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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가가 빚어낸 색의 비밀…서울공예박물관 아카이브 특별전 '손으로 빚어낸 팔레트' 개최

노경조(도자), 이병찬(염색), 김헌철(유리)의 ‘색’ 과 관련한 아카이브 자료 850여 점 전시

 

K-Classic News 기자 | 서울공예박물관은 오는 10월 31일부터 내년 5월 2일까지 아카이브 기획전시《손으로 빚어낸 팔레트 The Palettes: Exploring Colors for Crafting》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공예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색(色)을 연구하고 실험한 과정’을 기록한 아카이브 자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번 전시에서는▴노경조(도자공예) ▴이병찬(염색공예) ▴김헌철(유리공예) 등 세 분야의 공예가들이 자신이 원하는 색을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자연에서 색을 빚어내는 과정을 탐구하고, 작품에 담아낸 색채의 의미를 조명한다. 각 연구과정에서 만들어진 도자·유리 시편과 재료, 실험 노트와 도구 등 아카이브 자료 850여점이 전시된다.

 

도자공예가 노경조(1951년생)는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기법과 색감이 담긴 작품을 제작했다. 특히 서로 다른 흙들을 섞어 청자에 무늬를 만들던 고려시대의 ‘연리문(練理紋)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작품 '연리문 합'과 함께 405점의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인다.

 

다양한 흙과 유약의 관계를 연구하며 색상의 변화와 질감에 대해 실험을 거듭해온 노경조는 2023년, 도자 원료, 유약의 배합 성분과 함량, 연소 방식, 가마 온도 등을 달리하여 구워낸 도자 시편 등 아카이브 자료 794점과 작품 12점을 기증한 바 있다.

 

염색연구가 이병찬(1932년생)은 옛 문헌에 기록된 한국 전통 염색 기법을 복원하고 우리의 색을 재현하기 위해 반평생을 색(色) 연구에 매진해 왔다. 염료로 쓰일 식물을 찾아 전국을 누비고 이를 활용한 식물염색 실험을 반복하며 식물 염색 분야에 귀중한 성과를 쌓았다.

 

특히 10여 년에 걸친 연구 끝에 우리 고유의 쪽빛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이병찬은 ’92년 독일, 프랑스 등 해외 학회에 발표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평생 모아온 쪽, 잇꽃, 참느릅나무 등 다양한 식물 염색 재료를 비롯해 염색 시험 자료와 작업 노트, 필름 자료 등 170여 점을 공개한다.

 

유리공예가 김헌철(1978년생)은 ‘블로잉 기법’(유리를 파이프에 말아 입으로 불어내는 기법)을 통해 미술과 공예의 경계를 허무는 유리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맑고 투명한 유리의 광학적 특성을 활용하여 빛과 색을 다채롭게 표현한 283점의 유리 시편을 전시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준비한 유리 색 실험 아카이브 전량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했다.

 

한편 ‘색을 담아 가는 가게’를 컨셉으로 하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다양한 전시자료를 보다 가까이에서 직접 열람할 수 있으며, 전시 말미에 마련된 공간에서 색 구슬을 꿰어 작은 장신구를 자유롭게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공예아카이브실은 공예 작가와 장인들이 작품 제작과정에서 생산하는 기록물(재료·도구・도안·설계도면·영상・사진 등)을 조사・연구・수집·수장·관리하는 공개형 수장고로, 매년 1회 이상 기획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카이브실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연희 아키비스트(archivist)는 “이번 전시는 공예가들의 작품에 나타난 색이 우연의 결과가 아닌 끊임없는 노력의 시간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히며, “마치 작가만의 고유한 색들을 채워놓은 팔레트와 같은 다채로운 자료 속에서 그 집념의 실험 과정을 엿보고, 관람객 역시 자신만의 색을 찾아 마음속에 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