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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멍청이 콘서트’ 기획한 모지선 작가

구름 보며, 강물 따라, 바람 소리에 흔들리며 그저 그냥 살아야죠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모지선 화가,   수필가, 시인, 성악가, 예인 삼종의 완성자  (예술의전당 전시장에서)  

 

양평 K클래식 태동지에서 '멍청이 콘서트' 열어 보려구요 

 

어떻게 이런 기획을 하시게 되었는지요? 

 

모지선 작가: 양평에서 작가로 20년을 살면서 전업(專業)인 그림 외에 문학(수필, 시(詩), 성악을 하면서 예인(藝人) 3종이란 평가를 받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일흔이 넘어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느라 동분서주하는데, 하루는 내가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남들은 모두 땅이다, 증권이다, 만나기만 하면 시세 차익이 어떻고 하며 사는데, 저는 전혀 모르고 살고 있으니까, 이런 멍청이가 또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피어올랐습니다. 

 

깊은 가을 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새벽강가를 거닐다보니, 하늘의 구름은 누가 보지 않아도 부지런히 모양을 바꾸고 물새들은 이리저리 물위를 첨벙이는모습을 보며 생각해보니 이새벽에 누가 본다고, 이리도 아름답고 경이로운 그림을 보여주는지, 강가의 마른풀들은 화답하듯 이리처리 바람의 손길따라 노래를 부르는 듯. 마음이 저절로 풀어지며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래 내친구야!  그래 너희들이 내친구야! 우리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자, 이런 친구가 있어 얼마나 기쁜지. 

 

그랬더니 힘든 고통과 슬픈 생각들이 사라지면서, 희망과 행복이 솟아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나오고, 힘들다가도  용기가 솟고... 그런데 어느 시인이 카톡으로 '큰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멋진 표현이에요' 등 많은 격려를 보내왔습니다.  

 

이곳 양평은 임동창, 모지선, 탁계석이 2012년 K 클래식 태동지로서 잊을 수 없는 곳 아닙니까! 그래서 K  스토리가 풍부한 장소입니다. 

 

모:  그렇지요, 벌써 12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문화 독립운동하자며 2012년 8월 15일,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3인이 의기충천해 독립운동에 깃발을 흔든 후에 적지 않은 가산을 탕진했지요. ㅎㅎ~ 

 

밀양 아리랑을 열창하는 모지선 소프라노.  의상은 아리랑 글씨가 쓰인 K드레스, 홍지연 작가 

 

예순 다섯에 노래 시작해 일흔이 넘으니 초청이 쇄도하네요  

 

이렇게 양평 5일간의 K-클래식 페스티벌이 출발이 되어 오늘의 K클래식 브랜드가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으니 고생은 했지만 큰 보람입니다. 임재식 단장의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이 이곳에서 파티를 한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그동안 ‘K 클래식을 그리다’, ‘서울역 284 행복콘서트’ 등 많은 공연과 전시를 했고, 60이 넘어서 배운 성악이 지금 일흔이 넘어 이곳 저곳에서 초청하니 스케줄이 빼곡합니다. 다음 달에는 베트남 하노이 초청으로 노래하러 가고, 내년엔는 정원 이경숙 이사장이 이끄는 서울우리예술가곡협회에서 스페인에 원정을 떠나게 됩니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이 사람 정체(?)가 뭐냐고 묻습니다. ㅎㅎ~ 

 

각도에 따라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느냐를 말하는 것 같은데요? 

 

모: 왜 ,나라는 사람은 돈과 인기를 생각 못하고, 이 한 길을 가게 됐을까? 한줄기 섬광처럼 스쳐가는 것이 참 멍청하다! 생각이 들었요. 아침 일찍이 남한강을 거닐다 나온 것이,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  이대로 계속 멍청하게 살자는 결론에 달했습니다. 그 끝에 나온 것이 바로 '멍청이 콘서트입니다.  

 

멍청이 콘서트가 우리에게 위안과 행복을 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요.   
 
모:  사실 주변에서의 이같은 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콘서트가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위로와 치유, 행복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비어 있는 이 집을 언젠가 복원하여  K 클래식 태동지로서의 역사성을 살리고 싶습니다. 구름과 강물 따라, 흔들리는 갈대를 보면서,  잘난 것도 없고 못난 것도 없는, 그저 멍청이로 살다 가는데 공감하는 분들과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사는 것이지요. 

 

처참한 전쟁과 경제난과 혼돈을 살아가는 때에 보듬어 안아 주는 기획이었으면 좋겠어요.  

 

모:  네, 오늘 그래서 예술의전당 전시장에 나와 또 남의 작가들은 어찌 사는지를 봅니다. 그림을 보면 가슴이 환해지고, 머리가 개운해지면서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멍청이를 위한 토론회부터 열어 물맑은 양평을 넘어서 아츠시티(Art's City) 양평을 만들고 싶은 꿈입니다. 지금 양평은 문화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