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K클래식 회장 |
장혜원 이사장
해방 이후 한국에서 피아노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재를 배출했으며,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수많은 수상 실적을 올리며 명실공히 ‘피아노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조성진, 임윤찬이라는 세계 최정상의 피아니스트들이 그 정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성취 이면에는 간과할 수 없는 위기 신호가 감지된다. 전국의 피아노 학원이 줄줄이 문을 닫고, 대학의 관련 학과는 축소되고 있으며, 피아노 교육의 풀뿌리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재능 있는 연주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그 능력이 사장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질문해야 할 때다. 우리는 무엇을 연주하고 있는가?
수세기 동안 전해 내려온 서양 피아노 명곡들을 연마하는 것은 분명 값진 일이지만, 이제는 그 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소리를 담아내야 할 시점이다. 언어가 모국어가 있듯, 음악에도 ‘모국음악’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익힌 기교와 감성을 바탕으로, 우리 정서와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피아노 음악을 창조해야 한다.
Kart’s, 그리고 K-Classic 시대의 도래는 바로 그 전환점을 의미한다. 이제는 한국의 작곡가들이 나서야 한다. 아리랑을 비롯한 민요, 설화, 향토적 소재를 바탕으로, 창작 피아노곡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는 단지 새로운 곡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계에 봉착한 피아노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창조적 실천이다.
그 첫 걸음으로 주목할 것은 '피아노 소협주곡(Piano Concertino)' 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창안이다. 기존의 대규모 협주곡이나 독주곡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보다 다양한 무대와 교육 환경에 적합한 피아노 소협주곡은 창작과 연주, 교육과 산업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피아노 콘텐츠의 효과는 실로 광범위하다. 새 악보의 등장은 교육 현장의 다양화를 이끌고, 레슨 시장을 활성화시킨다. 악보 출판을 통한 저작권 수익의 증대, 작곡가와 연주자의 협업, 국제 교류 연주회 개최 등은 피아노 산업의 외연을 넓히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서양 레퍼토리에만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와 감성을 담은 음악으로 세계 무대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가장 큰 의미다.
우리의 손끝에서 울리는 피아노는, 이제 한국의 정서를 연주할 준비를 마쳤다.
이 프로젝트는 피아노라는 그릇에 드디어 우리의 요리를 담아내는, 개성적이며 독창성이 넘치는 도전이다. 이번에 참여하는 다섯 명의 작곡가와 다섯 명의 피아니스트가 그 선봉에 설 것이다. 그들은 우리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녹여내, 지금 이 시대에 걸맞은 피아노 신작 개발에 나선다.
이제 피아노는 ‘외국의 음악을 잘 연주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세계에 전하는 새로운 언어가 되어야 한다. 그 언어를 만들어나가는 일, 그것이 바로 K-Classic의 사명이며, 피아노 소협주곡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가치다.
7일 오전 11시, 남산의 한 공간에서 피아노 콘체르티노 창안자 장혜원 이사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탁계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