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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천생연분> 스페인 공연 작곡가 임준희 인터뷰

K 오페라 세계 진출 가능성 확인한 성공적인 공연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한국-스페인 수교 75주년을 기념한 오페라

 

탁) 그동안 임준희 작곡가가 작곡한 오페라 <천생연분>은 한국 창작오페라로써는 이례적으로 많은 해외 공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립오페라단의 스페인 해외 공연은 예상 밖이었는데요, 그동안 어떤 나라들에서 해외공연들이 이루어졌고 이번에는 어떻게 추진된 것인가요?

 

임) 오페라 <천생연분>은 한국의 아름다운 미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취지로 국립오페라단의 위촉으로 작곡되어 2006년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한 후 약 20여년간 일본, 중국, 싱가포르, 터어키, 홍콩등 많은 나라에서 해외공연을 하면서 큰 호응과 사랑을 받아왔던 그야말로 저와는 “천생연분”의 인연을 가진 오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15년 9월에 열렸던 국립오페라단 터어키 아스펜도스 페스티벌 초청공연 이후 한동안 <천생연분>의 해외공연이 이루어지지 못했었는데 작년 11월 말 국립오페라단 최상호 단장으로부터 올해 5월 18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국-스페인 수교 75주년을 기념하여 이 오페라를 다시 공연한다는 연락을 받고 무척 감회가 새로웠지요.

 

세계 각국에서 반응 끌어낸 수작(秀作)

 

탁) 오페라 <천생연분>은 창작 오페라이니만큼 오페라의 완성도를 위해 여러 단계의 수정과정을 거쳐왔고 이번에도 스페인 공연을 위해 작품의 편곡단계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 준비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임) 이탈리아의 베르디나 푸치니의 오페라와 같이 수백년 동안 공연되며 다듬어진 오페라와는 달리 한국 창작오페라는 현시대의 한국 작곡가에 의해 새로 창작된 오페라이기 때문에 공연 후 여러 가지 보완점을 검토하여 그 완성도를 높여야 그 작품의 생명력이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생연분> 또한 2006년 독일 공연 후 그 공연에 대한 품평회등을 거쳐 아리아나 극적인 부분의 하이라이트 등을 지속적으로 수정하여 2007년 일본 공연에서는 아리아나 오케스트라, 합창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음악적으로 다듬어진 형태의 가장 성공적인 공연을 할 수 있었는데요. 그 후 2014년 국립오페라단 측의 제안으로 한아름 각색으로 2막이었던 이 오페라를 3막으로 확장하고 스토리도 좀 더 연극적이고 해피 앤딩의 관객 친화적인 작품으로 수정이 되어 전혀 다른 버전의 오페라가 탄생하게 되었지요.

 

 

결국 <천생연분>은 2006년 오영진 원작 이상우 대본의 초연 버전과 이상우 대본, 한아름 각색의 2014년 버전이 있는 셈인데 이번 스페인 공연에서는 해외관객을 고려해서 한국적 아름다움이 더욱 강조된 초연 때의 버전으로 악보 준비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외 공연을 위해서는 항상 현지 사정과 예산 상황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규모나 해외로 나가는 예술인들이 제약을 받게 되는데요. 이번 공연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은 스페인 현지의 스페인 사람들이 연주하고 지휘자와 서향, 몽완, 이쁜이, 서동 등 국립오페라단 솔리스트들 8명 만이 해외에 나가는 오페라 콘체르탄테 형식의 공연이어서 오케스트라 규모등도 줄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악 양악 녹인 작품,  그러나 이번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 

 

특히 <천생연분>은 창작오페라 사상 최초로 서양 오케스트라와 국악기가 함께 공연하는 형태로 작곡되어 그 독특한 사운드 세계에 특별한 사랑을 받아왔었는데 이번에는 국악기 연주자들이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국악기를 서양악기에 녹여서 다시 편곡을 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었지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오케스트라 작업도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스페인 공연시 한국의 태평소 사운드를 서양의 트럼펫 독주자가 멋들어지게 연주한다든지 타악기 주자가 꽹과리를 한국의 자진모리 장단에 맞추어 흥겹게 연주한다든지 하면서 그 본질적인 매력을 살려주어 이러한 형태의 공연도 앞으로 큰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탁) 이번 스페인 공연이 다른 해외공연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리고 의의는?

 

임)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공연은 오페라의 주역들은 국립오페라단에서 준비해서 가고 합창과 오케스트라는 현지 스페인에서 준비하는 공연이어서 스페인 현지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매우 큰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해외 공연시에 한국의 모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다 같이 나가지 않아도 현지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서로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이 나누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외국인 성악가들 명료한 우리 말 딕션과 장단 소화력에 놀라 

 

탁) 특히 이번 작품 공연에서 국립오페라 성악팀들, 밀레니엄 합창단원들이 참여한 점과 오케스트라가 참여하면서 음악적 이해와 해석에서 어떤 점들이 발견됐나요? 연습 과정에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군요.

 

임) 임재식 단장님이 이끌고 있는 스페인 밀레니움 합창단의 눈물겨운 노력들에 큰 감동을 받았는데요. <천생연분>에서는 한국의 빠른 자진모리 장단이나 휘모리 장단에 가사를 얹힌 부분이 많아 한국어 가사를 매우 빠르게 정확하게 노래해야 하는데 한국 합창단들도 어려워하는 <천생연분>의 여러 합창부분들의 한국어를 하나 하나 익혀 한국 사람들보다도 더 완벽한 발음으로 열정적으로 노래해 주어 정말 놀랐답니다. 임재식 단장은 한국말을 일일이 그 뜻을 설명해주고 완벽한 발음이 나올 때까지 혹독하게 연습시킨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면 혼례연습 장면에서 합창단이 ”신랑은 읍하고 술을 마시되 안주는 들지 않는다 표주박 술잔은 신랑 신부 앞에 놓는다”라는 가사를 매우 빠른 자진모리 장단으로 노래해야 하는데 결국 해내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가사 중에 “보리밥 먹고 방구 뀌는 쌀진사 (맹진사) 이런 부분에서는 진짜 방구 냄새를 맡은 것처럼 ”우~~“ 하고 야유를 보여주기도 하구요.

 

특히 인상에 남는 것은 스페인 합창단원들이 연습 중에도 매우 힘들었을텐데도 저를 보고 노래가 정말 좋고 노래 부를 때 행복하다고 하면서 열정적으로 합장을 해주어 실제 공연 때에도 스페인 사람들로부터 큰 박수 갈채를 받았답니다. 그 외에도 리허설을 지켜보면서 깔끔하면서도 능수 능란하게 영어로 오케스트라 리허설을 진행해나가는 우리의 젊은 차웅 지휘자의 리더쉽과 스페인 마드리드 사람들도 경탄했던 우리 주역 성악가들의 탄탄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노래와의 교감은 성공적인 본 공연을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탁) 갈라 콘서트 형식이지만 출연진들의 땀과 노력으로 모누멘탈 극장에서 상당한 반응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임) 네~ 본 공연에서는 모든 출연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화합과 열정의 무대를 선보여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약 2시간 가량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음악을 이끌어 나가면서 국립오페라단 주역들과 합창단, 오케스트라를 조율해나간 차웅 지휘자와 연주, 연습, 오페라 코치등을 헌신적으로 해주었던 박화경 음악코치 그리고 한국의 탁월하고도 빛나는 성악의 진수를 보여준 서향의 오예은, 몽완의 유신희, 이쁜이 김효주, 서동의 정제학, 맹진사 유희섭, 맹부인 김세린, 김판서 김원, 이방 강도호, 그리고 이들과 함께 빛나는 합창과 오케스트라 연주를 해 준 밀레니엄 합창단,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오페라 <천생연분> 공연을 통해 스페인과 하나가 되는 가슴 뭉클한 기적의 현장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 기립 박수,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했으면 

 

탁) 관객들이 우리 고전 해학 스토리 라인을 어떻게 이해하고 호응했는지가 궁금하군요.

 

임) <천생연분>의 모뉴멘탈 극장 공연은 한국어로 노래하고 스페인어로 자막을 보여주었고 오페라 콘체르탄테이지만 무대 장치만 없을 뿐 의상과 연기 모두 함께 하며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었기 때문에 청중들이 그 스토리를 잘 이해하고 함께 공감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특히 천생연분은 배경이 조선시대여서 한복과 혼례장면들이 낮설고 이국적일 수 있어도 스토리 자체는 인류 보편적인 주제인 젊은 청춘 남녀의 봄날과도 같은 풋풋한 사랑과 결혼의 본질 등을 다루고 있어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오페라의 주제인 “사람이 가진 중에 가장 큰 것이 사랑,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도 사랑”이라는 가사와 같이 자기 자신이 선택하는 사랑의 아름다움의 메시지가 스페인 관객들의 마음에도 오롯히 다가간 것 같습니다.

 

탁) 공연 후 스페인 현지인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앞으로 K- 오페라의 진출을 위해 남기고 싶으신 말이 있는지요?

 

임) 이번 공연에서 표를 구하기 위해 마드리드 모뉴멘탈 극장 앞에 늘어선 관객들을 보며 정말 오페라 가사중의 하나인 "세상이 변했어~ 세상이 변했어~"를 실감할수 있었습니다. 또한 극장을 가득 채운 약 1,500여명의 스페인 관객들의 공연 후 보내준 우레와 같은 환호와 기립 박수는 작곡가에게 큰 보람과 환희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특히 임수석 주스페인 한국대사님이 공연에 앞선 인사말을 통해 한국과 스페인은 비슷한 역사와 경험을 가진 쌍둥이 나라라면서 한국오페라를 통한 스페인과의 우호를 강조하면서 공연을 응원해 준 일 등은 앞으로의 해외 진출을 위한 모범사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공연 후 스페인 현지인들이 스페인 어로 “오페라를 보며 정말 즐거웠고 한국의 매력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예술과 문화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독특한 오케스트레이션이 궁금하니 악보 볼 수 있는지” 등 개인적으로 보내온 메시지를 통해 이 오페라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호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한국오페라의 해외공연을 추진하고있는 국립오페라단과 최상호 단장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더욱 많아지고 한국의 오페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 속에 소개되면서 한국 미학의 아름다움과 해학 그리고 한국예술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길 바랍니다.

 

탁) 전체 출연진들의 외국인과 또 그곳 현지에서의 경험이 앞으로 K 오페라의 세계 무대 진출에 진행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작곡가로서도 오페라에 대한 새로운 감회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K 오페라 세계 진출의 시대를 위한 정부와 문체부의 지원이 더욱 절실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