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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칼럼] 안양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시민 지원으로 활짝 꽃 피워야죠

시민 기부가 정신의 비타민, 문화 자긍심으로 환원될 것 

K-Classic News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

 

박인수 안양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 예술감독 

 

정부, 지역 문화가 살아나는 정책 구현 


정부의 문화 정책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중앙 집권적인 문화의 하향 평준화에서 벗어나 향토성의 지역 문화를 살리는 방향이다. 급격한 도시화로 전통의 매력과 정체성을 잃어가는 획일적인 문화 구조를 혁신하려는 의도다. 또 다른 하나는 K-POP, BTS의 대중 한류를 넘어서 본격적인 K콘텐츠 수출이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제 경쟁력을 갖게 함으로써 산업과의 시너지도 불러  올것이란 전략이다.  

 

전자의 향토성 개발은 인구 소멸과 저출산 위기의 극복에 문화가 소통이자 지역 공동체의 힘이란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해 수상한 금산군의 경우도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인기를 끌면서 대안학교에 학생이 몰려든 사례가 소개된 바 있다.   

 

수도권에서 가장 근거리에 있는 안양은 전통적으로 포도와 온천으로 인기를 누렸지만, 근자에 평촌 등 위성도시들의 아파트 숲이 조성이 되면서 예전 분위기와는 달라졌다. 때문에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서 오케스트라의 역할은  문화 가교이자 중심 축으로서의 역할이 매우 크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오케스트라에 어마한 예산을 넣어 도시의 상징으로 삼는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뿐만 아니라 무용, 뮤지컬, 오페라까지 담아내는 종합 그릇이 오케스트라다. 

 

특히 청소년 시절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거나 클래식에 심취한 학생들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클래식의 특성상 공부도 잘 한다. 언젠가 S대에 수석 입학한 학생이 클래식은 장시간 들어야 함으로 인내력이 향상되어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팝과는 정서가 반대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게임에 빠진 아이들도 클래식이 안정에 도움을 준다. 

 

이처럼 음악이 주는 감화가 너무나 강해 아르헨티나에서는 마약, 총칼 등의 불온한 청소년들에게 엘 시스테마(El Sistema) 오케스트라 운동을 펼처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꿈의 오케스트라 운동'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100 세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의  오케스트라 그림 

 

오케스트라에 시민 지원 문화 성숙도와 직결된다 

 

오케스트라는 크게 두 측면으로 나뉜다. '음악'과 '경영'이다. 음악적인 완성도는 지휘자의 책임이지만 운영은 경영자의 몫이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는 확연하게 구분되어 았지만, 민간오케스트라에서는 재정적 어려움 탓으로 전문 경영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전국의 시립교향악단들이 수십억을 쓰는 것이지만, 시 재정이 감당하지 못할 경우, 시민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한 번은 주빈 메타가 LA 심포니 예술감독으로 있을 때 바그너 축제를 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하자,  시에 재정 보증을 요구했는데, 시민들이 자존심 상한다며 성금을 내어  축제를 성대하게 펼쳤다고 하니 이 얼마나 부러운 상황인가.  

 

안양필은 올해 17년을 맞았다. 그간의 땀 흘림과 실적 평가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변곡점을 맞아야 할 타이밍이다.  이에 K클래식조직위원회와 한국예술비평가회는 안양필을 지역 베스트 오케스트라로 선정하고,  경영, 행정 자문을 하면서 격상된 오케스트라로 발전했으면 한다.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 소상공인, 지역 소사이티와의 연계로 오케스트라의 진정한 주인이 안양 시민이란 것을 알릴 계획이다. 지난해 충남 당진에서도  시민오케스트라가 창단되었고 대전에서는 청년오케스트라가 창단 되어 오케스트라가 도시의 자랑으로 떠 오르고 있다.  

 

박인수 지휘자 고향을 위해 훌륭한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키고 싶다 

 

박인수 지휘자 겸 예술감독은 '음악의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 것은 자신의 몫이지만, 경영은 능력 밖이다' 라며, 비평가협회의 자문을 환영한다며 반겼다. 박지휘자는 오는 6월에 롯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내년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공연을 올린다. 그는 서울대 음대를 나와 독일에서 클라리넷을 유학하고,  광주시향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은퇴 후에 곧장 고향으로 와서 오케스트라를 시작했다. 올해 17년이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오케스트라에 격려와 성원을 보낸 것에 깊이 감사를 한다고 했다. 

 

KBS 교향악단, 서울시향이 100억원이 훌쩍 넘는 예산을 쓰고, 지방 오케스트라들 조차 30억~60억의 예산을 집행하는 만큼, 안양필하모닉이 시민 기부금에 의해 지역 오케스트라의 1/5 이라도 확보할 수 있는 메세나 운동이 펼쳐졌으면 한다. 오케스트라 상수원의 수혜자가  바로 시민이기에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오감을 키우는 이가 행복한 삶은 영위한다  

 

비평가협회는 지역 오피니들과의 만남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면서. 기부문화의 툴을 개발할 것이다. 오케스트라에 귀가 열리면, 문화 복지 혜택을 일생 누린다.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문화 생활을 통해 예술의 멋과, 영혼의 깊은 교감을 누리게 되니 더 기쁜 삶을 산다. 

 

인간의 오감(五感)은 생존을 위한 필수이지만, 생존을 넘어 존재하는 또 하나의 오감은 인생의 격조를 높인다. 전시장이나 음악회에 가는 것에는 이해와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평생 공연장 한번 찾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음악가의 집, 세 집 건너 한 집은 반드시 자녀가 음악을 전공하는 것만 보아도 음악의 감화력이 어떠한가를 잘 알수 있다. 

 

그렇다. 눈 한송이의 무게는 가볍지만 쌓이면 지붕을 내려 앉게 하듯이, 예술이 쌓이면 상상력에 꽃을 피우고 독창적인 세상을 열어 준다. 인간의 상당한 것을 AI가 대신 해주는 시대를 맞아 오감을 높이는 것이야 말로 잘사는 것의 기준이 된다. 안양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시민에 의해 시민오케스트라로 성장하는 시대를 열어야 하는 이유다. 문화로 행복한 도시 안양을 가꾸는데 오케스트라의 보유는 도시의 상징적 브랜드가 된다.  어떤 오케스트라를 가졌느냐가? 어떤 건물이 있느냐? 보다 더 중요한 핵심 가치가 되니 시민의 정성으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좌} 박인수 지휘자, (우) 탁계석 비평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