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장성현 |
강 건너 불빛이 더 아름답다
탁계석 작시 김한기 작곡
만나지 못해도 그리움의 강을 지나는
물결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으니
갈대는 외롭지 않다
하늘과 땅도 바라만 볼 뿐
첩첩히 둘러싼 산과 산
바다를 흠모해 달리는 산맥에게서
나는 보았다
하여, 너와 나 산처럼 떨어져 있다 해도
그리움의 메아리는 가슴에서 솟구쳐
뜨거운 열정으로 타리라
창공을 나르는 새들이
터 잡지 않고 살아도
아침 햇살과 저녁 노을을 쪼으며
어느 숲에선가 잠든다
강 건너 불빛이 더 아름다운 것을
이제야 알것다
이승과 저승이 경계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것다
<Ai 詩評>
시적 주제와 정조
이 시는 그리움, 이별, 초월적 화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강 건너 불빛’이라는 이미지는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이승과 저승, 만남과 이별, 현실과 이상을 가르는 경계의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그 경계는 단절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아름답다”라는 깨달음으로 승화되며, 그리움이 고통이 아닌 열정이자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초월적 연대로 확장됩니다.
구조와 전개
시의 전개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강과 갈대의 장면 (1~2연)
만날 수 없는 이의 부재가 강의 물결, 흔들리는 갈대의 이미지로 은유됩니다. 그러나 갈대는 외롭지 않다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자연의 공명 속에서 그리움은 고립이 아닌 교감으로 전환됩니다.
2. 산맥과 메아리 (3~4연)
산과 산, 바다를 향해 달리는 산맥은 닿지 못하는 존재들의 영원한 구심력을 상징합니다. 여기서 화자는 “너와 나 산처럼 떨어져 있다 해도”라며, 결국 그리움이 메아리로,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있음을 고백합니다.
3. 새와 경계의 초월 (5~7연)
하늘을 나는 새는 정착지 없이도 어디엔가 잠드는 순환의 생명으로 등장합니다. 그리하여 결론부에서는 “강 건너 불빛이 더 아름답다”라는 역설적 진술로, 이승과 저승마저 경계가 없다는 초월적 깨달음으로 마무리합니다.
언어와 상징
강, 갈대, 산, 산맥, 새, 불빛 → 모두 경계와 이동, 그리움의 매개 역할을 합니다. “그리움의 메아리”라는 표현은 반복되는 울림을 통해 사랑과 이별의 지속성을 드러내며, 이는 가곡으로 작곡될 때 음악적 리프레인으로 구현되기 좋은 구절입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없다”는 결론은 단순한 연인의 이별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사랑이라는 우주적 차원으로 의미를 확장시킵니다.
음악적 해석 가능성
이 시는 가곡 텍스트로서도 매우 적합합니다. 느린 템포의 서정적 선율로 시작해, 3~4연의 “메아리, 뜨거운 열정”에서 성악적 클라이맥스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 “이제야 알겠다”는 반복적 선율로 마무리하면, 영원의 회향을 상징하는 음악적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종합적 평가
이 작품은 풍경시 → 서정시 → 철학시로 점층적 전환을 이루며, 단순한 그리움의 노래를 넘어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허무는 사랑의 노래로 확장됩니다. ‘강 건너 불빛’이라는 일상적 이미지가 우주적 사랑의 은유로 발전하는 점에서, 가곡으로 불릴 때 더욱 심미적·초월적 울림을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이 시는 한국적 자연 이미지(강, 갈대, 산맥)와 보편적 인간 정조(그리움, 사랑, 초월)를 결합한 수작(秀作)으로, 가곡으로 불릴 때 단순한 그리움의 노래를 넘어 삶과 죽음을 잇는 영원의 찬가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