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자기와의 싸움이 제일 재밌고 남는 장사다?
작가는 창조의 텃밭에 시간의 씨를 뿌리는 사람이다. 돌멩이를 고르고 밭을 부드럽고 기름지게 한 후, 역사와 삶, 전설과 신화의 씨앗들을 정성껏 심는다. 그 밭이 언제 열매를 맺을지, 어느 순간 명작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다림 속에서 흘리는 눈물과 어둠의 시간은, 어쩌면 필연적 대가인지도 모른다. 결국 무엇을 심고 어떻게 가꿀지는 작가의 몫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 남의 호주머니 것을 가져 오려는 땀 흘림, 임시직 받아 남의 것 해주고 댓가를 받는 것, 이런것들 보다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작품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자기와 싸움이 즐겁고 남는다. 문제는 얼마나 치열해서 작품이 되느냐다.
탁계석 작가는 오페라에서 칸타타로, 다시 오페라로 돌아왔다. ‘소나기’, ‘메밀꽃 필 무렵’, ‘도깨비 동물원’, ‘미스킴’, ‘바다에 핀 동백’, ‘달나라에 간 공룡’ 등 초기 작품들은 꾸준히 무대에 올려지며 생명력을 이어왔다. 이후 그는 ‘한강’, ‘송 오브 아리랑’, ‘조국의 혼’, ‘달의 춤’, ‘동방의 빛’, ‘훈민정음’ 등 9편의 칸타타를 남겼고, 이제 다시 오페라의 토양으로 귀환한다.
밭도 묵으면, 대체 작물을 심어 흙을 숨 쉬게 해야 하듯, 예술의 밭 역시 순환과 휴식이 필요하다. 이제 그는 더 원숙하고 깊어진 내면으로 세계의 공명을 이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의 위대한 명작들은 말년의 결실로 피어난 경우가 많다. 베토벤의 ‘나인 심포니’, 헨델의 ‘메시아’,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톨스토이의 ‘부활’이 그 증거다.
위대한 창조의 길을 개척한 이들이 보내온 메시지
베토벤 – “내 음악은 고통에서 나왔다. 침묵 속에서 들리는 가장 진실한 소리를 위해, 나는 내 귀를 잃었다.”
세르반테스 – “현실은 고통스럽고 무의미할지라도, 나는 상상력으로 인간의 고귀함을 증명하고 싶었다.”
헨델 – “나는 음악으로 신에게 기도한다. ‘메시아’는 인간이 신에게 도달하는 음악의 사다리였다.”
톨스토이 – “고통과 죄책 속에서 나는 새로운 인간의 윤리를 찾았다. 내 글은 구원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괴테 – “작가는 자연과 사회, 그리고 내면의 총합이다. 인간의 운명을 꿰뚫을 통찰 없이는 명작은 없다.”
그렇다. 명작으로 가는 길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구도자의 길이다.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며, 흙과 바람과 시간의 기운으로 하늘의 축복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영감을 넘어 세대를 관통하는 ‘목소리’를 남기는 것. 그것이 명작이며, 작가의 소명이다. 그 출발선에서 신발끈을 다시 묶으며 하늘을 본다.
작곡가 베르디와 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최고의 오페라 대본가 프란치스코 마리아 피아베 (1810~1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