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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귀와 눈은 서로 친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귀와 눈을 이산가족 만들어 서야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어디 술잔만이겠는가? 눈과 귀도 서로 권해야 한다. 생각보다 눈과 귀는 가까이 있지만 거리가 멀다. 평생 모른 체 딴청하며 사는 경우가 많다.

 

항시 앞장서서 시대를 이끌어 주었던 미술사에서 음악은 늘 한 수를 배워 오늘에 이르렀다. 치고 나가는 파격과 독창성에서 미술이 빠르다. 이에 비해 악보를 놓고 재연(再演)을 주로 하는 클래식의 경우 시대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

 

귀와 눈이 서로 대화하면서 작가들의 영감을 읽어 내는 것은 작품을 쓰는 사람에게도 중요하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의 카테고리 영역 표시에 짙고 강한 것 같다.  그림 하는 사람은 음악회 안 오고, 음악하는 사람 전시장 안 간다. 예술의전당 바로 길 건너에 쇼윈도에서 그림이 보이지만 100명의 행인 중 문 열고 들어오는 이가 1%가 체 못된다.

 

스페인이나 러시아 등에서 보면 맛집 줄 서듯 장사진이다. 언제 이같은 세상이 우리에게도 올까?소득 3만불을 지났다지만 여전히 먹고 마시는 생활 오감은 발달했으나  예술 오감은 늦기만 하다.  한번은 택시 기사가 클래식을 틀어 놓았길래 대화가 되었는데, 승객 10분에 9분은 채널을 돌려 달라고 한다. 우린 그동안 뭘했나? 이렇게 해서 소비시장이 길러질까?

 

손을 내미는 도우미가 필요하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 보면 보고 싶어지는 오감(五感) 발달이 자식이나 손자, 손녀에게까지 유전자로 이어진다는 것을 안다면 한 번쯤 용기를 낼수도 있을 것 같다.

 

예술은 사치품이 아니라 생필품이라는 영국 노동당수의 말이 귀에 윙윙거린다. 일생을 두고 손사래 치며 거부했다면, 예술이 혐오자(?)는 아닐진데, 고집을 꺾는 도전도 한번쯤 해봄직 하지 않을까? 손익은 나중에 결산해도 늦지 않을 것이므로.... 귀와 눈이 서로 손을 잡아야 인생은  꽃밭이 된다.  "내려 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본 그 꽃~ 고은 시인의 시에서 힌트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