들이 대거 참가한 심포지움을 하고 저녁 만찬사이에 제 1부 50분 가량의 틈새 공연, 이후 식사 회사 로비에서 제 2부가 이어졌다. 하루 종일 강연과 토론이어서 음악회까지 가세하는 것이 옳겠는가? 그러나 이는 명백한 기우였다. 딱딱한 전문성 토론과 달리 지루함이 오히려 극적 반전을 일으킨 것이다. 확 숨통을 틔워주면서 예술이 주는 승화감이어서 가히 절묘한 한 수였다.
산토 오로(Santo Oro) 청중과 함께 열광의 도가니로
이탈리아 성악가와 바이올리니스트, 반주를 맡은 클라라 김 등 때마침 올해가 한,이수교 140년 주년이다. 때문에 콘서트 행사는 더욱 빛나 보였다. 장학 퀴즈 시그널로 친숙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솔로로 시작해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 '사랑의 묘약' 둘카마라 약장수와 중창의 퍼포먼스를 곁들인 해학에 청중들의 폭소와 브라보가 이어졌다. 기악, 성악이 절묘하게 배합된 콘서트는 이탈리아의 국민가수이자 달인 피아니스트 산토 오로(Santo Oro)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서' 절정을 이뤘다. 에스프레스보다 진한 50분은 충분히 청중을 매료시켰고 음악의 소통력과 힘을 각인시켰다.
아주 넓직한 회사 1층의 로비에서 만찬이 이어졌다. 1시간쯤 후에서 부터는 제2부가 열렸다. 금강산도 식후경, 가벼운 와인 한 잔에 분위기는 그야말로 자유분방이다. 여기에 산토 오로 주역의 무대가 펼쳐지면서 소통은 절정에 치달았다. 바이오 연구 개발회사의 성격상 젊은층이 대부분인 이 날은 예술의전당 등 기존 공연장에서는 흉내조차 낼수 없는 공간 기능과 역할이란 점에서 각별했다. 효율성만 따지는 ESG가 아니라 마음에 닿으려는 의지를 건축뿐아니라 설계의 디테일에서 경영자 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 혁신을 외치기는 쉽지만 근본이 자발성이고 소통이고, 문화라는 더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기업이 탄생한 것은 참으로 기쁜일이다. 이 짧은 시간이 소중하고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된 것은 예술의 감화력이란 강한 언어이자 문법이다. 이제 우리의 끼리 끼리 좁은 울타리 문화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각을 가지고 세계화 소통하는 독해력을 길러야 할 때가 왔다. 이 바이오 기업이유방암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고 이어 췌장암 등 인류의 생명과 문명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뻗어갈 것이란 기대감이 든 이유다. 엘리트 계층이라 할 의사와 약사, 관련 학자들이어서 향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였다. 이미 많은 병원들이 로비 음악회를 하고 있고 기업들은 소극장을 짓는 등 ESG 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바야흐로 발달된 SNS 때문에 세계가 초당 흐름을 읽어가는 세상이다. '아파트' 하나가 수억명의 뷰를 찍는 것이나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K-Pop, BTS에 이어 고급 예술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수준이 높아지면 그 차별성이 강력한 지배력을 갖는다.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예술로 명품을 만드는 것에서 경쟁력을 찾은 것은 그 좋은 사례이다. 모든 상품은 소비자를 향한다. 그러니까 '존경은 목의 각도가 아니라 마음의 각도'라는 어느 카피에 공감하는 이유다.
서부 경남권의 플랫폼 역할을 기대하며
부산 강서구는 신도시가 들어 서기 전에는 을숙도 철새 도래지로서 노을이 아름다운 강변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이곳은 아직 문화 환경이 취약해 보였다. 따라서 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하반기에는 낙동강 아트센터가 개원할 것이라니 시너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같다. 이 부산뿐만 아니라 서부 경남 일원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능을 하면 어떨까? 각국의 아티스들이 기본적으로 들리는 명소가 되면 더욱 좋지 않을까?
이번 행사에 회사 전직원들이 참여해 진행을 도왔고 자발성이 살아난 것은 ESG 경영에 방향성을 제시한 첫 걸음이다. 일취월장 '생명과 예술의 조화'를 이끄는 기업이기를 바란다. 그것이 기업이든 도시이든 문화자산을 갖는다는 것이 이제는 존재와 직결되는 시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에서 둘카마라 약장수가 등장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