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그림: 고(故) 김영태 시인의 피아노 스케치
전셋집을 전전긍긍하다 제 집을 사서 문패를 달았을 때의 감격이랄까. 실로 오랜 세월, 아니 오랜 역사를 서양 음악사의 피아노 옷을 입고 살았다. 하늘에 별만큼이나 많은 수많은 명곡들을 내가 칠수 있다니,피아노 아래에서 잠을 자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콩쿠르를 하고 예고를 나오고, 유학에서 석박사를 따고 에꼴노르말 최고위과정을 하고 금의환향했다.
그런데 피아노는 멀었다. 아니 갈수록 미궁에 빠졌다. 죽도록 연습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피아노를 쳤지만,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끊어졌다. 그 끊어진 길에서 나는 펑펑 울었다. 어렸을 때 꿈이 미워졌다. 그리고도 한참 시간이 흘렀다. 아니 세월에 묻혔다. 그래도 피아노를 잊은 것은 아니다. 간간이 들려오는 연주 소식은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 고개를 돌렸다. 손은 굳어 버렸다.
이 땅에 피아노가 들어 오고 100년 가까운 세월, 내년 2025년이 광복 80주년
그런데, 이 무슨 경천지동할 뉴스인가!. 우리 피아노가 생겼다는 것이다. 곡은 오래전에도 있었지만 곁눈질 할틈이 없었다. 한국피아노학회 장혜원 이사장의 창안으로 콘체르티노(소협주곡), 교재가 나오고 이곳 저곳에서 토종 한국 피아노가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비로서 서양 피아노와는 다른 관객 소통이 되었고 감동이 전해졌다.
피아노에 새 땅이 생기고 내 집을 갖는 때가 왔다니 격세지감이다. 나만이 칠수 있고,내가 문패를 달수 있는 창작 소유도 가능하게 되었다. 새 피아노 새 역사가 열리는 순간이다. K클래식 88 피아노가 나를 부른다. '88건반에서 88하게 살라!'고 잠을 깨운다. 용기를 내어 손을 풀고 다시 옷 매무세를 가다듬는다. 이번엔 드레스가 아니라 고운 한복이다.
K클래식 in 화성 콘서트 (주최: 화성 피아노소사이어티, 신사임 대표)
예술가의 해방은 자기만의 개성과 자유
이처럼 광복 80주년을 맞는 예술가의 해석은 달라야 한다. 나의 정체성과 우리 문화로 경쟁력을 갖는 새 패러다임의 K콘텐츠에서 진정한 자유와 해방감을 맞보는 것이다. K-POP, BTS 아이들이 깔아 놓은 길을 따라 내가 간다.
처음 피아노를 쳤을 그때처럼 가슴이 설레인다. 너도 뛰고 나도 뛰는 행렬에서 우리를 발견한다. 88 피아노의 새벽길을 나서는 마음에서 나의 인생이 바뀔 것만 같다. 88 건반에서 88세까지 피아노를 치자. 의무적인 대학 제출용 프로그램이나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그냥 피아노로 즐기는 피아노로 전환하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아리랑, 상주 모심기 변주곡은 가는곳 마다 관객 천지가 아니겠는가. 이 참에 장구도, 국악도 배워 맛있게 쳐야겠다.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본 그 꽃'이 맞다. 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앞장설 수도 있는 새 시장이 열리겠구나! 삶의 의욕이 88 살아나는 얼씨구 피아노 한마당일쎄! 판을 바꾸니 모든 게 바뀌는구나. 이번엔 브라보 대신 얼쑤다~!!
권수정, 이화경 듀오 아리랑 환타지 (세계 평화의 주춧돌 6.25 음악회 , 매헌기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