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100세 합창단의 활약상 지금은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구조가 무너지는 시기다.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지역 소멸, 단절된 관계망 속에서 사람들은 말할 곳도, 노래할 곳도 잃어가고 있다. 문화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된 이유다. 합창은 가장 원초적이고 효과적인 공동체 문화다. 악기가 없어도 되고, 전문 지식이 없어도 된다. 서로의 숨과 박자를 맞추는 과정 자체가 소통이며 회복이다. 그래서 합창은 공연 이전에 관계의 기술이고, 문화 이전에 정신 건강의 장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문화정책은 ‘찾아가는 문화’에 머물렀다. 공급자는 있었지만 주인은 없었다. 이제는 시·군·구·읍·면·동 단위에서 주민이 주체가 되는 풀뿌리 합창단이 필요하다. 방방곡곡 우리동네 합창단은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에 뿌리내리는 문화 인프라다. 이 흐름은 문화복지이자 정신건강 ESG의 실천 모델이다. 외로움과 고립을 줄이고, 세대와 계층을 잇는 가장 저비용·고효율의 사회적 처방이다. 기업이 관심 가져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합창은 보여주기식 후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 가치 투자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 노래하지 않는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어제 KBS 슈퍼 K-가곡에 대한 손영미 작가의 칼럼이 본지에 실리자 역대급 독자 6만 뷰(63,996)를 기록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사건이다. 가곡이 낡은 장르라는 통념을 단번에 무너뜨렸고, 노래 그 자체의 힘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곧 다음 질문을 던진다. 왜 노래는 경연이라는 틀 안에서만 비로소 주목받는가. 손작가의 말 대로 노래는 본래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삶의 순간을 건너며 스며드는 감정이고, 반복 속에서 깊어지는 기억이다. 경연은 주목을 만들 수는 있어도, 노래의 생명을 연장하지는 못한다. 무대 위의 감동이 일상의 레퍼토리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조회수는 박제된 기록으로 남을 뿐이다. 이 지점에서 K-클래식이 제안하는 대안은 분명하다.지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문화가 있는 날’을 월 1회 수요일 하던 것을 매주하여 월 4~5회로 늘린다는 것이다ㆍ이를 기점으로 방방곡곡 우리동네 합창단을 만들어 시·군·구·읍·면·동까지 확산하는 기초 풀뿌리 문화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공연 확장이 아니라 찾아가는 문화를 넘어서 찾아 오는 문화로, 지역이 공급만 기다리는 천수답 문화가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강원도 원주 문막 유알컬처파크에 있는 자연음향의 공간 사운드포커싱 2014년 시작된 「문화가 있는 날」은 문화 접근성이 낮은 지역과 계층을 대상으로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해 온 대표적인 생활문화 정책이다. 최근 이 사업은 주 1회 수요일 중심 운영에서 주 4~5회로 대폭 확대될 전망이며, 현재 국민 각계의 의견을 수렴 중으로 조만간 입법 단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문화가 있는 날」을 통해 찾아가는 문화, 지역 문화, 소외 지역에 대한 문화 공급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시행 10년을 훌쩍 넘긴 현 시점에서는 양적 확대를 넘어 정책 구조의 질적 고도화가 요구된다. 찾아가는 문화가 중앙 공급식·시혜성 구조에 머물 경우, 지역 문화의 자생력과 문화주권을 충분히 키우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문화가 있는 날」은 찾아가는 문화와 병행하여 ‘찾아오는 문화’, 즉 향토가 중심이 되고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만들어내는 토착형 문화로 확장되어야 한다. 문화가 없어서 외부 공급에 의존하는 ‘천수답 문화’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고 창조하여 그 개성과 특화된
K-Classic News 황순학 교수 | 2. 화장품 (Les cosmétiques, l’époque baroque et rococo.) “사소한 미의 도구가 살롱을 움직인다.” 바로크·로코코시대 살롱은 단순한 우아한 모임이 아니었다. 17–18세기 프랑스에서 살롱은 대화·평판·취향·접근권이 교차하는, 일종의 사회적 기술이 펼쳐지는 무대였다. 그리고 그 기술을 눈에 보이게, 또는 냄새로 느끼게 만든 것이 파우더, 루주, 점패치(무슈, mouches), 하이힐, 화장품 보관함(부아트), 향수 등이 있었다. 이 도구들은 개인의 미용을 넘어 관계 맺기, 권력 신호, 계급의 문법 장치로 작동했기에 더욱 그렇다. 1) 파우더(La poudre): “흰 피부”가 아니라 “시간과 노동을 면제받은 몸”의 표면 살롱의 미학은 ‘자연’이 아니라 ‘연출’에 더 가까웠다. 파우더(얼굴의 백분, 머리·가발 분)는 얼굴의 입체를 지우고 조명을 평탄화해 표정의 미세한 흔들림을 덜 드러내는 효과를 냈다. 중요한 것은 미용 효과보다, 파우더가 표상한 사회적 의미다. 파우더는 야외 노동의 흔적(그을림·잡티)과 질병 흔적(흉터·자국)을 ‘가리는’ 동시에, “나는 밖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K-Classic News 김다원 작곡가| 한국 예술 저변에 깔려있는 수많은 청년 음악가들은 무언가 모를 성공을 향해 달려간다. 아주 끈질기게. 음악가였던 청년, 음악가인 청년, 음악가를 꿈꾸는 청년. 이들 모두는 한국 음악 시장 속에서 지독한 좌절과 자기 비난에 시달린다. 유년 시절부터 예술을 전공하고자 준비한 학생일수록 평가의 잣대와 순위 매김, 명예 싸움 속에서 성장했으며, 그 성장 속에서 독인지 약인지 모를 악습과 관습을 모두 흡수하며 청년이 된다. 그들은 흔히 말하는 '최고의 연주자'가 되기 위하여 혹독한 연습 과정을 오랜 시간 동안 거친다. 그 속에서 폭언이 있었든, 없었든지 간에 골방에 틀어박혀 연습하는 삶은 참으로 고달프다. 그들은 성장을 위해 수많은 선택과 인고의 시간을 거치며 형태가 무엇인지 알 순 없지만 아무튼 최고의 음악가가 되기 위하여 발돋움한다. 하지만 대학교를 거쳐, 혹은 더 나아가 국내 대학원을, 누군가는 유학을 떠나고 돌아온 순간부터 엄청난 혼란이 인생을 덮친다. 생각보다 연주를 못해도 돈 잘 버는 세상 관객은 '연주의 완성도'에 관심이 없으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이 모순적인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술을 단지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인생은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한다. 그 기준과 가치는 시대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공통된 지점이 있다. 행복은 단순한 쾌락이 아니라 만족과 기쁨, 보람과 긍지로 구성되며, 결국 물질을 넘어 정신의 영역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생존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 이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예술은 언제나 다른 길을 보여주어 왔다. 선택이 인간을 만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선택하는 존재’로 정의했다. 행복은 우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왔는가의 총합이라는 것이다. 예술은 그 선택 가운데 가장 고귀한 영역에 속한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에 시간을 쓰는가는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예술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래서 예술은 소비재가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선택지다. 예술은 조건을 이기는 힘이다 역사는 예술가들이 얼마나 척박한 조건 속에서도 창조해 왔는지를 증명한다. 귀가 들리지 않으면서도 합창 교향곡을 완성한 베토벤, 시력을 잃어가며 새로운 과학의 지평을 연 퀴리 부인, 자신의 귀를 자르면
K-Classic News Dr. Zena Chung (제나 정-글로벌외교관포럼·한-인도 비즈니스문화진흥원(IKBCC) 이사장] 지금 세계 경제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국면이 아니다. 에너지, 물류, 기술이라는 세 개의 축이 동시에 이동하는 문명사적 구조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 전환기에 국가 전략을 잘못 설계한 나라는 단기간의 손실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열위에 놓이게 된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라는 성취 뒤에는 성장의 피로와 지정학적 제약이 함께 누적돼 있다. 특히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태평양과 미·중 중심 질서라는 ‘남쪽을 향한 시선’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길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는가. 대안적 시선은 북쪽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이름이 바로 빙상(氷上) 실크로드다. ‘편승’이 아닌 ‘설계’의 선택 중국의 일대일로는 21세기 최대의 지정학 프로젝트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그것은 중국의 전략이지, 대한민국의 전략일 수는 없다. 거대 질서에 편승하는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하위 노드로 편입될 뿐이다.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위치는 ‘따라가는 국가’가 아니라 ‘설
K-Classic News 손영미(극작가, 시인 칼럼니스트) 책을 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출간 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 원고를 덮고 나서야 또렷해지는 공부의 방향들이다. 아래의 열 가지는 최근 필자의 시집 ‘자클린의 눈물 ‘ 책을 내면서 다시 한번 더 깨닫고 체득한 것들’이며, 동시에 누군가가 용기 내어 공부하고, 쓰고, 출간하도록 등을 미는 이유이기도 하다. 1. 책은 ‘재능’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다 책을 쓰는 사람을 보면 흔히 묻는다. “원래 글을 잘 쓰셨나요?” 그러나 책은 재능의 증명서가 아니라 시간의 누적표다. 하루 한 쪽을 쓰든, 일주일에 한 단락을 고치든 중단하지 않은 시간이 결국 원고가 된다. 재능은 방향일 뿐, 완성은 오로지 지속성의 결과다. 2. 완벽을 기다리면 영원히 출판하지 못한다 책을 내지 못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미완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하지만 출간은 완벽함을 선언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의 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생각을 정직하게 공개하는 선택에 가깝다. 완벽을 기다리는 동안, 생각은 늙고 질문은 시효를 놓친다. 3. 출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원고를 넘기고 나면 안도감보다 먼저 드는 감정은 “이제 더 정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국가의 품격은 더 이상 경제 규모나 군사력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과 고독으로부터 빨리 회복하는가, 사회가 얼마나 따뜻하게 서로를 연결하는가가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이제 정신건강은 복지가 아니라 국가 지속가능성의 핵심 인프라이며, 정신이 건강한 나라가 가장 신뢰받는 나라가 된다. 오늘날 세계는 ‘행복지수’를 넘어 ‘회복력 국가(Resilient Nation)’를 국가 브랜드로 삼고 있다. 위기와 상실, 불안의 시대에 국민의 마음을 지켜내는 나라, 고립된 개인을 공동체로 다시 불러들이는 나라가 강한 나라다. 정신건강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며,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반상회가 사라진 사회, 안부를 묻는 국가가 필요하다 한때 동네마다 있던 반상회는 번거롭고 형식적이었지만, 최소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회적 장치였다. 그러나 아파트화, 1인 가구 증가, 비대면 일상, 플랫폼 노동의 확산 속에서 우리는 가장 연결된 사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장 고립된 사회가 되었다. 이웃의 얼굴을 모른 채 살아가고, 위기는 사건이 되고 나서야 드러난다. 고독은 일상화되고,
K-Classic News Dr. Zena Chung(글로벌외교관포럼·한-인도 비즈니스문화진흥원 이사장)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초(超)AI 시대’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기술의 진화 속도는 곧 국가 경쟁력의 속도이며, 교육의 방향은 한 나라의 20년, 30년은 물론 우리가 익히 말해 온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처럼 향후 100년의 국운을 좌우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분명한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 과거의 교육 패러다임을 조금씩 손보는 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국가의 명운을 걸고 교육 체제 전반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할 것인가. 문제는 이미 충분히 드러나 있다. 대한민국 교육은 여전히 ‘대학 간판’ 중심의 서열 구조에 갇혀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무엇을 배우는가보다 어디에 들어가는가에 인생을 건다. 그러나 초AI 시대에 대학의 이름은 더 이상 개인의 역량을 보증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지식을 평준화하는 시대에 경쟁력의 본질은 단 하나다. 개인의 고유한 적성과 재능이 얼마나 정교한 전문성으로 구현되었는가. 이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어느 대학인가’가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이 교육 대전환의 사상적 해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