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K클래식 회장 |
이병욱 작곡가가 청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23일 홍천 문화예술회관
앙상블이란 기악이든 성악이든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 개성의 자기 캐릭터와 단체를 끊임없이 조절, 조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음악적인 이유가 큰 것이지만 그 못지 않게 운영상의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솔리스트들이 앙상블을 통해서 새 레퍼토리를 소화하고, 완성도 높은 앙상블을 지속하는 것이 그래서 쉽지 않은 과정이 요구된다. 그런만큼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유독 솔리스트 중심 사고가 지배적인 우리나라 풍토에서 한국의 앙상블이 시작은 있으나 해를 넘기지 못하거나 단명하는 것은 이를 잘 증명한다. 가히 가시밭길이다. 때문에 5년, 10년, 20년 된 앙상블이 과연 몇개나 있나지를 검색해 보면 답이 나온다.
성악에 국한해서 보자. 30년된 '솔리스트 앙상블'이란 단체가 있지만 솔직히 이것은 성악 동창회 성격이어서 본질적 범주에 넣기는 좀 어렵다. 그래도 이런 역사가 얼마나 대단한가. 시장도 형성되고 지역에서도 투어 연주를 하면서 한국 성악의 자존심 격으로 뿌리 내렸지 않은가. 이런 단체가 또 있는가 말이다. 한 때 깐딴테 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물론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필자도 아리랑 깐딴테를 작명해 준 적이 있다. 이후 양재무 예술감독의 '이 마에스트리'가 창작 작품을 만들어 해외 공연의 폭을 넓히면서, 우리 K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 지원을 넘어서 이런 수준의 단체는 기업이 가세해 K-POP, BTS에 넥스트 버전으로 키워야 한다. 수조원을 벌고 있는 K푸드. K방산과의 연계가 필요한 지점이다. 때마침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우리 예술 전반이 상승기류에 있지 않은가!
연장선에서 '몰토뉴보이스 앙상블'(예술감독 김은혜, 작곡가)이 어떤 정체성과 색깔, 지향점을 향할 것인가? 그 출발선에서 깊이 생각해야 한다. 어찌해서든 청중들이 좋아하는 앙상블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다. 특히 김은혜 예술감독이 작곡가여서 창작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기존의 낡고 낡은 성악의 흐름에, 기존 틀을 부수고 치고 나가는 혁신이라면 새로운 기류를 형성할 수 있다. 가뭄이 들면 심각한 것처럼 성악에 신선한 영양가가 너무 결핍되어 있다. 열린음악회도 너무 진부하다. 한 시절 풍미했던 스타 레퍼토리도 시들해졌다. 그러니 임영웅에만 몰빵하는 것을 두고만 볼 것인가! 시장을 깨우고 신선한 호흡을 불어 넣어야 한다. 그 책무를 몰토가 맡은 것이라 본다.
필자는 지난주에 마산 합포만 현대음악제를 다녀왔다. 예산이 부족해 그렇게 풍성하진 못했으나프로그램은 알찼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았으니 자랑할만 하지 않은가. 여기에 초청을 받아 온 로데 앙상블은 폴란드를 주축으로 구성된 앙상블인데 20년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 9번째 방문이라고 한다. 이번에도 인천, 대구, 마산 축제에 온 것이다. 이들 앙상블은 몸에서 부터 우러 나오고, 그래서 작품 소화 능력이 일품이었다. 오브리 개념의 우리 연주가들이 순간 만나서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을 가지고 있었다. 열정과 작품 해석에서 프로 냄새가 물씬했다. 이런게 앙상블이다. 소문난 맛집만 그런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 전반의 수준이 높아졌다. 고객 만족이 되면 계속 부르고 시장이 된다.
지난달 서초문화원장을 만났더니 자신들이 몇번 기획 연주하며 띄웠더니 요즈음은 하루 2건 3건의 신청이 들어 오는 날이 있다고 했다. 결국 홍보가 되면 브랜드를 본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머리 아픈 세상에 브랜드 마케팅만이 먹혀 들어간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누군가 만드는 것은 쉽지만 깨지는 것은 더 쉽다고 했던가. 때문에 정확한 방향과 끓어 오늘때 까지 버티고 참고 인내하면서 하는 단합이 관건이다. 그럼 몰토뉴~는 언제까지? 얼마나 높게? 기술못지 않게 뭘하려는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서로 토론을 쌓아야 한다.
홍천의 보물 이병욱 작곡가를 관광 브랜드로~ (KBS 녹화 촬영 중인 홍천 마리소리골 박물관)
그리해서 무대 마다 깜짝 깜짝 놀라고, 청중들의 웅성거림이 있고, 몰토뉴~가 잘한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앙상블이 되었으면 한다. 이렇게 되려면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고, 생활도 해야 하고, 대중의 유혹과 예술성 사이에서 줄 당기기도 해야한다. 팀웍과 음악적 융합에서 강한 리더쉽이 요구 되는 이유다. 오죽하면 세계 유명 앙상불 단체가 비행기를 타도 옆에 함께 앉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이번 작곡가 이병욱의 창작 여행 '한숨 돌려도 괜찮네'는 성공적인 공연이다. 그 내용과 컨셉에 직접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짜고 기획을 통해 청중에게 감동을 전달했다.
운좋게 KBS방송이 녹화해서 전국 방송을 송출할 것이 하니 몰토가 유명해지지 않겠는가. 바로 창작이기 때문이고 유명 원로 작곡가를 다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마도 몰토뉴~!가 이 공연을 하면서 원로의 품에서 베어나는 원숙한 경지와 아우라를 맛 보았다면 이들은 개런티 받은것 보다 몇 배의 인생 로드를 배운 것이라고 본다.
양적 풍만을 넘어 하루에도 수천건의 공연과 이벤트, 축제가 넘쳐난다. 결국 프로만 살아 남는다. 너무 오랫동안 성악 밭을 묵혀 놓고 갈지 않았다. 손 가락에 꼽을 레퍼토리 몇 개를 가지고
18번 노래방처럼 써오지 않았는가. 그 사이 동호인 성악가가 성악을 대신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크게 성악계가 반성할 부분이다. 몰토뉴~의 반전카드가 어떤 파격을 가져 올 것인가. 5년 아니, 10년 , 20년, 좋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단체이기를 바란다. 개발한 창작 곡에서 대박 상품도 나왔으면 한다. 비평가의 관심이 정확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심기일전의 각오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