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허준혁 UN피스코 사무총장 |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나폴레옹>이 상반된 평가속에서 화제이다. 프랑스에서는 영국인 스콧 감독이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했다며 강력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나폴레옹을 소재로 한 영화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평민에서 유럽의 절반을 지배한 황제가 된 영웅이자 조세핀과의 러브스토리는 영화 소재로는 최적이었던 것이다.
베토벤과 '영웅교향곡'
1802년, 악화되는 귓병으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던 32살의 베토벤은 두 동생에게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남긴다. 그러나 오히려 이 유서를 기점으로 창작의 열정을 되살려 수많은 걸작들을 쏟아낸다. 그 첫 작품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향곡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웅(Eroica)'이다.
프랑스 대혁명에 심취해있던 베토벤은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영웅' 나폴레옹에게 교향곡을 헌정하기로 결심한다. 1802년 시작한 작곡은 1804년 봄에 완성되었고, 대사관을 통해 전달하려했던 악보의 표지에 나폴레옹의 성인 '보나파르트(Bonaparte)'를 적어 놓았다. 그러나 1804년 12월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에 즉위하자 분개한 베토벤은 악보 표지의 ‘보나파르트’를 긁어 지워버렸다. 그리고는 ‘신포니아 에로이카 : 한 영웅을 추모하며’로 수정해버였다.
톨스토이와 '전쟁과 평화'
1812년 나폴레옹은 대륙봉쇄령을 어긴 러시아 원정을 위해 알프스산맥을 넘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정면 대결을 피한 채 계속 후퇴함에 따라 전쟁이 장기화된다. 악전고투끝에 모스크바를 점령했지만, 겪어보지 못한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를 이기지 못해 엄청난 손실과 함께 퇴각하고 만다. 톨스토이의 명작 <전쟁과 평화>의 탄생배경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영국의 한 신문기자가 프랑스군을 이긴 것은 러시아의 총알이 아니라 '러시아의 추위(General Frost)'라며 추위에 ‘장군’을 붙였다. ‘혹한’을 ‘Jack Frost’라고 의인화해 표현하는 데 착안한 것이었다.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가 전쟁 영웅 나폴레옹까지 물리쳤으니 장군(General)이라는 표현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나폴레옹과 '동장군'
이후 일본 작가 모리 오가이가 <전쟁과 평화>를 번역하면서 ‘General Frost’를 ‘동장군(冬將軍)' 즉 '후유쇼군’으로 번역했다. 이를 한국에서도 그대로 사용하면서 동장군이란 표현이 보편화되었다.
최근 강추위가 계속 되면서 동장군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일본식 표현의 잔재라는게 썩 유쾌하지는 않다. 흔히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다"고 하는데, '기승'은 성미나 기세가 억척스러워 좀처럼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디즈니의 영화 이 <겨울왕국>으로 번역되어 큰 인기를 끌었듯이 "겨울장군(또는 칼추위)이 매섭다"는 등 새로운 순우리말 표현들을 기대해본다.
아인슈타인의 예언
역사학자 윌 듀란트는 기록 역사 3421년 중 전쟁이 없었던 해는 286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버트란트 러셀도 “인류는 역사의 93%기간 동안 전쟁을 해왔고 7%만 전쟁이 없었던 시절”이라고 했다.
전쟁은 예술과 문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예술가와 작가들은 전쟁의 참상을 통해 생명과 가족, 희망과 사랑, 인간애와 평화의 중요성 등을 역설해왔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모두에게 패배이자 파멸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아인슈타인의 경고는 실로 명쾌하고도 통렬하다.
"제3차 세계 대전에서는 어떤 무기가 쓰일지는 모르겠지만, 제4차 세계 대전에서는 분명히 돌과 나무 막대가 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