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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평론가 리뷰] 순이 삼촌, 한 단계 도약해 K오페라 새 지평을 열다

유럽 등  세계 무대로 진출해야 

K-Classic News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

 

순이 삼촌, 한 단계 도약해 K오페라 새 지평을 열다 

 

 

창작 오페라 ‘순이 삼촌’은 무엇을 남겼나?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주목한다. 하나는 말로만 듣던 순이 삼촌, 제주도민들만의 순이 삼촌을 객관화 한 점이다. 솔직히 도시 사람들 대부분이 섬에서 일어난 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시대의 아픔, 역사의 고통, 인간이 인간에 의해 저질러진 참혹한 만행을 덮고 지난다면, 우리는 더 나아갈 수가 없다. 그 아픔을 끌어안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방법으로라도 이의를 규명 차원을 넘어선 치유와 회복의 행위들이 필요하다.

 

제주 4,3이 제주도를 떠나 육지에 상륙한 것, 그러니까 여수를 관통하고 경기도 아트센터에 오페라의 옷을 입고 온 것은 그래서 제주의 예술적 역량뿐만 아니라 오늘에도 반복되는 인간 근원의 반목과 증오의 문제를 떠 올린 시사적(時事的) 해법이다.

 

 

혹자는 왜 아픈 상처를 끄집어내느냐 할 것이지만, 망각의 동물인 인간에게 교훈은 필요하고, 세대가 바뀌면서 까마득하게 잊혀 지고 있기에 그 아픔을 용서는 하되 잊어서는 안됨을 역사가 말해야한다. 그렇다고 매년 추념사만 반복한다면 얼마나 효과적일까. 당연히 서양오페라의 많은 작품들도 시대의 아픔을 예술이란 불멸의 그릇에 담아야 호소력있게 전달해 인류의 유산으로 남은 것 아니겠는가. 그 아픔은 국경을 초월하고 시대를 넘어 존재하면서 명작이 된다. 

 

그 첫걸음을 띈 순이 삼촌 오페라에서 일등 공신은 강혜명이다. 그가 프리마돈나로서, 성악가의 영역에서 벗어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예술가로서의 의식 발화(發話)가 이 작품을 이끈 동력이 아닐까 싶다. 동시에 협업을 통해 작품을 최고도로 끌어 올린 최정훈 작곡가의 역량도 충분히 돋보였다. 아무튼 이번 작품은 의욕이 넘치는 오페라 현장에서 어떻게 완성도를 끌어 올릴 것인가에 해법을 보인 것 같다. 집중력 . 시간, 투자, 열린 마인드 등의 요소들이 잘 녹아든 것이다.

 

그러니까 종래의 ‘종합예술’이라 불리던 오페라가 ‘융복합 장르'로 시대 변화를 기술적으로 풀어 낸 것이다. 현기영 원작. 김수열 시나리오 작품은 최작곡가와 강혜명의 긴밀한 가사 다듬기 등의 호흡을 통해 성악적, 오페라적 기술력을 용해함으로써 완성도가 높아진 점이다. 사실 많은 오페라단들이 심지어 국립오페라단에서 조차 이같은 긴밀성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이번 순이 삼촌을 통해 창작 과정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실증시켜 준 것은 큰 수확이다.

 

우선 1막의 레치타티보 대신 연극 대사로 사건 전개를 쉽게 전달한 점이다. 대사를 치는 것이 처음은 아니겠으나 파격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솔직히 3시간이란 롱런 타임에 겁이 났고 걱정도 없지 않았으나 극의 집중력이 이를 해소한 점에서 성공이다. 그만큼 장면, 장면 배치에 관객을 끌어당기는 다양한 요소에 치밀함을 보였다. 현대음악 기법이 난해한 것인데 성악의 아리아, 중창의 어법들이 성악적으로 잘 처리되면서 상황 설명에 현대음악이 효과를 발휘하는 절충이다. 강총감독의 세계 무대에서의 오랜 노하우가 반영된 듯 하다. 때문에 광란의 장면에선 노르마를 뛰어 넘는 한국 색체의 아리아가 나왔다. 혼신의 열정, 악보에 없는 자유 보칼리즈, 분명한 서양오페라와의 차별성이다. 여기에다 곳곳에 제주의 토속, 풍속이 스며들면서 관심을 끌었다. 제주 방언을 소개한 것은 별미였다.  그러니까 이번 작품을 통해 작곡가의 관점과 성악, 관현악의 기술적 관점이 한 단계 도약한 것이다. 

 

 

공연은  승화된 예술성으로 메시지를  쉽게 전달한 점에서 합창, 연기, 춤 , 아동, 조명, 연출 등 제주 예술가들의 역량과 자신감이 살아 났다. 그러나 코로나 19의 영향도 있겠지만 아쉬운 것은 홍보이고, 더 많은 경기 지역의 리더들이 참여하지 못한 같다. 아무리 좋아도 관객의 반응을 무시할 순 없다. 좀 시간이 길다는 관객 입장을 예술가가 아닌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도 과제가 아니겠는가. 내년에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예정되었다고 하니 기대감이다.  

 

나아가 셰계가 오늘날 각종 재난과 미얀마 학살 등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치유와 인간성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그 참혹의 역사를 가진 독일  등 유럽 진출을 하는 것은 어떨까?  땀 흘린 제주아트센터와  경기아트센터의 협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