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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터뷰] 독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창작음악 교류의 현장을 다녀와서~

K클래식 창작음악 해외 진출 성공 확인, 정부 지원 지속되어야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작곡가 임준희(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작곡가가 께서는 최근에 한국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결합된 융복합적 작품들을 꾸준히 작곡하여 해외에서 선보이는 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최근 몇 년 동안 가야금과 첼로, 피아노가 결합된 <댄싱 산조 3 >(2021), 대금과 서양오케스트라를 위한 <혼불 7-조우)(2022), 산조 아쟁, 첼로, 피아노를 위한 <댄싱산조 4> (2023)등을 연달아 작곡하여 독일의 우수한 공연장에서 공연하고 청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한국의 전통음악이나 한국악기들이 유럽 서양음악이나 서양 악기들과 동등하게 현대적인 음악 및 악기로 인식되거나 또는 오히려 더욱 독특하고 매력적인 현대 창작음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실 처음에 이렇게 한국전통악기가 포함된 작품들을 작곡해 연주할 때 외국 관객들이 그저 신기한 동양의 민속음악 정도로 여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많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외국 청중들이 이러한 음악을 더 깊이 있게 경청해 주고 오히려 더 현대적인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 미래의 음악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편성의 융복합적인 작품들에 주력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피아노 이동진, 아쟁 윤겸, 첼로 공유빈

 

올해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에서 열렸던 베를린 한국창작음악 페스티벌에서 이러한 융복합적인 작품, <댄싱산조 4>가 초연되었지요? 그 현장을 다녀온 소감을 듣고 싶네요.

 

네, 베를린 한국 창작음악페스티벌은 클래식의 본 고장인 독일에 한국 현대 창작음악을 소개하는 매우 의미있는 페스티벌로서 그동안 주 독일 한국 문화원이 주축이 되어 개최되어 왔습니다. 올해가 4회째인 이 음악제는 첫째날 10월 29일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서양 음악작곡가들의 작품들이 둘째날 10월 30일에는 한국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결합된 작품들 약 15작품이 독일 최고의 공연장인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체임버 홀(the Konzerthaus Berlin, Kleiner Saal)에서 공연되었습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특히 첫째날 작품 추천과 프로그램 선정에는 서울대 최우정 교수가 음악감독으로 그리고 둘째날은 제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흥미롭고도 우수한 작품들을 선별하여 프로그램을 구성하였습니다. 특히 둘째날 페스티벌에서는 한예종 전통원 김형섭교수(가야금)을 비롯한 학생연주자들(아쟁 윤겸, 가야금 임재인, 거문고 이승민, 대금 차루빈, 타악 이강토, 김태준)이 독일로 가서 독일에서 활약하는 우수한 한국서양음악 연주자들과 만나 함께 작품을 연주하였는데 정말 뛰어난 역량의 연주자들이 최상의 연주를 해주어서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로부터 매우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10월  29일 첫째날 출연진과 작곡가들 

 

구체적으로 어떠한 작품들이 연주되었고 이에 대한 현지에서의 관객들 반응은 어떠했나요?

 

첫째날에는 최우정, 홍성지, 김희라, 이도훈, 하종태, 탁현욱, 주시열등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및 신예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연주되었는데 우선 악기 편성이 그동안 자주 포함되었던 현악기, 피아노는 물론, 풀륫, 베이스 클라리넷, 기타, 비브라폰등의 타악기와 성악, 나레이션까지 선보여 각 작품들이 무척 개성이 있고 독특하다는 반응을 얻었습니다. 또한 주제가 다양해서 우리 주위를 둘러싼 공간과 사람과의 관계를 작곡가만의 독특한 어법으로 표현한 주시열의 <눈위를 걷는다는 것은>, 소리의 감각적인 파동 현상을 풀륫과 두 대의 클라리넷으로 표현한 독특한 작품, 탁현욱의 <파동>, 소리 구조의 반복적인 진행의 새로운 접근 방식을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섬세하고 다양한 음색 결합으로 발전시킨 김희라의 <....을 향해서>, 슈베르트의 가곡을 현대적으로 흥미롭게 변형시킨 이도훈의 <Rastlose  Liebe>,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못을 망치로 치는 소리를 매우 극적으로 완성도 있게 표현한 홍성지의 < Estavrosan>, 그리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린 후의 고요함을 내적인 사운드의 지속성으로 표현한 하종태의 <Crucifixus>, 마릴린 몬로에 대한 독일 작가의 시를 독어의 나레이션과 (Christian Steyer), 소프라노, 기타, 타악기, 풀륫등이 결합된  매우 섬세하고도 연극적인 작품인 최우정의 <Marilysses> 등 매우 다른 주제와 표현방식으로 한국의 살아있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청중들이 매우 흥미롭게 감상하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10월 30일 둘째날 29일 출연진과 작곡가들 

 

둘째날 공연에서는 한국 전통악기인 가야금, 거문고, 대금, 아쟁, 장구, 징등의 악기들이 서양악기인 풀륫, 첼로, 피아노 등과 결합하여 매우 다양하면서도 에너지 가득한 곡들을 선보여 청중들로부터 새롭다, 혁신적이다, 악기들의 결합이 흥미롭다는 등 폭발적인 관심과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고요함속에 내적으로 빛나는 가야금 독주곡 이건용 작곡의 <별과 시>, 산조 아쟁의 독특하고도 살아있는 듯한 소리의 에너지가 정교하고 명징한 피아노, 첼로 사운드와 결합해 새로운 음향 세계의 에너지를 분출한 임준희의 <댄싱산조 4>, 불새의 날개짓 같이 자유롭게 포효하는 대금 독주곡, 정혁의 <불새>, 산조 가야금의 즉흥성과 현대성이 강조된 김상진의 < 빛, 가락>, 대금과 피아노의 결합으로 한국인의 한의 정서를 완성도 있게 표현한 김대성의 <풀꽃>, 가야금과 첼로를 통해 불꽃의 욕망, 아름다움, 역동성을 화려하게 표현한 김성국의 < 삼색화>, 풀륫과 대금, 첼로의 결합으로 표현된 섬세하고도 매력적인 작품, 최지운의 <파동>, 한국농악 장단의 폭발하는 듯한 에너지를 거문고와 쇠(쾡과리), 장구를 통해  역동적으로 표현하여 이 날 공연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한 이귀숙의 < Perpetual Motion> 까지 한국의 살아있는 작곡가들의 현재의 모든 것을 보여준 공연으로 청중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악기들이 매우 긴장감이 있고 내면적으로 응축된 사운드를 지니고 있는 반면 서양악기들은 외향적이면서 안정된 사운드를 지니고 있어 이 두 매체의 결합은 오히려 매우 실험적이면서도 흥미로운 현대 음악 작품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작곡가 최지운, 이귀숙, 임준희, 정혁, 김상진

 

이전의 음악제에 비해 특별한 점이나 달라진 환경 등이 있었나요? 

 

 이번 연주회를 총괄 기획하고 지난 4년간 이 페스티벌을 주도해 왔던 주 독일 한국문화원의 이정일 기획 실장로부터 해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 페스티벌에 대한 독일 청중들의 관심이 높아져 이번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에 객석이 가장 많이 가득 찼고 호응도 가장 좋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페스티벌이 특별히 의미 있었던 점은 그동안 많은 해외 공연들이 무료로 개최되었던 것에 비해 올해에는 티켓 판매 공연으로 전환해 페스티벌을 개최했는데 많은 독일 청중들이 관심을 가지고 직접 티켓을 구입해 객석을 가득 메웠기에 더욱 특별했다고 생각됩니다.

 

 

베를린 공연후에 독일 에센 폴크방 대학과 한예종 대학과의 교류 공연도 있었지요? 현지에서의 분위기와 반응은 어땠나요?

 

베를린 공연 후 11월 3일 5시에는 학생작품 발표회로 에센 폴크방 대학 학생 작품과 우리학교 학생 작품, 그리고 8시에는 폴크방 대학 교수 작품과 한국의 교수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최첨단의 현대음악적인 기술과 테크닉과 영성과 고유성등이 어우러진 매우 독특하고도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그런 의미있는 음악회였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한국악기들의 소리와 주법에 관한 청중들의 특별한 관심과 호기심을 접하면서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새로운 것이다”라는 말을 확인했다고나 할까요? 이 교류 음악회를 위해 수년동안 애써 주신 에센 폴크방 대학의 귄터 슈타인케 교수님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해외 교류의 향후 계획은?

 

해외 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문화와 예술에 대한 존경심과 이해 그리고 지속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서로의 예술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인데 여기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예산 확보의 문제이고 특히 이러한 순수 창작음악의 발전을 위해선 국가의 특별한 의지와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겠지요. 독일의 경우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이야말로 미래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원천임을 인식하고 다른 지원들이 삭감되더라도 순수예술을 최우선으로 지원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문화 예술에 대한 예산 지원에도 그러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창작음악 페스티벌이나 대학간의 교류사업들은 앞으로 어떠한 예산상의 어려움이 있어도 꼭 지속해야 할 사업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우수한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유럽 곳곳에서 매력적인 예술작품으로 연주되고 환영 받는날이 꼭 올 것이라 확신하며 저 또한 이러한 예술적 발전과 확장을 위해 헌신하고자 합니다. 

 

환호하는 베를린 청중들에게서 한국 현대음악 진출의 충분한 가능성 확인 (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