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박순영 기자 |
마지막 곡 '산소' 후 탁현욱 작곡가(맨 왼쪽)이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연주 왼쪽부터 김주은, 김희은, 박수연, 오재경, 지휘자 김욱. (사진 = 박순영)
[플레이뉴스 박순영기자] 지난 17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을지로 푸르지오아트홀에서 열린 '탁현욱 작곡발표회'는 전지구적 이슈인 기후위기를 자신의 작곡어법에 녹여내어 관객에게 잘 전달한 음악회였다. 전체 여섯 개의 작곡 프로그램에 클래식 악기들 곡은 316앙상블 연주자들이 충실히 연주했고, 그리고 국악기인 가야금은 송정민이 정취를 담아 연주해주었다.
첫 곡인 ‘네 개의 노르웨이 정경’부터 탁현욱 작곡가의 특징이 드러났다. 톤 클러스터와 빠른 피아노 아르페지오가 울려퍼지며 1악장이 해뜨기 전 어스름을 표현했고, 2악장이 해지기 전이라 좀 더 나직하고 어둑한 음향이었다. 3악장은 백야, 4악장 극야는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 밤과 같은 현상을 나타내도록 강렬한 4분음표 울림으로 시작하고 프레이즈는 좀 더 길었다.
두 번째 곡 ‘녹는 빙하’가 플루트와 베이스 클라리넷의 플라터 텅잉, 키 클릭, 멀티포닉 등의 특수주법을 사용하여, 지구의 기온을 책임지는 극지방 빙하가 기후위기로 인해 깨지는 엄중한 공포의 상황을 잘 표현했다. 고음 플루트가 급격하게 하행해 플러터 텅잉하고, 베이스 클라리넷의 공허한 울림과 키클릭, 프리페어드 피아노가 건반이 아닌 현 위 주법(on the string)으로 공포적인 소리를 내는 것은, 투명한 얼음이 깨지고 녹아 물이 되는, 기온체계가 무너짐을 느끼게 해주었다.
첼로독주를 위한 ‘카멜레온’은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변화하는 카멜레온에 대한 한 편의 강렬한 오마주였다.이 쯤 되니, 강렬하게 현대음악적인, 즉 조성적인 부분을 의도적 으로 피하고, 아니, 다분히 굉장한 훈련과 연습을 통해 굉장한 미감으로써 무조만의 주장과 악기의 현대주법과 박자의 분절을 통해 탁현욱이 표현하려는 그로테스크함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왜냐하면 카멜레온이 자신의 피부를 다채로운 색으로 변화시키는 것만 우리는 알고 있지, 그것이 환경과 기후에 적응하려는 그의 생존방식임을 이 첼로곡 ‘카멜레온’을 들으며 우리가 한번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기 때문이다.카멜레온의 화려한 색상과 변화, 사냥하는 카멜레온의 빠름을 3개 악장으로, 트릴과 아르페 지오와 중음주법으로 때론 느리게 숨죽였다가 급격하게 상하행하며 움직이는, 색깔을 바꾸는, 이 곡의 무질서의 질서의 의미에 대해, 곡이 진행되는 시간동안 알고 싶어졌다.
인터미션 후 클라리넷과 가야금을 위한 ‘호수’는 가야금의 청아한 음색이 호수를 반영하고 있었다.가야금의 증음정, 감음정 등의 화음이 클라리넷의 자유로운 선율과 어울려 환경오염으로 위태로운 호수를 표현하며, 이 날 유일하게 국악기가 들어간 곡으로서 인터미션 후 첫 곡 순서에 잘 어울렸다.
‘Fata Morgana'는 우리말로 신기루라는 뜻인데, 고온으로 아스팔트 도로 위 대기층에 빛이 굴절하며 생기는 자연현상을 격렬한 현악기 움직임과 피아노 음향으로 나타냈다.
마지막 곡 현악사중주를 위한 ‘산소’는 우리 생명에 필수적인 산소가 환경파괴로 위협되는 모습을, 술폰티첼로, 술 타스토, 트릴 등의 현악주법으로 완성도 있게 표현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작곡가로서 자신의 어법을 가지기도 쉽지 않지만, 그 틀을 깨기도 쉽지 않다. 특히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Fata Morgana'와 현악사중주를 위한 ’산소‘에서는 그러한 자신의 틀을 깬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더욱 집요하게 자신의 이전 산물을 들이판 결과이기에, 내용을 담은 틀은 이미 내용과 함께 녹아 온전한 모습으로 이전의 것에서 한 차원 상승한 것이다.
*위 기사는 이화미디어에 연재된 것을 재수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