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석연경 기자 | 선암사 와송 석연경 위를 향해 뻗어갈 줄 몰라서가 아니다 땅에 엎드려도 육백 오십 년 편안하더라 낮추어라 그래도 괜찮다 아무 일 없다 바로 아래가 바닥인데 절벽에 매달린 줄 알고 사투를 벌이던 눈먼 이 이야기 내려놓아라 한 줄기에서 나온 두 가지 한 가지는 구불거리며 서있고 한 가지는 땅에 닿을 듯 누워서 꿈틀거리며 솔향을 전한다 펼쳐진 잔가지 끝은 우람한 대웅전 치미 전각의 위엄을 뿜어내는 와불이여 - 석연경, 『둥근 거울』 석연경 시인 문학평론가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 『둥근 거울』, 『우주의 정원』이 있고 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가 있음.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K-Classic News 석연경 시인 기자 | 계요등 석연경 여름을 어떻게 견디는지 별 하나가 가슴속으로 떨어진다 이제는 잔별이 모이고 모여 사람의 숲속에 별 가득하니 별보다 작은 마음들이 저물어가는 저녁을 환하게 밝힌다 여름 한낮 목마른 계요등 눈송이 뽀얗게 묻힌 채 이제 가을이 올 것이라고 이제 당신이 따 먹을 달짝지근한 열매가 붉은 별로 알알이 당신의 가을을 깜박이고 있을 거라고 가서 말하라 독한 내 냄새는 당신께만 드리고자 하는 내 마음이니 오르지 못할 것이 어딨나 온몸 둘둘 말아 시든 나무도 촉촉이 살리는 잔별들 마음이 붉디붉다 이 저녁 계요등 별 가을에게로 총총 뜬다 - 석연경, 『섬광, 쇄빙선』 석연경 시인 문학평론가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 『둥근 거울』, 『우주의 정원』이 있고 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가 있음.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소장
K-Classic News 석연경 시인 기자 | 밤 순천만 석연경 순천만 밤 펄을 마주한 사람은 안다 젖는다는 것 젖어 있다는 것은 온몸으로 사랑하는 일 햇빛 어둠 달빛 온몸을 내어주고 그저 그 사람이 되는 일 그 사람을 아는 일 바위마저 바람에라도 젖어 온몸으로 사랑하는 순천만의 밤 마주치는 것 몸을 맞대는 것 그리하여 두 눈 맞추고 갈대처럼 어우러져 어깨춤 추는 융숭한 한세상 순천만 밤 펄을 보면 알리라 젖어 있을 때라야 사랑이라는 것을 -석연경 시집 『독수리의 날들』 중
K-Classic News 석연경 시인 | 두충나무가 있는 풍경 석연경 장마가 오신다 그 겨울 빈 가지였던 두충나무는 물빛 차오르는 칠월에는 무성하신가 진눈깨비 맞던 비구니 작고 낡은 털신은 이제 긴 처마 아래서 뽀송한 채 빗소리를 듣고 있는가 극락전 옆에서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던 관음석불은 함박눈에나 장맛비에나 합장 한 번에 중생 소원 다 들어주고 있으신가 그 겨울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묵묵히 경내를 지키던 두충나무 빈 가지에 잠시 머무르다 간 새 한 마리 푸른 날개를 다듬다가 천둥소리에 사무쳐 머나먼 산 너머 두충나무가 있는 풍경으로 날아가네 빗소리는 적막보다 환하고 석연경 시인, 문학평론가 시집『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푸른 벽을 세우다』가 있음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