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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 탁계석 평론가와의 대화 

모차르트나 유럽의 많은 연주자들도 어렸을 때 부터 얼마나 많은 연주 여행을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 탁계석 평론가와의 대화 

 

 

탁계석: 최근 1인 기업을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그 배경이 궁금하군요? 

 

여근하: 가까운 분께서 저에게 “여음(餘音)”이라는 이름을 주셨습니다. 마음에 남는 음악을 하라고 지어주셨는지, 그런 사람이라는 의미인지 모르겠으나 그 단어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던차에 작은 앙상블을 만들어 연주를 하는데 단체 이름이 필요하다 해서 ‘앙상블 여음’  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예 1인 기업을 만들어서 예술가로서 자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사업자등록을 했습니다. 후원해주시는 분들께 세금계산서도 드리고 싶었고 더 나아가서는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월급까지 줄 수 있는 기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제가 제직하고 있는 미국 Oikos 대학교에서 제 회사와 MOU를 맺어주셔서 여음아트컴퍼니를 거치는 분들은 학교 이름으로 수료증도 발급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식 학위가 필요한 사람들은 학교를 연결해줄 수 있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학교를 갈 수 없는 사람들은 여음아트컴퍼니를 통해서 수료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 툴을 마련했고 앞으로 많은 교육 사업들과 연주들을 통해서 아티스트들을 돕고 살리는 일들을 할것입니다.

 

탁: 연주 생활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선 시대 생황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또 새로운 컨셉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클래식 연주자들이 클래식하면 안된다

 

여: 네....제가 자주 이야기하는것이 “클래식 연주자들이 클래식하면 안된다”는 말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제는 40분짜리 어려운 곡을 듣는 사람들보다는 3분짜리 영상도 2배속으로 듣는 세상입니다. 물론 40분짜리 아니라 3시간짜리 중후한 클래식을 연주해도 듣는 청중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연주는 그런 연주를 아주 잘하는 탑클래스 클래식 연주자분들께 맡기고  많은 사람들이 현대적인 감각을 가진 자신만의 곡을 연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이나 모짜르트를 가지고 유럽의 클래식 연주자들과 겨룰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독특한 것을 가지고 우리의 것으로 그들과 경쟁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K 클래식이 참 중요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가요도 이미 한국 열풍인 시대입니다. 이제는 남의 곡을 연주하기 보다 독특한 나만의 것을 연주하는 시대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연주자를 필요로 하는 세상입니다. 

 

탁: 유학 시절 남다른 오케스트라의 즐거운 연주 여행과 추억을 가졌다고 하였는데요 

 

여: 유학 가기전에도 저는 오케스트라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학교 오케스트라도 열심히 했고 대학시절 서울시립 청소년교향악단에서도 4년 내내 연주했는데 독일로 유학을 가서 첫번째 방학에 독일청년오케스트라(Junge Deutsche Philharmonie)에 오디션을 보고 정식 단원으로 입단을 했지요. 그 단체는 독일 정부와 독일 은행등 큰 기업들의 후원으로 움직이며 독일학교 재학생들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이며 한주 모여 9시간씩 연습을 하고는 한달정도를 유럽 전역으로 연주를 다닙니다.

 

2002년에 부악장으로 내한공연도 왔었고 2003년에는 남미에도 연주를 갔었습니다. 그 오케스트라 덕분에 전용기도 타보고 별5개짜리 호텔에도 묵어보았습니다. 독일 전역 대학교에서 연주 잘하는 학생들이 모인 단체라 서로 공부도 되었지만 무엇보다 귀한 체험은 유럽 전역의 좋은 홀들에서 다 연주를 해봤다는 것입니다.  

 

 

방학에는 오케스트라 연주 뿐아니라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음악 캠프에도 참가하여 유학시 참가했던 국제 음악 캠프 이름만으로도 이력서의 한페이지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우리의 역사나 우리의 이야기를 연주로 남겨야

 

탁: 음악의 사회성을 넘어 역사에 깊은 애착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떤 것들인가요? 

 

여: 저는 역사를 노래하는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서양의 음악들을 보면 그들의 역사나 그들의 이야기를 교향곡이나 소품들로 많이 남겼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클래식이 들어온 지 100년이 훨씬 지났는데 이제는 우리도 우리의 역사나 우리의 이야기를 연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게다가 제가 2014~2016년에 서울시 홍보대사에 위촉 되면서 연주자로서 서울시를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연주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독주회도 남들과는 다르게 역사에 관한 곡들을 현존하는 작곡가들에게 위촉하여 연주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습니다. 저는 연주자로서 많은 역사들을 연주로 남기고 싶습니다.

 

탁: 연주가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연주가의 자세가 중요한 것이군요 

 

여: 저는 제가 세계적인 연주기량을 가진 연주자가 아님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세계를 돌아다니며 유명한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며 살고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연주하는 것이 무척 좋고 또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음도 잘 압니다. 그래서 저는 저만의 무대와 저만의 곡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아티스트들도 자기만의 색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것에 제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탁: 설명 드린대로 '날마다 소풍'은 새로운 연주 공간 즉 지역의 명소 투어를 통해 상처가 있다면 치유도 하고, 분위기 색다른 곳에서 영감도 받고 자기 관객 개발인데요.  

 

여:  제가 독일에서 공부할 때 가장 좋았던 것이 악기와 여행가방을 들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요즘도 지방연주를 자주 다니는데 저는 여행이 연주자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따로 내어서 여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주가 있어서 멀리 가야한다면 그것을 여행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상황을 만끽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모차르트나 유럽의 많은 연주자들도 어렸을 때 부터 얼마나 많은 연주 여행을 다녔습니까. 그 여행들이 그들의 영감을 불러일으켜서 더욱 풍성한 연주와 더욱 깊은 곡을 쓰는데 많은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날마다 소풍” 처럼 소풍을 가면서 좋아하는 연주도 하고 또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연주자들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지선 작가 '날마다 행복할 순 없어도 문 열면 언제나 소풍'은 희망

 

탁: '날마다 소풍'을 읽고 인상적 이거나 공감은 어떤 것이었나요? 

 

여: 이 책은 글씨 책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음악회이고 하나의 여행입니다. 화가인 모지선 선생님은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글로서 생각을 전달해 주고 그림들을 통해서 음악을 눈으로 보며 여행을 하게 해줍니다. 삶에서 여러 상황이 벌어지고 실수가 있을 때 cut과 Let’s go를 외치며 나아가는 작가님의 모습을 보며 저 또한 그렇게 외쳐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쓰고 노래하며 그림그리는 작가님의 삶이 바로 소풍이 아닐까 싶고 그 소풍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날마다 행복할 순 없어도 문열면 언제나 소풍이다” 라는 작가님의 말에 또 하나의 희망을 품으며 하루를 시작하게 됩니다.

 

탁: 연주 기획은 또 언제인가요?  

 

여: 올해는 작년부터 하던 “여근하의 사계” 디지털 앨범을 마무리 하고요, 이재신 작곡가의 곡들도 3곡 녹음하여 디지털 앨범으로 나옵니다. 4월 7일에는 예술의 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역사를 노래하는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주제로 피아니스트 최지은 선생님과 함께 여러 작곡가들의 역사를 담은 곡들을 담은 독주회로 연주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여음아트컴퍼니의 이름으로 많은 활동들을 기획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