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박범인 금산 군수에게 K시스테마 기를 전달하는 탁계석 K클래식 회장
한 사회의 미래는 청소년이 어떤 꿈을 꾸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울증과 자살률 세계 1위, 게임·도박·마약 문제의 저연령화, 계층 간 문화 격차의 고착화까지,청소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과제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 다시 주목해야 할 모델이 있다. 바로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한 '엘 시스테마(El Sistema)'다.
총 대신 악기를 들게 한 기적
엘 시스테마는 빈민가 청소년들을 마약과 총기의 거리에서 구해내기 위해 시작된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동이다. 범죄의 유혹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쥐어주었고, 음악이라는 공동체적 언어를 통해 자존감과 규율, 협업의 가치를 심어주었다. 이 운동이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이곳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의 등장이다. 한 명의 음악가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 한 시대의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였다.
한국형 청소년 오케스트라, 그리고 중도 하차의 문제
우리나라에도 약 20여 년 전 이 운동이 도입되며 학생 오케스트라 붐이 일었다. 그러나 운영 과정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거치며 많은 단체들이 좌절과 해체를 경험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꿈의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다시 확산되었지만, 여전히 중도 하차 문제, 공공 지원 의존 구조, 지속 가능한 생태계 부재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엘 시스테마를 넘어, K시스테마로
이러한 한계를 넘어설 대안으로 K-Classic 조직위원회는 엘 시스테마의 정신을 계승하되, 한국의 문화적 DNA를 탑재한 ‘K시스테마’라는 새로운 네이밍과 구심점을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한국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동의 정체성과 주도성 회복을 선언하는 전략적 전환이다. K시스테마는 서구 모델의 모방이 아니라, 한국의 언어·정서·공동체 문화를 음악 교육에 결합해 세계와 차별화된 청소년 오케스트라 모델을 구축하자는 제안이다.
금산, K시스테마의 최적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준 사례가 바로 충남 금산의 ‘별무리 학생 오케스트라(교장:이상찬,지휘: 박영광)’다. 학교의 헌신적인 교육 의지와 주민들의 자발적 성원이 결합해, 이 오케스트라는 무려 3년 연속 베를린 공연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단순한 해외 연주가 아니라, 한국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과 메시지를 가질 수 있음을 입증한 사건이다. 천혜의 청정 자연, 깊은 역사와 정신성을 지닌 금산은 K시스테마의 중심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박범인 군수에게 K시스테마 기(旗)를 전달하며 “금산을 세계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메카로 만들자”는 제안은 상징이 아닌 실천의 선언이다.
공공 지원을 넘어, 주민자치로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공공 예산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주민의 참여, 기업과의 연계, 교육·문화·복지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K시스테마는 좌절한 단체의 재활과 노하우 공유를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다시, 청소년에게 길을 내다
최근 대통령의 정책 지시처럼, 문화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음악을 통해 청소년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가난한 아이들도 동등한 꿈을 꾸게 하는 것—그 해답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구조와 시스템에 있다. 청소년 문제의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총 대신 악기를, 좌절 대신 무대를, 고립 대신 공동체를 제공하는 K시스테마. 금산에서 시작된 이 실험이, 한국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동의 새로운 미래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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