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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노트] 관점, 기록, 그리고 미래를 위한 예술 아카이브

예술비평의 역할 중요성 사회가 인식해야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모든 사물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보는 시각의 위치, 각도, 넓이에 따라서 사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진다. 역사를 보는 눈 역시 그러하다. 어떤 사관(史觀)을 갖느냐에 따라 역사는 새롭게 해석되고, 또 다르게 기록된다.

 

예술 역시 관점에 따라 무수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공연이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연주, 그 연주를 위해 창작된 작품, 그리고 그것을 평가하고 기록하는 비평의 관점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단계를 거쳐 성장하고 발전해 온 과정을 다시 리뷰하고 평가하며 기록하는 작업은 오늘날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기록하지 않는 예술은 바람처럼 사라진다

 

박물관, 기념관, 전시관은 인간의 총체적 관점을 집적화시키는 장소다. 시간을 견디며 남은 것들만이 다음 세대를 위한 자산이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아직 음악을 위한 전문 박물관 하나 없이 근대사의 귀중한 자료들이 흩어지고 있다. 이 현실을 직시할 때, 기록의 중요성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선진국처럼 공공적 자료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양적 수집을 넘어, 질적 승화를 도모해야 한다. 기념관과 전문 아카이브 설립을 통해 살아 있는 예술 기록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기록은 스포츠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화와 역사를 지탱하는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가 그 대표적 사례다.

 

예술의 생명은 무대가 아니라, 기억과 기록 속에 살아 숨 쉰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K-Arts 강국이라 불리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음악박물관 하나 없이 귀중한 창작물과 연주 기록들이 유실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공허하다. 더 늦기 전에 원로 예술인들의 삶과 예술을 채록하고, 공연예술 비평이 녹아든 새로운 기록 문화를 본격화해야 한다.

 

남기는 것은 과거를 위함이 아니라, 미래를 밝히기 위함이다

 

이제는 과거를 잊지 않고, 오늘을 기록하며, 내일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예술 기록의 소중함을 모두가 인식하고,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캠페인이 확산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깊이와 무게는 세계적 유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