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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노래’ 만든 김은혜 작곡가

음악으로 위로하는 것, 작곡가의 사명이죠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김은정 기자: 곳곳에서 위로와 치유의 콘서트가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인기 4인조 보컬 앙상블 유엔젤보이스가 ‘영웅의 노래’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김은혜 작곡가: 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특히 한 여름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의 땀 흘리는 고마움, 몸을 사리지 않고 불기둥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대원의 헌신, 우리 생활에서 정말 이분들의 희생 없이 우리가 어떻게 살겠습니까? 작곡가로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노래를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위로하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분들은 진정한 오늘의 영웅이란 생각이 듭니다.

 

김은정: 일반적인 가곡이나 콘서트 작품들과는 뭔가 다를 것 같군요.

 

김은혜: 그렇지요. 사회성과 대중성을 반영한 것으로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언어를 개발하는 새로움이 있습니다. 노래만이 아니라 오케스트라가 반주에 머물지 않고 효과를 내고 성악도 솔로, 중창, 대사 처리에다 연기가 붙으니 종합적 성격을 갖게 되지요. 원래는 혼성합창을 생각한 것이지만 이번에 남성 앙상블이 하게 되니까 편곡을 하여 잘 어울리도록 맞춤형 창작을 한 것입니다. 

 

김은정: 극적인 무대가 그려지는 것 같은데요. 쓰리 쾌남에서 홍길동, 봉이 김선달, 임꺽정이란 역사 영웅들의 등장이 매우 이채롭습니다.

 

김은혜: 원래 쓰리 쾌남은 이미 몇 해 전에 탁계석 선생님께서 대본 가사를 준 것이었습니다. 어느 때나 민중은 힘들게 살아가는데 이럴 때마다 영웅들이 나타나 이들의 고통을 들어주고 판타지를 주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으니까요. 때마침 코로나가 와서 이 고전적인 영웅들과 오늘의 영웅이 조우하는 현상으로 나타났으니 탁 선생님의 선견지명이라고나 할까요, ㅎㅎ~

 

고전 영웅과 현대영웅이 만난다.

 

김은정: 각자의 캐릭터를 음악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지요? 무척 흥미를 갖게 합니다.

 

김은혜: 역사적인 인물이 부활하는 것이죠. 이미 대중은 물론 어린이들까지 자기가 가진 인물의 캐릭터는 있지 않습니까? 무엇보다도 대본 속에 어떻게 음악적으로 써야 할지가 다 들어 있었어요. 첫 곡인 <홍길동>에서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에 걸맞은 선율과 화음, 그리고 스윙 춤을 추는듯한 리듬을 사용했어요. 우리의 장단과 서양 리듬 사이에는 서로 통하는 면이 많이 있어요.

 

제가 장구를 7년 정도 배우고 있는데, 우리의 장단에는 굿거리나 자진모리 외에도 다양한 불규칙한 장단과 지역에 따라 다른 특색을 갖는 장단들이 아주 많아요. 어떤 장단들은 서양의 춤 리듬과 유사한 경우도 있어요. 음악적 캐릭터를 말하자면 홍길동의 경우 ‘나아간다~’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이는 상승하는 선율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그리지만, 오케스트라는 반대로 하향하는. 대위적인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김은정: 작곡가의 창작 해설을 듣고 보니 실제 음악에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 같습니다.

 

김은혜: 다음 곡인 <봉이 김선달>은 봉, 봉, 봉으로 시작하는데 완전 3화음으로 울려 퍼지게 1도, 5도 화음으로 시작하다가 선율적 반전을 하는, 결국 봉이는 트릭을 쓰는 캐릭터이기에 반전을 주는 부분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또 대사 치는 장면도 나오는데, “세상 사는 게 너무 힘들다. 언제 힘들지 않은 때가 있었느냐. 머리를 굴려라, 머리를 굴려~ 바꿔, 바꿔!”등의 가사에서는 연기도 하고, 휘파람도 불기도 하고, 조성(調性)도 변하게 됩니다. 정말 코로나 상황과 딱 떨어지는 내용을 탁 선생님께서 몇 년 전에 이미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김은정: 그럼 임꺽정은 어떠합니까?

 

김은혜: 처음 시작은 불협화는 아니지만 디미니시코드로 좀 불편한 화음이죠. 건강하고 우람한 임꺽정은 베이스로 표현했습니다. 솔로 저음의 임꺽정은 오케스트라의 반음계적 진행과 이중주를 이루면서 무게감 있게 중저음으로 노래합니다. 그러니 각자의 캐릭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너무 다르죠. 그러나 하나 공통점은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시대의 영웅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세상이 힘들 때엔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이 희망을 주죠

 

김은정: 노래는 특히 시대를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나라를 잃었을 땐 슬픈 애상조의 노래나 고향, 그리움 등이 많았는데 이번 노래는 힘을 주고 치유가 되겠군요.

 

김은혜: 이 작품 외에도 저의 3막 가족오페라 ‘며느리 방귀 복방귀’의 주요 테마들을 변주한 모음곡도 선을 보입니다. 이현주 작곡가의 ‘모리의 서곡’과 ‘의병 아리랑’, ‘어머니, 아버지’란 작품도 관객을 맞습니다. 모두 어려운 때에 힘의 원천이 되신 분들을 기억하고 회상함으로써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니까요.

 

김은정: 비엔나 왈츠가 전쟁 직후 패전(敗戰)의 참혹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달래기 위해 나왔다고 하니 아이러니라 할까요. 이번 콘서트가 한국형 왈츠나 밝은 칼라의 명곡들이 나오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