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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노트] 마스터피스(Masterpiece)와 비르투오조(virtuso)의 만남

K클래식이 한국 명곡의 산실이 될 것!

K-Classic News 탁계석 비평가회장 |

 

 

명작(名作), 즉 마스터피스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단지 뛰어난 작곡 기술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 안에는 시대의 공기, 창작자의 영감, 무엇보다 이를 생명처럼 구현해내는 연주자의 손끝이 있다. 음악사는 작곡가와 연주자가 하나의 예술적 생명체로 융합되었을 때, 어떻게 놀라운 결과가 탄생하는지를 수없이 증명해왔다.

 

고전파의 모차르트는 그 스스로가 피아니스트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의 협주곡은 작곡가와 연주자가 하나였던 시기의 산물로, 그 내면적 호흡과 기교가 일체감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작곡가와 연주가의 영역은 점차 분리되었다. 낭만파 이후로는 연주자의 비르투오조적 기교가 강조되었고, 작곡가는 이를 위한 맞춤형 작품을 제공하는 이로 변화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순간들, 몇몇 조우는 이 둘이 다시 하나가 되었을 때 얼마나 위대한 예술이 가능했는지를 보여준다.

 

파가니니 & 벨리니 (Niccolò Paganini & Giovanni Battista Viotti)
파가니니는 스스로 작곡가이자 연주자였지만, 그에게 영감을 준 또 한 명의 비르투오조는 비오티였다. 이들의 연주는 서로를 자극하며 초인적 기교와 감성의 극한을 개척했고, 바이올린 레퍼토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브람스 & 요제프 요아힘 (Johannes Brahms & Joseph Joachim)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요아힘 없이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20년 넘게 교류하며, 협주곡의 디테일을 공동으로 수정했다. 이 작품은 연주자와 작곡가의 깊은 우정과 예술적 파트너십이 낳은 명작이다.

 

라흐마니노프 &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Sergei Rachmaninoff & Vladimir Horowitz)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은 라흐마니노프 스스로도 연주하기를 힘들어했던 작품이었다. 이 곡은 호로비츠의 손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얻으며 대중에게 사랑받는 명곡으로 자리 잡는다.

 

리스트 & 한스 폰 뷜로 (Franz Liszt & Hans von Bülow)
리스트는 연주자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며 그들에게 신의 기교를 요구했다. 그의 작품은 제자인 뷜로 같은 비르투오조들을 통해 연주의 극점을 보여주었고, 피아노 문법을 새로이 정립했다.

 

엘가 & 예후디 메뉴힌 (Edward Elgar & Yehudi Menuhin)
엘가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메뉴힌이라는 천재를 만나 비로소 그 감정의 깊이를 드러냈다. 작곡가는 “그가 이 곡을 위해 태어난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 둘의 조화는 완벽했다.

 

이렇듯 명작은 단순한 창작의 산물이 아니라, '호흡의 예술'이다. 작곡가의 악상과 연주가의 해석이 긴밀히 조율될 때, 비로소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감동을 마주하게 된다.

 

과거의 명작들이 보여준 ‘파트너십' K클래식이 살려야 

 

그러나 오늘날, 작곡가와 연주자는 거의 대부분 분리되어 있다. 특히 K클래식을 지향하는 한국 음악계에서는 이 단절이 더욱 두드러진다. 더욱이 서양 음악과 국악, 양악과 전통의 간극이 아직은 멀다. K클래식이 나아가야 할 길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우고, 과거의 명작들이 보여준 ‘파트너십의 예술’을 오늘에 되살리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겐 '마스터피스(Masterpiece)와 비르투오조(virtuso)'의 만남이 필요하다. 창작자와 연주자가 새로운 협업 모델을 세우고, 서양과 한국의 전통을 잇는 징검다리를 함께 건설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K클래식은 진정한 ‘한국의 명작’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3일간의 마스터피스 페스티벌 오프닝 공연을 마치고 (푸르지오 아트홀)

임준희 작곡가, 탁계석 회장, 오숙자 작곡가, 모지선 작가, 최천희 작곡가, 테너 손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