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계석의 명곡 산책] 정덕기 작곡, 와인과 매너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명태' 이후 폭소 자아낸 소통의 가곡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던 가곡이 있었다. 정덕기 작곡가의 ‘분실광고’(한여선 작시)였다. 그리움, 사랑, 자연이 주류를 이룬 우리 가곡에서 상당히 파격적으로 느끼면서, 아이디어가 떠 올라 탄생한 것이 ‘와인과 매너’다.

“오늘에야 그것이 없어진 줄을 알았습니다. 제가 언제 어디에서 그것을 잃었을까요. 그려 ~ 억척스런 소낙비에 쫒겨 정신없던 영등포 로타리쯤은 아닌지”

일상에 분주해 욕망을 채우느라 쇼핑을 하는 사이 “첫 사랑의 사연도, 갯버들 꺾으며 보낸 시간도 잊어 버린”... 낭만의 책망을 하면서... “아무도 재발급해 주지 않는 영혼의 신분증 주우신 분 꼭 연락 주시기요”. 라는 소란스럽게 너스레를 떠는 곡이었다. 이 곡이 정덕기 작곡가와 나의 인연을 이어준 셈이다,

변훈의 ‘명태’ 이후, 청중의 박소가 터진 노래가 아닌가

‘와인과 매너’, 한창 와인 열풍이 왔지만 음주습관이란게 하루아침에 바뀔리 없다. 막걸리를 마시다 맥주를 마시다 차별화를 느끼게 하는 와인을 벌컥, 벌컥 마시는 한국형 음주, 폭탄주를 마실 때처름 원샷, 원샷... 을 태연스럽게 하는 것이 볼쌍사나웠다. 늘 마음속에 잉태되어 있던 것이어서 작사는 그야말로 순간적으로, ‘원샸’으로 나왔다. (ㅎㅎ)

곡은 리드미컬한 음형에 음주 습관을 늘어 놓고, 이어서 중간에 말로 하는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 동의를 구하고 이어 왈츠풍의 ‘Drink drink drink drink wonderful days beautiful life 아름다운 삶과 멋진 인생’ 이란 영어 문구를 넣었다. 영어는 잘 하지도 못하면서 노래엔 절묘하게 쓴 것 같다.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만 부르것이 아쉬워 나도 하나 만들어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정작곡가는 ‘특히 후반부의 Drink Song 같은 가사를 만난다는 것은 작곡가로선 행운’이라고 말해 주어 필자를 기쁘게 했다. 코믹 가곡은 이후 된장, 김치 등의 음식 씨리즈로 이어졌다.

때마침 대명 비발디 파크에서 살롱 콘서트의 진행을 매달 하고 있던 터라 기회때 마다 이 곡을 알렸다. 소프라노 김현정교수(수원대)가 콜로라투라로 눈 표정을 지어가며 애교스럽게 불러 인기가 좋았고 음반까지 내었다. 아어 김미경 소프라노 역시 와인과 매너 타이틀로, 필자의 음식 노래 몇 곡을 넣은 음반을 만들었다. 이후 여러 합창단들이 와인과 매너에 가세했다.

사실, 와인 판매량이나 와인 모임이 붐을 이룬 때여서 더 히트하기를 바랐지만. 생각만큼 큰 확장성을 가져 오진 못했다. 그러나 이같은 파격의 노래 파급 효과로 전통적인 가곡의 서정성 트랜드를 벗어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된 것은 분명했다.

정덕기 작곡가와는 호흡이 잘 맞아 이후 ‘된장’, ‘김치’, ‘꽁보리밥’, ‘고추장’까지 만들면서 출판까지 했다. 된장은 정 작곡가의 대표작처럼 여겨질 만큼 작곡가의 브랜드를 높이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이후 음식노래 열풍은 여러 작사가와 작곡가들을 자극해, 아마 100 여곡이 넘는 작품이 쏟아져 나오지 않았나 싶다.

(동영상 클릭) 소프라노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