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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경 시 순례] 계요등

K-Classic News 석연경 시인 기자 |

 

 

계요등
                 석연경

 

여름을 어떻게 견디는지
별 하나가 가슴속으로 떨어진다

 

이제는 잔별이 모이고 모여
사람의 숲속에 별 가득하니
별보다 작은 마음들이
저물어가는 저녁을
환하게 밝힌다

 

여름 한낮 목마른 계요등
눈송이 뽀얗게 묻힌 채
이제 가을이 올 것이라고
이제 당신이 따 먹을
달짝지근한 열매가
붉은 별로 알알이
당신의 가을을 깜박이고 있을 거라고

 

가서 말하라
독한 내 냄새는 
당신께만 드리고자 하는 내 마음이니
오르지 못할 것이 어딨나
온몸 둘둘 말아
시든 나무도 촉촉이 살리는
잔별들 마음이 붉디붉다

 

이 저녁 계요등 별
가을에게로 총총 뜬다

 

 

- 석연경, 『섬광, 쇄빙선』

 

 

석연경 시인 문학평론가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 『둥근 거울』, 『우주의 정원』이 있고 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가 있음.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