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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계석 노트]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피아노 명곡들, 그 틈새를 찾아서

유럽 보다 향토성이 짙은 제 3국이 벤치마킹 대상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서양 피아노사에 편입은 상상도 못했으나~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을 피아노 명곡들. 그만큼 치열하고도 광대한 전통이 피아노에 존재한다. 명곡의 주류는 엄연히 독일과 비엔나,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 동유럽으로 이어지는 서양음악사 가 중심권이다. 쇼팽, 리스트는 말할 것도 없고, 북유럽의 그리그, 러시아의 스크리아빈, 프로코피예프에 이르기까지 확고한 위계를 이루고 있다.

 

이런 서구 음악문화에 우리는 해방 이후 전적으로 편입되었다. 대학 커리큘럼, 콘서트홀의 프로그램, 심지어 연주가의 커리어 설계조차 완벽하리만치 서양 명곡사의 완주를 전제로 굴러왔다. 때문에 ‘한국 작곡가의 피아노 명곡?' '세계로 간다?’는 발상 자체는 언감생심, 공상처럼도  여겨지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지구가 공전하는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문명도 순환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 시대가 변하면서 요구되는 티켓 하나를 우리가 걸머지게 된 것이다. 행운일까? 필연일까? 말 할 사이도 없이 우리의 K-Pop, BTS 이후, K-Culture, K-Classic이 전환의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에 기반한 창작의 필요성이다. 무엇보다 피아노 곡을 쓸 줄 아는 작곡가의 발굴, 완성도 있게 구현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의 매칭이다. 이는 곧, 곡과 연주자의 최적화 과정이며, 서양의 기교와 한국의 감성을 함께 녹이는 고도의 숙련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 전환을 위해 우리가 출구 전략을 짜야 한다. 그러니까 그 모델을 유럽 주류가 아닌 ‘제3의 길’에서 찾자는 것이다. 우미(優美)주의 클래식은 귀족사회를 기반으로 한 것인 만큼 오늘의  정서에 어울리지 않고 작곡가의 악상을 담아내는데 어색할수 있다.  즉, 조국에 대한 열정, 향토성을 살려낸 작곡가들을 통해 우리의 미래로 촉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미 그 과정을 거친 음악사 반열의 작곡들의 명곡이 오늘 우리 K-Classic에 깊은 영감을 줄 것이라 믿는다.

 

<향토성 기반의 대표적 작곡가와 명곡들>

 

 아스토르 피아졸라 (Astor Piazzolla, 아르헨티나)

‘탱고’를 클래식으로 끌어올린 거장. "Adiós Nonino" 같은 곡은 전 세계 피아니스트들에게 강렬한 리듬과 서정성을 동시에 체험하게 한다. → 전통음악의 고급화 전략의 정수.

 

마누엘 데 파야 (Manuel de Falla, 스페인)

안달루시아 민속 선율을 바탕으로 한 "Spanish Dance," "Andaluza" 등은 서구 명곡들 사이에서 이국적이고도 개성적인 색채를 자랑한다. → 지역성의 세계화 가능성 입증.

 

에르네스트 블로흐 (Ernest Bloch, 스위스/미국)

유대 전통 음악을 클래식에 담아 "Poems of the Sea" 같은 피아노 작품에 정체성을 부여했다. → 소수문화 기반 작곡의 성공 사례.

 

타케미츠 토루 (Tōru Takemitsu, 일본)

서양 현대 음악과 일본 전통 정서를 융합하여 *"Rain Tree Sketch"*와 같은 감각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 아시아적 사유의 서양 악기 적용.

 

알베르토 히나스테라 (Alberto Ginastera, 아르헨티나)

남미 민속 리듬을 바탕으로 현대적 테크닉을 융합한 "Danzas Argentinas" 등은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 민속 기반이 미래의 세계 레퍼토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누가 서양 음악사, 밤 하늘의 별 하나로 뜰 것인가?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자기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그것을 세계 무대에 맞게 정제된 언어로 재현하는 능력, 이 두 가지가 합쳐질 때, 피아노 명곡은 국적을 넘어선 보편적 예술이 된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K-Classic이 단지 형식이 아닌 콘텐츠의 품질과 독창성으로 평가받기 위해서, 이제 한국만의 감성, 선율, 그리고 서사를 담은 피아노 명곡의 시대를 열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밤하늘의 별 하나를 새로 띄우는 일, 지금이 바로 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