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탁계석 칼럼] 2024년 K클래식 라인업은 실내악이다

선(先)투자 배당 소득으로 가는 길이 창작 선순환 구조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올해 4회째인 베를린 한국문화원의 한국창작음악, 전통 음악의 날 (10월 30일) 

 

소통되는 창작음악으로 글로벌 진출을 

 

‘규모의 경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큰 것의 힘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위기 때는 위험성도 큽니다. 대형 작품은 순환에서 속도가 나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오페라 5편, 칸타타 9편의 대작(大作)을 성공적으로 해온 만큼 이제 실내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024년 K클래식은 실내악을 통해 우리 작곡가들의 역량을 총점검할 것입니다. 심기일전하여 ‘소통되는 세계의 음악’이란 테마를 쥐고 나가려고 합니다. 베토벤 역시 현악 4중주에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창작의 핵심이 균형과 정교함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위촉 작곡가’와  '베스트 연주가' 선정

 

K클래식은 글로벌 진출에 앞서 국내의 공연 투어로 완성도를 높일 것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한국의 피아졸라를 표방해, 누구라도 연주하고 싶고, 청중이 다시 듣고 싶고, 연주가 끝나면 여기저기서 악보를 달라고 요청하는 수준의 완성도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우선  ‘위촉 작곡가’와 창작에 최적화된  활동을 하고 있는  '베스트 연주가' 를 선정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무대, 홍보, 행정 지원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10월 29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체임버홀에 만석을 이룬 청중들 (유료)

 

남파랑길 1, 470 km에 묻혀있는 보물을 캐자 

 

소재 개발을 위해서는 국토의 남해안, 남파랑 길이 펼쳐낸 부산 오륙도에서 해남 땅끝 마을의 1,420km에 숨어 있는 보물인 향토성 개발에 나설 것입니다, 민요, 설화, 현대 문학에 이르는 예술 융합의 요소들을 실내악 작품을 만들어 내려는 것입니다.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레지던스 창작 공간을 확보하고, 고장의 대표작을 만들어 냄으로써 문화의 중앙 편중을 완화하고, 지역이 글로컬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오늘날 포퓰리즘이 팽창하여 개성과 독창성을 잃고 있는 비효율의 창작 생태계를 걱정하고 안타까워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적극적인 대안(代案)이 필요합니다. 거의 행운에 기대야 하고, 복잡한 정산을 해야 하는 기금에 의존하기보다  선(先)투자 배당 소득으로 가는 길이 창작 선순환 구조로 가는 첩경이라는 판단입니다.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만 살아 남는 구조입니다. 

 

길을 잃었을 때 초심으로 돌아가 지도를 다시 펼쳐야 합니다. 지역의 소재 개발은 정부의 지방 활성화와 K 콘텐츠 개발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어서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작품들은 최고 연주 기량을  가진 국내 연주가뿐만 아니라 한국을 오고 싶어 하는 해외 및 세계 연주가들의 레퍼토리가 될 것입니다. 이로써 규모의 창작이나 일회성 창작에서 벗어나 실용 가능한 우리 창작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입니다. 

 

K클래식 교두보는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그 첫 교류 대상은 독일 베를린입니다. 얼마 전 내한한 전문가와의 충분한 논의는 이 사업에 탄력을 실어 줄 것입니다. 씨를 뿌리지 않고 열매를 거둘 수 없듯이 당장 눈앞의 것이 아닌 미래를 위한 선(先)투자 안목이 진정한 창작의 꽃을 피워 낼 것입니다. 창작자와 연주가의 투자가 배당 소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난 12월 10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린 '피아노와의 삶 '80'년 장혜원 음악회'는 K클래식의 좌표 설정과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모두가 확인한 감동과 깨달음의 연주였습니다. 평생을 흐트러짐 없이 달려온 한 예술가의 혼과 열정의 무대여서, 거의 완벽한 고귀함으로 승화된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해외 진출 K 실내악 단체의 엠블럼  (아리랑 로고는 고암 정병례) 

 


피아노에서 새 방향을 제시한  장혜원 교수의 피아노 콘체르티노 연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