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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경 리뷰] 세계의 소리를 담은 무대, 함부르크 Welt-Klang-Fest에서 한국의 소리를 울리다

세계 소리 축제 (WELT KLANG FEST)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기자 |

[노유경 리뷰]

세계의 소리를 담은 무대, 함부르크 Welt-Klang-Fest에서 한국의 소리를 울리다

세계 소리 축제 (WELT KLANG FEST)

2025년 5월 1일 목요일 14:00-17:00/ 19:00-24:00

장소: 함부르크 국립음악연극대학교 (HfMT Hamburg)

 

함부르크 국립음악연극대학교는 올해 개교 75주년을 맞이했다. 고전 음악 교육기관으로 출발한 이곳은 오늘날 예술적 다양성과 국제적인 교류, 실험적 사운드를 포용하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세계 소리 축제"는 음악을 고정된 형식이 아닌 세대와 문화, 전통 간의 대화로 바라보며,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예술가들과 관객이 함께하는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이날, 고전 음악과 발리의 가믈란, 시리아의 우드, 페루의 바로크음악, 한국의 판소리와 해금 등 다양한 음악 전통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존중과 경청의 연대를 보여주는 밤, 무대와 일상, 소리와 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살아 있는 축제였다. 총장 Prof. Dr. Jan Philipp Sprick의 개회사와 함께 축제의 문이 열렸다.

 

 

주간 프로그램은 (오후 2시부터 5시) 어린이와 가족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할 기회로 구성되었다. 터키의 전통 악기 사즈(Saz), 중국-몽골의 마두금, 베트남의 단바우, 한국의 해금 등 각국의 특색 있는 악기들을 미니 콘서트 형식으로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악기 체험 프로그램 'Suchen 찾고 Hören 듣고 Probieren 체험한다'는 참가자들이 다양한 악기 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연주를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하여, 음악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는 즐거움을 제공했다. 워크숍 프로그램 또한 매우 다채롭게 구성됐다. 인도네시아 가믈란(Gamelan) 앙상블 워크숍은 Steven Tanoto의 지도로 특유의 리듬과 음색을 경험하게 했고, 김보성이 이끈 한국 사물놀이 워크숍은 역동적인 전통 리듬을 직접 익히는 시간을 제공했다. 한국 서예 체험은 (지도: WIENECK Yang Boon)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였으며, 아이들이 직접 본인의 이름을 붓으로 쓸 기회를 제공했다. 

  • 한국 사물놀이 (Mendelssohn-Saal): KIM Bo-Sung 지도
  • 한국 서예: 14:00–17:00 Foyer, WIENECK Yang Boon 지도
  • 한국 동요 배우기: 15:45 (Orchesterstudio)
  • K-Pop 어린이 워크숍: 14:45–15:15 LEE Hyunjin & Letizia Di Marino 지도

 

야간 공연 (19:00–24:00) 축제의 프로그램은 더욱 풍성하고 다양했다. 함부르크 중심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호수아우센알스터 (Außenalster) 바로 옆에 위치한 함부르크 음악대학교는 시민들과 방문객들이 산책, 조깅, 보트 타기 등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는 노동절 날, 한국의 전통 사물놀이의 소리를 오프닝으로 선사했다. 힘차게 열린 축제는 이후 인도네시아의 가믈란이 신비로운 음색과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리듬을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가곡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이주연, 테너 장창욱 그리고 바이올린 송한나, 피아노 Áron Musitz가 함께 어우러져 동양적 서정성을 표현했다. 시리아 출신의 음악가 Ibrahim Kaivo는 우드(Ud) 연주로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며, HfMT 빅밴드와의 협연을 통해 다채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터키의 전통 관악기 네이(Ney) 연주는 명상적인 소리로 공간을 가득 채웠고, 중국과 한국의 가곡 공연에서는 두 나라의 음악적 감성을 조화롭게 연결했다. 페루의 바로크 음악 공연은 남미 특유의 활기와 고전음악의 우아함을 조화롭게 표현하며 이색적인 매력을 선보였다. 월드 퍼커션 앙상블 Hamburg Percussion은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타악기 연주로 관객을 열광케 했으며, 중국의 전통 악기 Guqin 연주는 고전적이며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국의 설치 예술과 가야금 라이브 퍼포먼스는 음악과 시각예술을 융합해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했다.

 

 

터키 민속 합창과 라틴 아메리카의 기타 연주, 이란의 전통 음악 공연은 각국의 민속적 특색과 감성을 잘 드러냈다. 북유럽 민속음악을 선보인 Pabameto Quartett의 연주는 서정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로 관객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한국 전통 해금 독주와 전통악기 설명이 (노유경:쾰른) 있었으며, 타지키스탄의 전통 타악기 Doyra 연주자 Khayrullo Dadoboev의 협연은 독특한 동서양 음악의 만남을 선사했다. 판소리 공연은 소솔이의 매력적인 소리와 김보성의 북장단으로 한국 전통 예술의 진수를 전달했다.

 

 

몽골의 현대 음악 공연과 재즈 공연은 전통을 현대적 방식으로 해석한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보여주었으며, 미국 Morton Feldman의 피아노 작품은 깊이 있고 진지한 연주로 청중의 집중을 끌어냈다.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의 탱고 연주, 브라질 기타 듀오의 공연, 시리아의 우드 연주, 한국의 현대 무용 작품 "The Homeless" 등이 이어지며 늦은 시간까지 관객을 붙잡았다. "세계 소리 축제 (WELT KLANG FEST)"는 함부르크 국립음악연극대학교 개교 75주년을 기념하며 기획된 대규모 행사로, 다양한 국가의 음악을 한자리에 모아 문화적인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오후 성인 대상 프로그램은 국제적인 다양성과 함께 깊이 있는 예술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광범위한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관객들이 모든 공연을 경험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늦은 밤 시간이 될수록 관객의 이동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축제의 또 다른 특징은 함부르크 한인회의 적극적인 참여였다. 함부르크 한인회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걸어온 긴 여정을 돌아보며 뜻깊은 시간을 함께했다. 특히 다문화 교류의 장으로 명성이 높은 함부르크의 '세계소리축제(Klangfest)'에 방미석 현 회장(29대~31대)을 비롯하여 김남훈(26대), 곽용구(27~28대), 그리고 김옥화 총무와 한인회 회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헌신과 노력으로 함께 참여하며, 한국 음악과 문화의 고유한 매력을 알리고 있다. 이들의 리더십과 열정 덕분에 한인회의 세계소리축제 참가는 단순히 음악과 문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목소리와 전통이 만나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순간을 만들어낸다는 데 더욱 깊은 의미를 갖는다. 창립 60주년을 기념하여 함부르크 음대 창립 75주년 축하 행사와 연계하여 개최된 이번 행사는 앞으로도 함부르크 한인회와 더불어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소통과 화합의 가치를 증명하며, 함부르크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풍요로운 도시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더욱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이로써 한인회는 단지 교민 사회의 구심점에 머물지 않고, 한국과 독일, 나아가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이어주는 역사적 경험과 현재의 열정을 바탕으로 교류와 소통의 길을 더욱 넓혀 갈 것이다. 한국 전통 음식을 제공하는 별도의 공간은 하이라이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제에 참여한 관객들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나는 공간으로 모여들어 한인회 회장과 회원들이 직접 만든 산해진미를 맛보았고 축제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번 축제를 기획하고 총괄한 Frank Böhme 교수의 세심한 준비와 헌신적인 노력은 행사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였다. 그의 리더십과 정성은 서로 다른 문화와 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축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함부르크 국립음악연극대학교 총장의 인사말처럼, 이 축제는 단순히 음악이 지닌 아름다움을 넘어 "오늘날 음악은 어떤 소리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으며, 동시에 "우리는 서로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라는 더 깊고 본질적인 물음까지 확장했다. 각국의 음악이 만나 대화하고 공명하며 만들어 낸 이날의 경험은 참가자 모두에게 깊은 울림과 영감을 주었으며, 음악이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는 진정한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주었다.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배우고 나누었던 이날의 축제는 노동절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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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노유경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음악학박사, 쾰른대학교 출강, 해금앙상블(K-Yul) 음악감독, 국제독일교류협회대표,

독일/서울 거주, 

Ynhovon1@uni-koeln.de 

인스타그램: Hangulmanse, kyul-germ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