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설문대할망, 제주를 빚다
옛날 아주 먼 옛날, 하늘과 땅이 아직 완전히 갈라지지 않았을 무렵, 거대한 여신이 남쪽 바다에 내려왔다. 그녀의 이름은 설문대할망, 천지 사이를 거닐던 어머니 대지의 화신이자, 세상의 생명을 일으키는 창조의 손이었다.
설문대할망은 키가 하늘에 닿고, 발은 깊은 바다를 디뎠다. 그녀는 이 땅 어딘가에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땅을 만들고자 마음을 먹었다. 손으로 바다를 휘저어 돌을 쥐어 나르고, 치마폭으로 흙을 담아 날랐다. 그렇게 날마다 돌을 이고 흙을 퍼 나르며 바닷속에 섬을 빚어 올렸는데, 그것이 지금의 제주도다.
그녀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삼아 섬을 다듬었고, 오름과 곶자왈, 바위산, 바닷가 마을까지 정성껏 만들었다. 지친 몸을 식히려 앉은 자리에 생긴 것이 ‘설문대할망이 앉았던 바위’요, 남겨둔 발자국마다 전설이 되어 땅에 새겨졌다.
설문대할망은 제주를 만든 뒤 그곳에 자신이 낳은 다섯 백성을 풀어 놓았다. 그들은 바다에서 물질하며 살아가는 해녀가 되었고, 돌과 바람 속에서 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제주 사람의 시원이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할망은 섬이 자기 힘보다 커졌음을 느꼈다. 어느 날 거대한 그릇에 국을 끓이다가, 발을 헛디뎌 그만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으니, 그 자리가 바로 산방굴사 앞바다라는 말도 있다.
이후 제주 사람들은 할망의 넉넉한 품을 기억하며, 그녀를 ‘제주의 어머니’라 부르며 섬긴다. 그녀가 남긴 땅, 제주도는 오늘날까지도 그녀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섬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주 할망 서사
1장. 하늘과 바다 사이, 할망의 강림
(여창 독창 또는 내레이션형 노래)
하늘 끝, 구름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 내려오시네
설문대할망, 천지 가르는 어미여
두 팔 벌려 섬을 품고, 바다를 열었네
치마폭에 흙을 담고, 머리에 돌을 이고
이 땅에 생명의 씨를 뿌리시네
2장. 섬을 빚는 손길
(여성 합창 혹은 아리아)
돌 하나, 흙 한 줌, 땀방울 한 방울
바닷물 흩뿌리는 설문대의 손길
한라산 솟아오르고, 오름이 따라 일어선다
바람은 노래를 부르고, 들판은 숨을 튼다
그녀의 발자국마다, 새로운 땅이 열리네
3장. 사람을 낳고 삶을 세우다
(이중창: 할망과 자식/혹은 해녀 합창)
이 땅은 너희의 집이리라
돌을 딛고, 바람을 가르며 살아가라
물속을 품은 여인, 물질하는 해녀 되리라
검은 흙 밭 갈아 씨 뿌리는 농부가 되리라
내 넋이 이 섬의 품이 되어, 그늘이 되어 주리라
4장. 떠나는 할망, 살아있는 전설
(서정적 종결 합창)
설문대할망, 이제 잠드소서
산방굴사 앞 바다 물결 따라
그리움은 파도 되어 우리 가슴에 밀려오고
바위는 그대 자취, 바람은 그대 숨결
제주는, 당신의 사랑이 남긴 노래
우리는, 그 노래 속을 살아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