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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예술평론] 사진작가 양종훈 ‘사진으로 세상을 바꾼다’

A Better Me
창조적 긴장감 생생하게 낯설고 다른 것으로
순수한 정신이 흘러가는 대로

K-Classic News  원종섭 예술평론가 |

 

 

 

 

사진작가 양종훈 ‘사진으로 세상을 바꾼다’

 

‘창조적 긴장감 생생하게 낯설고 다른 것으로’

‘순수한 정신이 흘러가는 대로’

 

 

 

 

 

양종훈의 사진엔 ‘생명력 Vitality’이 넘쳐흐른다. 그의 작품에서 발산하는 시각적 에너지는 멀리서도 우리를 끌어당겨 ‘시각적 열반 Visual Nirvana’에 들게 한다.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은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작품이 대작이거나 화려하고 유명하여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다. 작품과 감상자가 서로를 알아보는 흔치 않은 감동적인 경험이 일어난다. 걸작의 조건이기도 하다.

 

 

 

 

양종훈 사진작가가 지난 1월 29일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오픈런으로 ‘제주해녀’ 사진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양 작가가 제주를 오가며 20년 동안 촬영한 제주 해녀의 삶을 기록한 사진들을 펼쳐냈다. 초대형 디지털 패브릭 패널을 활용한 몰입형 전시로 작품 14점과 흑백 사진 12점 등 모두 26점을 전시하여 2016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해녀문화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일본의 NPO 법인국제우호진회가 주최하고 JDC가 협찬했으며, ‘제주오사카센터’가 전시 개최를 도왔다. 2023년 12월까지 오사카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이쿠노 코라이브 파크에서 진행된다.

 

 

 

해녀의 시선이 자신의 내면을 향한 것 같아서 더욱 신비해 보이는 양종훈의 사진은 차분하면서도 응집된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다. 매우 큰 명암대비로 강조된 해녀의 굳센 얼굴과 흑백의 배경은 제주 해녀를 실재 인물이기보다는 미지 세계의 존재처럼 보이게도 한다. 무표정한 여인의 모습인데도 역설적으로 강한 생명력이 넘친다.

 

 

 

 

양종훈의 사진에서의 생명력과 또 하나의 특징은  ‘균형 Balance’이다. 균형은 대칭과 비대칭, 직선과 곡선, 강함과 유함, 무거움과 가벼움, 밝음과 어두움, 대담함과 섬세함, 차가움과 온화함, 빠름과 느림, 치밀함과 느슨함, 동적임과 정적임, 외향성과 내향성 등의 상반되는 수많은 성질이 공존하면서 이루어진다. 빛, 명암, 색채, 표정, 자세 움직임, 위치, 크기, 밀도, 상징, 세부 장식 등은 모두 화면에 균형을 이루는 착시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수단이다. 이 구성요소들은 사진의 전체 분위기를 결정지을 수 있다. 

 

 

 

 

창작은 모방을 통해 피조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예술가가 자신을 감히 전지전능한 신에 견줄만한 능력 있는 존재로 승화하게 한다. 이때 정신적 생명력의 부여는 신비한 예술 본질의 정점에 도달하게 하며, 작품을 온전히 자립적으로 존재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적 근원이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작품은 예술가의 장황한 설명이나 도움 없이도 독립적인 존재로 스스로 가치를 완벽하게 표방하는 강력한 힘을 내포한다. 이는 사진 예술의 무한한 능력이자 매력이며 모든 예술가의 자유와 창조력의 표방이자 꿈이다. 예외 없이 걸작은 반드시 강력한 생명력을 표출한다.

 

 

 

약자의 인권을 위해 평생을 바친 매그넘 Magnum Photos의 사진 작가 일라이 리드 Eli Reed는 “나는 사진가 양종훈의 아프리카 스와질랜드 Swaziland 에이즈 환자들의 강렬한 사진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매그넘의 사진가들이 그의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다면 누구라도 사진가 양종훈을 매그넘 단체에 멤버로 초대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양종훈의 해녀 사진에서도 에이즈환자 사진 같이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라고 극찬한다.

 

 

 

 

 

“제주해녀는 등에 관을 지고 물질을 한다.”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 “내려갈 때 전복을 잡아도 올라올 때 본 전복을 포기해라.” “너른 바다 앞을 재어 한길 두길 들어가니 저승길이 오락가락” 해녀들이 부르는 ‘숨비소리’처럼 바다를 집으로 살아가면서도 그 바다는 그날그날의 매 순간이 이승과 저승의 교차점이다. 80대의 해녀들에게 “앞으로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꿈이 없다”고 하든지 아니면 “저승 갈 준비를 한다”고 한다. 

 

시인 서정주는 자화상에서 “그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다”라고 했다. 다큐 사진가 양종훈도 바람의 섬 제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해녀의 기억을 찾아 20년 동안 해녀사진을 찍어 왔다. “사진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으로 해녀 사진전을 통해 해양경찰청에 요청하여 폐그물 제거와 불법 스킨스쿠버조업 단속 등 실질적으로 해녀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점이 그를 뿌듯하게 한다.

 

 

 

 

양종훈의 사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자신의 독특한 관점으로 제주 해녀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제주 해녀 문화가 2016년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되기 훨씬 이전인 20년 전부터 해녀사진을 찍어왔다. 그는 언제나 한계를 뛰어 넘으면서 대단한 사진들을 찍는다. 

 

 

 

 

양종훈 다큐 사진작가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얼마나 작품에 강력한 생명력을 부여하느냐에 있다. 작가는 대상을 살아있는 것으로 재현하려고 항상 고심한다. 전문적인 고난도의 원리를 잘 알고 구사할 줄 아는 사진가일지라도 막상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은 논리적으로는 실로 해결하기 힘든 난제다. 자연과 사람을 재현한다는 것은 단지 뛰어난 기교로 외양을 그대로 잘 표현해내는 것만으로는 불완전하다. 겉모습만 아니라 그에 담긴 고유성, 정체성, 규칙, 상징, 영혼, 정신 심리 등을 표출시킬 수 있어야만 진정한 사진작품으로 탄생한다. 오히려 기교는 좀 서툴러도 생명력을 제대로 발산하면 특별한 작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걸작은 출중한 기교와 생명력의 조화로운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예술작품에서 상징적 공식은 한번 정해지면 그대로 지속하지 않고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탄생, 사멸, 변화, 부활한다. 고루한 상징이 나열된 사진은 고유하고 특별한 신비를 발산하기 어렵다. 상징과 알레고리의 과도한 사용은 사진을 경직시키고 형식에 가둘 수 있다. 그러므로 의미를 간접적으로 표출하면서도 상상할 수 있는 감성의 영역을 열어 놓아야 한다. 아무리 지혜롭고 풍부한 상징과 알레고리로 작품을 구성하더라도 뛰어난 순간성과 심오한 내면을 동반하지 못하면 걸작이 되지 못한다. 지혜로운 알레고리를 회화적으로 수려하게 표현하는 양종훈의 사진은 매우 지적이며 세련된 매력을 풍긴다.

 

 

 

 

양종훈의 해녀 사진은 우리가 직관하는 가장 현실감 있고, 살아 숨 쉬는 작품 중 하나다. 작은 화면을 가득 채운 해녀의 순수한 얼굴이 작품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과시하는 장신구나 화려한 의상 없이 담담한 구도에 정제된 색상으로 해녀 모습은 소박하고 정감이 있다. 이러한 변화하는 기법과 구성방식 뿐 아니라 지적이며 영적인 면에서도 더 깊어졌다. 

 

 

 

다빈치 Leonard Davinci는 플란데런 Vlaanderen 초상화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방식으로 <모나리자>를 그렸다. 다빈치처럼 넘쳐나는 감각을 소유한 양종훈은 사진 한 분야에만 전념하기에는 아까움이 넘치는 호기심과 다양한 분야의 천재성을 겸비했다. 그는 사진가를 넘어서 사회활동가로서 더욱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리라 생각한다. 

 

 

 

 

생명력의 원동력은 예술가의 직관과 깊은 연관이 있다. 예술가는 기교 이상의 능력과 내면이 추구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주만물은 바라보고 느끼는 감수성과 통찰력에 따라 그 신비를 다르게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다. 작품에 영혼을 불어넣는 이 기막힌 재주는 오직 지구상에서 인간이 부리는 매우 특이한 지적 현상이다. 생명의 재현욕구는 세상만물의 유한성을 거부하며 자연을 초월하고자 하는 인간의 치열한 반항 중 하나이다.

 

 

 

 

제주도의 보물인 제주해녀의 위대한 정신이 ‘제주해녀 브랜드화’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는데 양종훈 작가의 이번 오사카 전시가 ‘마중물 Priming Water’이 되었으면 한다. 양종훈은 ‘프레스코 Fresco’ 신선한 사진을 세상을 향하여 펼친다. “이번 해녀 사진첩이 3회째 나오면서 더불어 제주해녀와 함께 제주 무당, 심방을 더 연구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방팔방 오방색으로의 맹활약이 기대된다. 양종훈은 선한 영향력의 포토그래퍼이다. 사진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진을 통하여 사회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 저돌적으로 현장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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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 예술평론가  /  교육학 박사 / 길위의 인문학자

* 인터뷰 자료 정리 : 부혜숙  KACJ 한국예술비평가협회제주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