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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리뷰] 소리의 원초성 복원에 새 장(章)을 연 소프라노 박소은 독창회 

코로나19의 대안 공간으로 급부상 예상된다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소리란 무엇인가? 수많은 소리 중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빚어낸 노래들은 민족마다, 나라마다 다르다. 그 소리를 자연에서 노출하느냐 극장이란 공간 안에서 내느냐에 따라 발성이 달라진다. 노래 장르의 다양한 형태가 이를 기반으로 한다.  

 

가장 성공한 것이 세계의 표준인 이태리의 벨칸토(Bel canto=아름답게 노래하는)이다. 우리에게 극장이 들어 온 것은 현재 정동극장 자리인 연극을 했던 원각사다(1909 해체).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공연장이 건립되었다. 구민회관, 시민회관, 문화회관,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호암아트홀, 금호아트홀,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등 수백개의 공간이 지어졌다. 요즘은 민간 소공간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 공간의 심장은 음향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외관에만 치중했다.

 

외화내빈의 공간들은 연주가에게 큰 실망과 함께 기량을 죽이는 역할

 

구원 투수로 마이크가 등장했다. 음식으로 말하자면 조미료다. 어쩔 수 없는 경우 조금 사용은 허용할 수밖에 없다지만 과다사용은 맛을 잃게 만든다. 국악에 비상이 걸렸다. 창고처럼 지어진 국악 공연장들에게 마이크 사용은 일종의 의무화(?)가 되버렸다. 마이크는 소리의 결, 맛, 색깔, 공간에서의 초점과 긴장감을 잃게 만든다. 마이크 기기 상태나 음향 기사가 연주를 결정짓는 변수로 등장하면서 스트레스가 상승한다. 
 
정가(正歌)에 마이크를 쓰면, 성악이 마이크 가수가 되면, 결국 그 성대 근육이 왜곡되고 노화가 빨라지고, 마이크 없는 곳에서는 불안해서 설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극장 안에서의 소리 감각을 잃으면서 퇴락한다. 길들여지고 순응하면서 자멸(自滅)의 길로 가는 것이다. 관객들 역시 맛없는 냉동음식이거나 잡탕을 경험하게 된다. 뮤지컬은 태생이 그렇지만 오페라는 다른데 요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좌에서) 이형호 건축가. 모지선 화가,. 김종섭 리뷰발행인 

 

 

근자에 트로트를 방송이 주도하면서,  마이크 등장이 당당한 세가 확장되어 버렸다. 이게 대세이고 시대의 흐름이면 누가 막을까? 안타깝고 답답하기만했는데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음향의 천재가 나타난 것이다. 소리 본질을 찾아 나서서 우리 소리가 갖고 있는 원형적 특성이 건축가의 시각에서 재해석되면서 부단한 실험의 과정을 거쳐 ‘울림’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름하여 사운드 포커싱(Sound Focusing Hall)이다. 사운드의 미운 오리새끼인 ‘반사음’을 역이용 한 것이다. 누구도 생각 못한 탁월한 발상이 아닌가! 이게 발전해 야외 오페라극장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니 외국의 원형극장만 부러워할 것도 아니다. 
 

박소은 후원자들의 성원과 함께 글로벌 아티스트로 뻗어 갈 것 


여기에 소프라노 박소은이 첫 홈그라운드 타자로 등장했다. 관객들은 환호했다. 마치 살아서 펄떡이는 활어 같은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는 공간의 울림을 능숙하게 잘 풀어갔다. 제 1부 그리운 금강산을 시작으로 제 2부 그라나다. 베사메무초 제 3부 오페리 아리아로 구성해 감동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기존 야외 공연의 쾅쾅거리는 마이크에서 완전히 해방감을 맛본 잊을 수 없는 콘서트였다. 김홍국 평론가의 균형 잡힌 해설은 청중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었다.   

 

친 자연, 극장 좌석에 몸을 묶는 듯한 불편함이 사라졌다. 강아지도 놀고, 드물게는 까마귀가 하늘을 날며 방해했지만, 우리가 푸른 하늘 아래에, 이처럼 맑은 공기와 호흡하면서 음악을 즐기는 지상 최고의 예술의 만찬이 아닌가. 이제 각종 오염에 시달려온 귀를 원상회복하고 오리지널 사운드에서 진정한 음악을 듣는 시대가 온다니 가슴이 설레인다. 오감(五感)중에서 먹는 것은 훈련이 필요없다. 그래서 훈련된 교양있는 귀만이 영혼에 직결된다.  뽕짝은 출렁이는 가슴을 흔들고, 팝은 엉덩이를 흔들고. 클래식은 영혼을 흔든다. 우리를 명품 인생으로 이끄는 것인데, 상당수의 부호들이나 정치가들은 더 좋은 게임(?)에 빠져 놓치는 것은 아닌지. 오징어 게임에서 도 죽음 앞에서 선택해야 하는 초 극적인 상황에 왜 시트라우스의 왈츠를 넣었는지 모르겠다. 염장을 지르기 위함인가? 이런 것 처음 들어 보지요? 하고 놀리면서 바로 이런 세상이 천국의 꽃밭임을 제시하려한 것일까?     

 

 

서양 극장 개념에 도전장 던지는 K- 공간,  이형호 건축가 곧 세계가 조명할 것 
     

아무튼 조상대대로의 마당 문화의 원형을 한 차원 높게 디자인하여 K-공간이 탄생한 것은 감격할만한 일이다. 그러니까 그동안 우리의 관제(官制) 문화하에서 유독 ‘소리’는 학대를 받아왔고 속병이 깊었다. 걱정만 했지 대안이 없었다. 때문에 이형호 UR걸쳐파크 대표는 “이 공간이 지역은 물론 세계 곳곳에 건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렇다. 한국건축이 세계 건축사에 이름을 올리는 목표는 K-Classic의 세계 음악사 편입과도 지향점이 동일하다. 

 

과제는 공간의 운영과 프로그램 개발, 공간에 최적화하는 아티스트를 길러내는 것이다. 공간은 예술을 담는 그릇이다. 남이 하니 따라서  무조건 짓고 보자는 식의 문화회관이 이제 본격적인 야외 공간시대가 열리면 상황은 반전될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가 가져 온  공간 집합에 대한 트라우마가 친자연, 생태 공간의 환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변혁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운드 포커싱은 뉴 노멀(New Normal), 새 공간 개념으로 세계의 학술적인 조명이 되어야 할 것 같다.   

텅텅 비워 두면서 인건비만 새어나가는 기존 극장에 이 날 박소은 콘서트 야외 공연에 대한 관객의 호응은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소문은 바람을 타고, 가장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고 모차르트의 휘가로의 결혼 아리아가 노래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