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여근하의 콘서트 기행] 순천국제 가곡제에 다녀와서

너무나 정성스럽게 가꾼 천혜의 환경, 예술가에겐 영감의 원천

K-Classic News 여근하 바이올리니스트 |

 


          역사를 노래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와 이세호  피아니스트 

 

순천에는 한국가곡예술마을이 있다. 여러 유명한 음악가들에게 들어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기악을 하는 필자는 가볼 기회가 없었다.올 초에 <독립>이라는 주제로 피아노와 여러 국악기와 함께 우리나라 이야기를 담은 역사적인 곡들을 앨범으로 출시했는데 우리 가곡을 연주 해주면 좋겠다는 관장님의 말씀에 우리 가곡들과 이번에 독립 앨범에 담은 몇곡을 함께 연주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짜보았다.

 

순천에는 몇 번 갔었지만 매번 길이 멀어 운전할 생각은 못하고 이번에도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려 했는데 지도를 찾아보니 기차역이나 버스정류소에서도 40분이나 북쪽으로 더 가야 하기에 고민을 했는데 마침 함께 연주하는 이세호 피아니스트가 전주에서 차로 출발한다기에 전주에서 만나 한국가곡예술마을로 향했다. 

 

우리나라는 곳곳에 산이 많아 참 경관이 아름다운데 한국가곡예술마을로 가는 길은 산도 하늘도 너무 아름다워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고속도로를 나와 “고산로“에 진입하니 이제는 정말 시골 산길이다. 중간중간 갈림길에서 방향을 못잡아 헤메긴 했지만 그 마저도 아름다운 눈앞의 풍경에 불평보다 설레임이 앞섰다. 

 

홀딱 반하게 한 경치에 악기도 놓쳐 

 

드디어 한국가곡예술마을 도착! 이종례 실장이 버선발로 나오셔서 우리를 맞아주었고 처음으로 발을 디딘곳은 기분도 설레는 “이종례길” 이었다. 장인이 한땀 한땀 작품을 만들 듯 460고지에 위치한 한국가곡예술마을은 장은훈 대표의 손길이 하나하나 깃들어 있는 곳이었다. 구석구석 아름다움에 감탄을 한 나머지 리허설을 하려는데 악기를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찾아보니 차에서 꺼내지도 않고 경치와 건물과 연주홀을 구경한 ,,, 어딜가도 손에 악기를 놓지 않는 사람인데 정말 그 곳에 홀딱 반했던 것이다. 

 

해발 460고지 승주읍에 있는 한국가곡예술마을과 주민들 

 

대표님 본인이 성악가이고, 또 서울에서 20여년 연주홀을 운영했던 노하우로 만들어진 대표님과 실장님의 작품은 정말 놀라웠고 과연 순천의 명소, 아니 세계적으로 널리 알릴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연주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너무 멀리, 높이 있어서 과연 관객은 몇 명이나 올까 라며 은근 걱정을 했는데 무대에 들어서니 홀이 꽉차게 관객들이 앉아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멋진 공연들을 해내셨기에 소문이 전국 곳곳으로 나서 동네 분들 뿐 아니라 정말 멀리서 오신분들도 많았나싶었다. 

 

창작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관객에 감사 

 

필자가 서울시홍보대사를 역임할 때 만들었던 바이올린 솔로곡 “Amazing 아리랑“을 시작으로 이수인 - 내맘의 강물, 오병희 – 반달, 안정준 – 아리아리랑, 채동선 – 고향, 이지은 – 소녀 유관순의 기도, 성용원 – 눈감고 간다, 김동진 – 진달래 꽃, 이재신 – 바람의 노래, 민경찬 – 무궁화를 연주하는데 곡마다 너무 크게 그리고 길게 박수를 치셔서 그 다음 말을 꺼내기도 힘들 정도였다.

 

창작곡들은 우리나라 이야기와 역사를 담은 곡들이고 가곡들은 워낙 유명하고 사랑받는 곡들이어서 더욱 공감하기가 쉬웠을 터,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밝은 미래를 음악에 담아 서로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앵콜 요청이 나와 타이스의 명상곡을 연주했는데 다음 앵콜로 무궁화를 연주해달라는 요청에 우리는 신나게 무궁화를 연주했고 후반에는 모두의 박수로 함께 노래하며 음악회를 마쳤다. 

 

연주 후에는 모두가 둘러앉아 차와 떡과 과일을 나눠 먹으며 연주에 대한 감상을 나누기에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가곡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구나, 그동안 이 곳이 한국 가곡 지킴에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었구나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기술의 연주가 시대에서 창작 시대가 오고 있다 

 

기술의 연주가 시대에서 창작의 작곡가 시대로 전환하는 K 콘텐츠의 세상이 열렸다고 탁계석 K클래식위원회 회장은 말한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가곡들이 더 이상 불려지지 않고 소멸되는 현실에 안타깝던 차에 한국가곡예술마을이 있음에 감사하고 우리 가곡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자, 이제 우리의 것 - K클래식을 알리러 세계로 나가자! 

 

이종례 관장, 여근하 바이올리니스트, 이세호 피아니스트, 훈파 정은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