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김유노 지휘 시흥심포오케스트라 한국가곡100년“가곡의 밤”

1950년대를 대표하는 가곡을 4명의 성악가가 열창

K-Classic News 김철영 가곡 동호인  |

 

김유노 지휘 시흥심포오케스트라 - Google 검색

 

 

시흥시가 주최하고 시흥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김유노)가 주관하는 한국가곡 100년 ‘가곡의 밤’이 6월 17일 오후 7시 시청 늠내홀에서 열렸다. 2010년 창단 이래 심포니는 물론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시흥심포니오케스트라는 성악가 4명과 함께 한국가곡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관객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이세리 콘서트 가이드의 자상한 해설과 함께 ‘봉선화’와 ‘동무생각’으로 문을 열었다. 일제강점기의 쓰라림이 녹아 있어 1920년대를 몸으로 부딪힌 조상들의 얼을 떠올렸다. 테너 진세헌의 ‘선구자’로 본격적인 가곡이 시작되었는데 꾸밈없고 힘찬 발성은 관객들을 충분히 매료시켰고 잘 아는 노래일수록 공감하기 쉽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소프라노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정진경의 ‘코스모스를 노래함’의 리듬에 마음을 빼앗기고 나니 다소 익살스러운 베이스 이찬영의 ‘명태’가 구수하지만 슬픈 느낌으로 다가왔다. 소프라노 임미령의 ‘꽃구름 속에’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섬세한 발성이 돋보였다. 

 

성악가의 완벽한 소리로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1950년대를 대표하는 가곡을 4명의 성악가가 번갈아 불렀다. ‘비목’을 들으며 이름 없이 산화한 무명용사들의 넋을 위해 기도했고 합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님이 오시는지’를 속으로 따라 불렀다. ‘강 건너 봄이 오듯’은 일반 대중이 부르기에 어려운데 성악가의 완벽한 소리로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휴식 없이 오케스트라의 ‘아리랑’ 연주가 있었고 편곡이 상당히 잘 되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진달래꽃’은 김소월의 시(詩)를 노랫말로 사용했기에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청산에 살리라’는 남성 특유의 저음이 부드럽게 울려나와 인생의 깊이를 더해 주었다. ‘내 맘의 강물’은 테너 진세헌이 불렀는데 대중가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천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잘 아는 그 시대의 노래들을 듣고 나니 옛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한국가곡은 색다른 옷을 입고 2000년대를 날아올랐다. 김효근 곡으로 ‘첫 사랑’,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리고 ‘내 영혼 바람 되어’가 소프라노와 테너의 밝고 애절한 목소리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내 영혼 바람 되어’가 울려 퍼질 때에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시간에 기대어’는 바리톤 고성현이 불러서 유명해진 곡으로 이번 연주는 베이스 이찬영이 불러 더 묵직함을 느낄 수 있었다. 

 

테너 진세헌, 소프라노 임미령, 지휘 김유노, 소프라노 정진경, 베이스 이찬영

 

현대 한국 가곡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격조 높은 음악

 

마지막 무대는 4명의 성악가가 관객과 함께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으로 장식했다. 조상들이 금강산에서 찍은 가족사진이 흑백인 채로 퇴색했는데 아직 우리는 분단 조국의 아픔을 안고 있다. 객석에 앉아 조용히 불렀던 노랫말 ‘수수만년 아름다운 산 못 가본지 몇몇 해~’ 아버지의 허리에 있었을 때 가본지도 어언 90년이 다 되었다.

 

이렇게 100년의 세월을 가슴으로 느끼며 순수한 음악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가곡집을 찾아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채 공연장을 떠났다. 다음에는 지인들을 많이 초청해 함께 하고 싶다. 제자리에서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 준 시흥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김유노지휘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