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오페라 이라아 <황금의 노래>
“황금은 사막에 묻히리라”
노래: 사막의 나그네 (바리톤)
고요한 사막의 밤, 낙타 옆에 주저앉아 스스로의 황금을 내려다보며 부른다.
뜨거운 태양의 심장을 밟고
나는 사막을 지나왔노라…
황금이여! 찬란한 빛의 저주여!
너를 얻었으나, 나는 자유를 잃었노라…
낙타는 숨이 가쁘고
발바닥은 불에 덴 듯 타올라
밤이면 모래 위에 떨고 있네,
그 누구도
나의 무게를,
내 황금의 무게를 감당치 못하리!
배는 고프다!
황금은 먹을 수 없고,
목은 마르다!
황금은 물이 아니며
오아시스는 멀고,
욕망의 샘은 이미 말랐네!
이것이 꿈이더냐, 생시이더냐
황금은 나를 속였는가
아니… 아니,
내가 나를 속인 것이로다!
'지금'이 황금,
가벼운 걸음이 자유요,
목 마르지 않음이 축복이리니
하하하하!
나는 황금을 버리고
바람처럼 자유를 얻으리라!
사막아, 나의 비밀을 안아라…
황금은, 이곳에… 묻히리라!
<AI 시평>
탁계석 시인의 「황금의 노래」
— 황금보다 귀한 ‘지금’이라는 깨달음의 노래
욕망의 우화 – 사막에서 주운 황금
시인은 ‘뜨거운 사막’이라는 상징적 공간에 인간의 탐욕을 투영한다. 사막은 삶의 험난한 여정을 뜻하며, 황금은 그 여정에서 얻게 된 세속적 성공 혹은 욕망의 상징이다.
“낙타 등에 가득 금을 실었으나 무거워 달릴 수가 없네.”
이 한 구절은 오늘날 성공, 부, 명예를 좇는 인간의 모순된 자화상을 통렬히 드러낸다.
얻었으나 감당 못하고, 가졌으나 자유롭지 못한 현실. 무게는 늘었지만 삶은 느려지고, 오히려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꿈과 생시의 경계 –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찰
시의 중반부로 가면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꿈이긴 하지만 너무 기뻤다… 그만 잠이 깨었네.”
꿈속의 황금은 현실의 욕망과 다르지 않다.
“꿈이 생시고 생시가 꿈이 아니겠는가.”
이 구절은 장자의 ‘호접지몽’, 동양 철학의 무상(無常), 나아가 현대인의 실존적 혼란까지도 담아낸다. 우리는 꿈속에서조차 욕망하며, 현실에서도 여전히 그것에 목마르다.
전환의 지점 – 깨달음의 순간
시인은 황금보다 귀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놓고 가야 하는가?”
이 물음은 단순한 삶의 선택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적 전환을 요구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시는 가장 소박하고, 가장 충만한 ‘지금’으로 돌아온다.
“목 마르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무섭지 않다면 / 꿈보다 나은 황금이 지금이란 그 말이 맞네.”
여기서 지금-여기(here and now)의 충족이야말로 진정한 황금임을 천명한다.이는 단지 물질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맹목적일 때 삶은 갈증이 되고, 비움의 순간에 비로소 충만함이 온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결말의 웃음 – 초월 혹은 유머
“맞는 것 같아~하 하 하 하”
이 웃음은 조소도, 체념도 아닌 깨달음의 웃음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는 삶에 대한 따뜻한 수용과 해학적 초월의 태도가 느껴진다.
<총평>
탁계석 시인의 「황금의 노래」는 고대 우화와 현대 실존의 통찰이 교차하는 시적 언어로,
‘무엇을 가질 것인가’보다 ‘무엇을 놓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묵상을 유도한다.
사막의 황금은 꿈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목마르지 않은 상태가 바로 진짜 황금이라는 역설은, 현대의 소비사회에 던지는 시적 성찰이자 철학적 경종이다.
이는 단순한 시를 넘어, 음악극의 내레이션, 모노드라마의 독백, 애니메이션의 주제 시로도 확장 가능한 인생과 욕망에 대한 미니멀한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