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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경 리뷰] 한예종 전통예술원의 전통예술선도사업- 해금 앙상블 „애해이요“

202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술한류 전통예술 선도 산업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2023년 4월 27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어령 예술극장

K’ARTS 한국해금앙상블 „애해이요“ <흰> 특별기획연주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이하 한예종, 총장: 김대진, 전통예술원 원장: 임준희) 작년에 이어 올해도 3월과 4월 예술 한류 선도 산업의 (2023 예술 한류 창·제작 사업) 모토가 담긴 한류 문화 축제를 개화했다. 릴레이 주자 아쟁 앙상블 (Archet)의 3월의 바톤은 4월 해금 앙상블 (애해이요)에게 넘어가며 잃어버린 상상력이 일상의 아름다움과 휴머니즘을 찾는 듯, 봄을 열고 봄을 넘긴다. 3월 22일 아쟁 앙상블Archet, 3월 23일 대금 앙상블 취 (吹, 取, 就, 취하여 취하고 취하다) , 3월 24일 피리 앙상블 해피 뱀부 (Again Bamboo), 3월 29일 거문고 앙상블 지금(知琴), 4월 21일 가야금 앙상블 (280) 그리고 4월 27일 해금 앙상블은 (애해이요) 종횡무진 2023년 봄을 달려갔다. 

 

한국해금앙상블 „애해이요“는 2004년에 결성되어, 2023년 4월 예술 한류 전통예술 선도사업에 이르기까지 „옛것과 새것“을 화두로 명실공히 해금의 한국 역사에 끊임없이 이바지한 공연단체이다. 2004년 KBS 국악한마당 출연으로 붓의 움직임은 시작되었고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시간 속의 수많은 한지 안에 그들만의 고유한 소리를 그려냈다.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현 한예종 김대진 총장의 마지막 만남을 적은 인터뷰를 인용하자면, 김총장은 예술을 표현하기 위하여 기술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는데 기술 중심의 표현은 다른 곳에서 많이 나오지만, 예술학교에서는 예술의 기반이 된 기술 샘플을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이번 해금 공연의 제목은 맨부커상을 거머쥔 작가 한강의 소설 „흰“과 동일하여 귀가  솔깃했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달, 쌀, 파도 등 세상에 흰 것들이 삶과 죽음의 키워드와 함께, 깊은 성찰을 담아낸 소설 „흰“의 기억은 정수년 학과장의 (한예종 전통예술원) 공연 모토와 함께 교차하여 흰색의 퍼포먼스와 언어를 궁금하게 했다. 정수년 학과장을 인용한다 „숨소리조차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수만 가지의 빛들이 빛의 통로가 되길 원합니다“

 

자작곡 „다시, 봄“은 콘서트 „흰“을 오픈했다. 해금 콰르텟은 피아노, 첼로, 마림바, 타악으로 이루어진 병풍 안에서 하얀 벚꽃의 아쉽고 빨리 지나가는 화양연화를 연주했다. 생동감 있는 현악 4중주의 3악장과 같은 패시지는 독일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표현한 „네 명의 현자들이 나누는 대화“처럼 진중하다가도 해학스럽게 리듬을 변형하고 속도를 변주했다.

 

 

두 번째 곡은 작품 „휘나이“는 예술 한류 전통예술 선도사업 창작인큐베이팅 „K-ARTS 앙상블 프로젝트“에서 Paradox Avenue 대표 서정철이 함께 작곡한 곡이며 한국 해금 앙상블이 직접 편곡하여 새로운 장르를 들려줬다. 휘몰아치는 해금의 선들은 타악기와 어우러져 숨을 조절했다. 춘향이의 신세 한탄을 애절한 감정으로 녹인 „쑥대머리“와 농번기를 맞아 노동요를 부르는 농부들의 „농부가“를 접목시킨 해금 병창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녹여 전통을 현실화했다. 우리의 삶을 응축하고 표현하려는 굿거리 장단과 약동적인 잦은 모리는 정체성을 확인하며 마치 노래 가사가 전달되듯 기표와 기의를 (시니피앙/ 시니피에) 교환했다.

 

작곡가 강준일의 „현을 위한 ‚민요 연곡‘“은 기악 양식의 민요 편곡이다. „경복궁 타령“, „이야홍 타령“, „강원도 아리랑“, „어랑 타령“, „몽금포 타령“, „강강술래“의 여섯 곡이 녹아있다. 해금 두 줄은 세시풍속과 춘하추동을 알리듯이 그리고 더 나아가 정신세계의 진정제 역할을 하듯이 조이고 풀었는데, 낯익은 타령 선율은 감상자의 편이 되어 본연의 미를 탐색하게 된다. 프레임 속에 짜인 명사 [타령]과는 달리 [타령하다]라는 동사는 어떤 말과 소리로 되풀이하는 인간의 열려있는 자연스러운 통일성을 알려주기도 한다. 기악음악으로 표현된 타령은 타령하며 고운 색을 모았다. 

 

 

25현 가야금, 철가야금, 양금, 대아쟁, 생황, 타악과 함께 연주된 해금 앙상블의 „흐르는...II“는 유난히 돋아있는 철의 특유한 차가운 기운과 해금의 따듯한 기운을 교류시킨 작곡가 원일의 작품이다. 

 

생황은 오르간 연주자가 앉아있는 교회의 2층과 그 선율이 떠다니는 지붕만큼 고유한 공간을 넓게 증폭했다. 우리 장단의 다섯 박자는 변주되어 엇박자를 악기마다 부여했고, 규범성과 예술성의 조화가 통일되어 음악으로 완성되었다. 해금과 만나는 철의 사운드는 종적으로 혹을 횡적으로 부딪혔다 헤어진다. 다방면으로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시간의 잣대는 새로운 정악과 민속악의 공간을 활보했다. 프로이트는 (Sigmund Freud 1856-1939) „본질적으로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하고 평생 동안 재조직되는 과정“을 기억의 본질과 함께 고민했다. 전통은 기억이며, 새로운 환경에 맞도록 재배열하는 과정이며, 정체성의 형성을 안은 현재와 지속성을 보장하는 미래를 품는다. 

 

 

이고운 작곡가의 „해금합주를 위한 흰, 빛, 하나“는  „흰“ 공연을 위한 위촉곡이다. 필자는 재독 여성 작곡가 박영희 (Younghi Pagh-Paan 1945-) 작품 „눈NUN 1979“을 중심으로 흰색과 빛의 연관관계를 연구한 적이 있다. 이 작품 역시 색에 방점을 두고 작곡이 된 듯하다. 색을 모아 멜로디에 담으려는 소망은, 아마도 많은 작곡가의 과제처럼, 과거부터 현재까지 진행되는 노력이며 실험이다. 색상을 공기에 흩어지게 하는 음악적 기법이라 함은 구체적 보다는 추상적으로 시도하며 음정의 시도 보다는 음향의 시도를 숙지했다.   

 

 

타악을 제외한 모든 악기는 현을 쓰다듬어, 비상하고 추락하는 글리산도의 묘미를 표출했다. 전통악기의 클러스터와 글리산도는 백화점의 엄청난 조도 차이의 조명이 아니라, 그림자를 안고 있는 한옥의 희붐한 빛과 공기 같다. 명주실 두 개의 5도 음정은 8가지 재료를 (쇠, 돌, 실, 죽, 바가지, 흙, 가죽, 나무) 한지에 여과했다. 때로는 17세기 유럽의 통주저음 (Basso continuo)이 산사의 주춧돌이 되어 공명통의 잠재력을 과시했다.  

 

18세기 해금 악사 유우춘은 비사비죽(非絲非竹), 즉 „현악기도 아니고 관악기도 아니다“ 라고 해금을 지칭하기도 했다. 이어령 예술극장에서 울려 퍼진 해금의 진면목은 „무엇이 아니고 무엇이 아니다“ 라는 표현보다 „현악기도 맞고 관악기도 맞다“ 라고 표현하고 싶다. 전통예술원 원장 임준희는 창립 2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해금 앙상블 „애해이요“를 „전통의 길을 지킴과 동시에 새로운 길을 끊임없이 개척해 나가며 해금 앙상블 성장에 기여하는 단체“라 축사했다. 한류의 물줄기에 합류하는 전통음악의 흐름을 진언했다.

 

글: 노유경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쾰른 대학교, 아헨대학교 출강

음악학박사, 공연평론가, 한국홍보전문가 

독일, 서울 거주  ynhovon1@uni-koel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