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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피아노 콘체르티노(Concertino)를 바라보는 시선

피아노와의 삶 '80' 주년 장혜원 음악회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신상품 발명이 시장을 개척한다


음악 사조에서 새로운 양식이 탄생하는 것은 앞 사조에 대한 반항이다. 그 반항이 변화를 이끄는 핵심이다. 그렇다고 그 반항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거대한 흐름의 물줄기를 바꾸려는 창조의 에너지가 비축돼야 가능하다. 모험, 도전, 용기, 신념, 철학이 함께 해줘야 한다. 한계에 이르렀을 때 자연은 스스로 변화하는 생태계를 갖고 있지만 인간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때문에 탐험가도 개혁자도 있는 것 같다. 구원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에 반발해 종교개혁이 일어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갈릴레오가 그 엄중한 중세의 공포 하늘 아래서 목숨을 걸었기에 위대한 역사 인물이 된 것이다. 

 

장혜원 피아노학회 이사장에 의해 시작된 소 협주곡은 이 같은 솔로 피아노의 정체성을 묻고 있다. 피아노의 환경과 생태계를 새롭게 설정하려는 패러다임 전환의 혁신 상품인 것이다.한마디로 어려서부터 앙상블을 익숙하게 하자는 뜻이다. 바이엘, 체르니의 낡은 학습과 규제에서 벗어나 우리 동요, 민요 등으로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통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과연 일생에 몇 번이나 있겠는가? 때문에 작게는 현악 사중주 편성에서 시작해 다양한 편성의 피아노 협주곡의 앙상블이 나온다면 일반 청중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피아노 콘체르티노, 즉 소피아노 협주곡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을 이 땅의 피아니스들의 한숨과 눈물, 소리없는 신음을 들으며, 자다 깨다 하면서 찾아낸 창조물이다. 피아니스트의 꿈이 세계 유명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임을 모르지 않는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쇼팽, 라흐마니노프에 협연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몇 프로의 피아니스트가 성취해내는가? 일생에 몇 번이나 협연 무대가 있을까?

 

 

피아노 상품화의 첫 출발이 되었으면 

피아노는 왜 이토록 상품화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많은 피아니스트를 길러내고 피아노 학습자가 있음에도 피아노는 왜 시장 형성을 하지 못했을까? 교육은 성공했지만 상품은 실패했다. 현장을 무시한 아카데미에 너무 올인한 탓일까? 국민들에게는 빛나는 스타 몇 명 만이 피아니l스트인 것이다. 우리의 순수 피아노 음악이 살려면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소협주곡의 출항이 그래서 희망의 바다로 나갈 것이라 믿는다. 베토벤이 교향곡에 합창을 넣은 것이나, 피아노에 합창을 붙여 코랄판타지를 만든 것 역시 시대를 놀라게 한 혁명이다. 베토벤의 정신에서 불굴의 의지 못지않게 창조 정신을 끄집어내어 발화시키는 것, 그래서 한국적인 베토벤이 나와야 한다. 이것이 K클래의 방향이자 좌표이다.

그리해서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우리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피아노 협주곡, 첼로 협주곡을 출시하자. 기업 상품들이 대박을 치고 있는데, 우리 영화도, 게임도 대박을 치고 있는데, 케이팝, BTS 등이 빌보드 차트를 우리의 메뉴판으로 도배하고 있는데, 우리는 서양 클래식 음악만 답습할 것인가. 소협주곡은 이런 물음을 던지며 출발한다. 졸졸 시냇물이 흐르는 입구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래톱이 쌓일 것이다. 우리 민요나 동요를 통해서 우리 몸과 핏속에 감돌고 있는 DNA를 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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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획을 긋는 새 피아노 음악의 역사가 열리고 있다. 여명이 그리하듯 동이 트기 전에 깨어나는 이들은 곧 새벽이 닥친다는 것을 안다. 새들은 새벽을 잘 안다. 그 햇살에 비상의 즐거움을 날마다 체험했기 때문이다. 당신도 자유를 날고 싶지 않은가. 소협주곡 리듬에 춤추고 싶지 않은가. 오라, 편견없는 눈으로 보시라. 오늘 장혜원 이사장님이 연주하는 우리 콘체르티노는 그래서 80년 피아노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레퍼토리가 될 것 같다. 작곡가들이여, 좋은 곡 많이 만들어주시라! 그래야 장혜원 선생님의 후배들이 더 열심히 연주하지 않겠는가.  

 

글 탁계석(한국예술비평가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