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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우리 세대로 끝내고 말 것인가?” 탁계석 K-Classic 회장과의 인터뷰

 “노래를 잃은 민족은 행복을 잃습니다”

K-Classic News 이백화 기자 |

 

(photo: 송인호) 탁계석 K클래식, 한국예술비평가 회장

 

회장님, 요즘 ‘가곡 세대 단절’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정말 그만큼 심각한 상황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 가곡은 위태로운 경계에 서 있습니다. 가곡을 알고 부르던 세대가 점점 사라지고, 다음 세대에게는 거의 전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중·고 교과서에서 가곡이 빠지고, 음악 수업조차 형식화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기쁨, 감정을 표현하는 경험을 잃어버렸어요. 가창은 인간의 기본 감정 표현이자 학습권입니다. 그런데 그 권리가 박탈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가곡 단절의 첫 신호’입니다.

 

 “가곡은 한글의 혼으로 빚어진 정서의 예술입니다”

 

회장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말씀이 “가곡은 한글의 혼이 담긴 예술”이라는 부분인데요, 조금 더 풀어주신다면요?

 

가곡은 우리의 모국어, 한글로 만들어진 예술입니다. ‘그리운 금강산’, ‘가고파’, ‘보리밭’ 같은 곡들이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우리 삶의 정서, 역사, 추억을 품고 있지요. 해방 이후 한국인의 감정선과 함께 성장해온 음악입니다. 가곡은 외국의 아리아와 달리, 우리의 말맛과 억양,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한글의 운율로 만들어진 언어예술이자 음악예술이죠. 저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 DNA’라고 생각합니다.

 

“노래는 정서의 비타민, 삶의 묘약입니다”

 

‘노래를 잃은 민족은 행복을 잃는다’는 표현이 참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노래는 마음의 언어이자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 표현입니다. 노래가 사라지면 감정의 통로가 막히고, 사회의 정서가 메말라갑니다. 가곡을 부르는 일은 단순한 예술 활동이 아닙니다. 서로의 마음을 교류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정신적 행위입니다. 예술이야말로 공동체의 건강을 되살리는 에너지입니다.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일수록 가곡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힘이 절실합니다. 노래는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정서 비타민’, 그리고 인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삶의 묘약’입니다.

 

“K가곡 청소년·대학생 콩쿠르, 세대 잇는 희망의 다리”

 

회장님은 ‘K가곡 청소년·대학생 콩쿠르’를 제안하셨습니다. 구체적인 구상은 어떤가요?

 

지금 필요한 건 말이 아니라 ‘실행’입니다. 청소년들이 무대에서 우리 가곡을 직접 부르며 감정의 언어를 배우고, 예술적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성세대의 역할이 큽니다. 저는 ‘K가곡 기금’을 조성해 청소년 가곡 오디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얼마전 추석 특집으로  KBS의 ‘K가곡 슈퍼스타’ 국제경연에서 외국인 성악가들이 완벽한 한국어 발음으로 가곡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청소년들은 ‘가고파’, ‘보리밭’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가곡은 품격의 예술,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K-POP이 세계를 휩쓰는 시대에 K가곡의 의미는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할까요?

 

K-POP이 대중의 에너지라면, K-GAGOK은 정신의 품격입니다. 한류가 ‘흥’의 문화라면, 가곡은 ‘깊이’의 문화입니다. 청소년들이 가곡을 통해 언어의 아름다움과 정서의 깊이를 배우는 순간, 우리의 문화는 뿌리째 이어집니다. 가곡은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정서 비타민이자, 영혼을 맑히는 묘약입니다. 그리고 이 감동과 감화를 ‘나만의 소유’로 끝내서는 안 됩니다.

 

가곡 동호인이라면 누구나 노래를 통해 받은 감동의 체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그 감화력을 더 많은 문화 소외계층에게 나누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입니다. 지금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문화 체험의 공유가 트렌드입니다. 우리가 사회를 위해 실현해야 할 공동체적 가치이자, 문화예술이 추구해야 할 실천 목표입니다.

 

“가곡, 다시 부르고, 다시 나누자”

 

마지막으로, 가곡 세대를 잇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함께 부르는 문화’가 복원되어야 합니다. 학교, 지역, 동호인 모임, 합창단 등 일상 속에서 가곡을 부르고, 나누고, 기록해야 합니다. 저는 ‘K-Classic Choir’, ‘K-Classic Masterpiece Festival’ 등을 통해 이런 가곡 생태계를 실천해 왔습니다. 이제는 ‘가곡의 세대 계승’이 단체나 개인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예술은 기록을 넘어 존재의 증명입니다. 우리가 이 노래를 남기지 않는다면, 우리 존재도 잊히고 말겠지요. 더 늦기 전에 가곡을 다음 세대의 마음밭에 씨를 뿌려야 하는 것이죠! 

 

탁계석 회장 프로필

 

K-Classic 조직위원회 회장, 예술비평가협회 회장. 한국 가곡 및 K-Classic 운동의 중심 인물로, 대작 칸타타 〈한강〉, 〈Song of Arirang〉, 〈달의 춤〉 등 9편, 오페라 〈소나기〉, 〈메밀꽃 필 무렵〉, 〈바다에 핀 동백〉 등 6편, 가곡 〈오래된 정원〉, 〈독도의 노래〉, 〈목련이여〉, 〈별지기〉, 〈강 건너 불빛이 더 아름답다〉 등 30여 편을 창작하였다. 그는 예술비평가이자 시인, 정책 개발자로서  “예술은 존재의 증명서”라는 철학 아래 K-Classic의 정체성과 세계화를 위한 창조적 문화운동을 이끌고 있다. 

 

 

제 2회 K클래식 마스터피스 페스티벌로 한국대표 6인 작곡가의 K 가곡으로 꾸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