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원종섭 기자 |
사랑법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에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의 시에는 봄날의 햇살처럼
읽는 이를 취하게 만드는 리듬이 있습니다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는줄 이제 알았습니다
사랑에 집착과 아집을 버려야 합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 이제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실눈으로 볼 것입니다"
기억하는 좌뇌와
침묵하는 죄수 우뇌
내 안의 마음 공동체
내 안에는 많은 경쟁하는 시스템이공존합니다
경험 하는 자와
기억하는 자아는 서로 다르게 작동 합니다
결국 그대를 사랑한다기 보다
그대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합니다
사랑하고 있는 나를 인식하는 그 지점이
행복한 사랑입니다
혜화동의 어느 빵집 안에서
시인은 오래된 플라타너스 한 그루를
보고 있었습니다
강은교 姜恩喬
1945-. 대한민국의 시인. 함경남도 홍원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습니다. 경기여고와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김기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동아대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순례자의 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습니다. 1975년 제2회 「한국문학상」, 1992년 제37회 「현대문학상」, 2006년 제18회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집
《허무집》 《빈자일기》 《소리집》 《바람노래》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 《벽속의 편지》 《어느 별에서의 하루》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 《초록 거미의 사랑》 《벽 속의 편지》
시선집
《풀잎》 《붉은 강》 《우리가 물이 되어》(1986) 《그대는 깊디 깊은 강》
산문집
《그물 사이로》 《추억제》 《도시의 아이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누가 풀잎으로 다시 눈뜨랴》 《잠들면서 참으로 잠들지 못하면서》 《허무 수첩》
쓰러지는 풀아
영차 어영차 빛나라
너희 죽은 듯 엎드려 실눈 뜨고 있는 것들
- 일어서라 풀
길 가득히 흐르는 사람들
아아 황홀하여라
길마다 출렁이는 잡풀들 푸른 뿌리
밤하늘에 긴 금이 갔다
너 때문이다
밤새도록 꿈꾸는 너 때문이다
- 별똥별
가끔 그리로 오라
거기 빵들이 얌전히 고개 숙이고 있는 곳.
황혼이 유난히 아름다운 곳
늦은 오후면 햇살 비스듬히 비추며
사람들은 거기서 두런두런 사랑을 이야기 한다
오래된 플라타너스 한 그루
이파리들이 황혼 속에서 익어간다
이파리들은 하늘에 거대한 정원을 세운다
아주 천천히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실뿌리들은 저녁잠들을 향하여 가는 발들을 뻗는다
가끔 그리로 오라
거기 빵들이 거대한 추억들 곁에
함초롬히 서 있는 곳
허기진 너는 흠집투성이 계단을 올라간다.
이파리들이 꿈꾸기 시작한다
" 내가 나를 바라보는 힘, 그것이 참 나 입니다"
" 내 마음에 고운 언어의 길이 나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뜻밖의 능력자 입니다
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길위의 인문학자, 대중예술 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