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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학의 문화노트] 상업적 시각으로 다시 바라본 서양 예술사. 신고전주의(Neo-classicism)

3. “클래식,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의 대명사!”

K-Classic News  황순학 교수|

 

“클래식(Classic)의 현대적 해석은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랜드 중 하나는 기교를 최소화하고 절제의 미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한 스타일이며, 미니멀리즘은 이제 인테리어, 패션, 건축, 심지어는 단순하게 살기를 추구하는 삶의 철학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다음 이미지처럼 요즘 카페 인테리어 디자인은 대부분 미니멀리즘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최소한의 단순한 요소 한 가지로만 최신 트랜드인 미니멀리즘을 정의하기란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이런 부족한 느낌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18세기 신고전주의가 지향한 고전적 아름다움인 클래식(Classic)이라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미니멀리즘이란 의미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
  
평소 우리 사회에서 클래식(Classic)이라는 용어를 떠올릴 때, 주로 연상되는 의미는 프랑스어 클리셰(Cliché)가 아닐까 싶다.  프랑스어 클리셰는 진부한 표현이나 고정관념을 뜻하며, 주로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진부한 장면이나 판에 박힌 대화 등을 뜻하는 부정적 느낌의 용어이기에, 우리 사회에서 클래식 또는 고전적이라는 용어는 진부하거나 고리타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클래식(Classic)의 어원은 고대 로마의 세르비우스 툴리우스 왕 (Servius Tullius, 기원전 578~35) 시대에 구분된 시민의 6계급 중 최상급을 지칭하던 ‘최상의 지배층에 속하는’이라는 뜻의 라틴어 클라식쿠스 (Classicus)에서 유래했다. 

 

이것이 나중에 유럽 사회에서 최상의 등급에 속하는 예술상의 걸작을 뜻하게 되며, 몇 세기가 지나도 그 가치가 지속되고, 후대에도 영원한 모범으로서 추앙되는 고전 작품 즉 ‘변하지 않을 아름다움’을 뜻하게 된다. 이 점에서 ‘변하지 않을 아름다움’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가 클래식이며, 진정한 미니멀리즘의 마름다움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클래식한 요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이러한 클레식의 의미와 요소를 잘 설명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불가리(Bvigari)이다. 1884년 그리스 출신의 재능 있는 은세공 장인이었던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ulgari)가 이탈리아로 건너와 로마에서 설립한 이 브랜드는 그리스와 로마 양식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빠르게 자리매김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수년에 걸쳐 진화해 온 불가리는 과거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주의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생동감 넘치는 색상 조합, 세련된 균형을 갖춘 볼륨감,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주의적 기원을 기념하는 틀림없는 모티프가 특징인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 왔다. 

 

이처럼 자신들만의 역사적이면서도 문화적 전통을 잊지 않은 불가리는 글로벌 주얼리의 규칙을 다시 쓸 수 있는 혁신을 선보였으며, 현대 디자인의 아이콘이 된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적으로 선보이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처음 시스티나 거리(Via Sistina)에 매장을 오픈한 후, 콘도티 거리(Via Condotti)가 당시 관광객 전용 공간으로 붐비게 되자 불가리는 콘도티 거리에 새로운 판매 지점을 개장한다. 아버지의 브랜드 관리를 지원할 준비가 된 조르지오 불가리(Giorgio Bulgari)와 코스탄티노 불가리(Constantino Bulgari)는 은세공 기술에 관한 직관적 상상력이 풍부했던 이들은 그 순간부터 판매 저갹을 세롭게 정비해 당시 관광객들로 인기가 높은 구매품인 보석류 제작을 자신들만의 은세공 전통을 활용하여 최고급 보석류 사업 분야에 집중해 전통적인 그랜드 투어를 위해 로마를 방문하는 영국 관광객들을 이목을 사로잡아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ulgari)의 높은 완성도와 아름다움을 갖춘 은세공 작품들은 높은 평가를 받으며 메종의 성공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

 

초창기 불가리는 여전히 ​​전통적인 이름다움으로 평가받던 프랑스 양식의 디자인을 반영하고 있으며,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를 아르데코의 양식화된 기하학적 결합으로 내놓는다. 당시 국제 예술 운동, 특히 파리에서 디자인 컨셉을 찾았다. 독특하고 복잡한 원뿔 모양의 불가리의 골드 브레이슬릿은 당시로서는 독특한 디자인적 발견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1940년대부터 불가리는 절묘한 방향 전환을 통해 이탈리안 스타일을 창조하는데, 그것은 고대 로마의 동전에서 영감을 얻은 옐로우 골드가 빚어내는 태양광 효과를 특징으로 하는 다음의 반지와

 

고대 로마 양식의 세르펜트(뱀:Serpenti) 디자인의 구불구불한 나선형을 모던한 느낌의 심플한 디자인으로 그들만의 미니멀리즘적 요소를 도입해 자신들의 시스니처 스타일을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1948년에 시작된 세르펜트 라인은 불가리의 컬렉션 중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제품이며, 영원한 사랑이라는 의미가 있다.

 

고대 로마 시대 로마에 온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착용했던 뱀을 형상화한 팔찌를 기반으로 디자인되었으며, 굉장히 화려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클레오파트라 배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는 클레오파트라 촬영장에서 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든 불가리 뱀 시계를 착용했고 , 당연히 아무도 시대착오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다 한다. 

 

 

뛰어난 기술 엔지니어링 덕분에 이 호화로운 보석은 감각적이고 생생한 느낌을 준다. 불가리의 숙련된 장인들은 몇 년 동안 훈련을 받아 일부 모델의 경우 최대 5m에 달하는 금 스트립을 적절한 긴장도로 가공하는 복잡한 기술을 익힌다.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1970년대 세르펜트(Serpenti) 보석은 고대의 고전적 양식을 기반으로 모던한 느낌의 나선형 코일과 매끈한 다이얼로 엄격하게 축소된 추상적 모더니스트 즉 미니멀리즘 형태로 진화했다. 이 유연한 재질의 팔찌는 금의 독특한 연성을 이용하는 것으로, 촉각적 즐거움과 시각적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한다. 불가리의 금과 은세공에 대한 숙련도는 보석이 몸에 딱 맞게 무게가 실리고, 관절이 있고, 균형을 이루며, 착용자가 금속의 독특한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다음의 디자인은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으로 정평이 난 제품이다.

 

중요한 보석을 열정적으로 수집한 앤디 워홀은 20세기 불가리 디자인을 특징짓는 예술적 규율과 비전에 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그는 “로마에 있을 때면 항상 불가리를 방문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가장 중요한 현대 미술 박물관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불가리가 갖는 현대 미술적 요소의 이면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추구한 고전주의 즉 클래식함이 숨겨져 있다는 점이다. 

 

불가리가 항상 호화롭고 착용 가능하며 추상적인 보석을 창조해 온 사려 깊은 방식의 기반은 과거의 역사적 문화적 기반 위에서 색상과 역사적 형태를 활용하는 세련되고 단순한 공식을 보여주며, 불가리는 대담한 색상, 지적 규율, 뛰어난 기술을 사용하여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 느낌의 보석을 발명했다는 점이다. 니콜라 불가리가 말했듯이, “우리는 항상 더 나은 것을 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더 나은 것은 항상 지나온 과거의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힘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의 미니멀리즘은 갑자기 태어난 것이 아닌,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탄생한 고전주의 그리고 이것을 재해석한 르네상스 예술 그리고 르네상스를 또다시 재해석한 신고전주의 예술로 계속 진화해 온 것이다. 즉 ‘변하지 않을 아름다움’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가 클래식이며, 진정한 미니멀리즘적 마름다움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클래식한 요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클래식은 진부한 것이 아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 클래식이라 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