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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섭 詩 칼럼] 즐거운 편지 - 황동규

A Better Me
꿈은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내 그대를 생각함은


K-Classic News 원종섭  문화심리학 기자 |

 

 

 

 

 

즐거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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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 첫 시집  『어떤 개인 날』에 수록

 

 

 

 

 

푸른 빛이 돋아나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아름다운 글귀를 하나 품읍시다

내 마음의 신념이 되니까요

 

 

 

시인이 고등학교 3학년인 18세 때 쓴 시입니다

연상의 여인을 향한 연애편지 입니다

 

 

황동규의 아버지는

<소나기> 로 유명한  소설가 황순원 입니다

시인의 딸 황시내도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3대에 걸친  보기드문 문인 집안입니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노을입니까"

 "내 볼에 그리고 당신 볼에 잠뿍 피어진 그 노을 말입니다."

 

황동규가 서대문 중학교 3년 때  쓴시 <망부석 >의  한 줄입니다

까까머리 중3답지 않게  감성이 풍부하고 어조가 단아합니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과   <편지>에서

이 시가 낭송이 되어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원제목도

<즐거운 편지>였습니다.

 

 

 

 

 

 

사랑보다 , 돈이면 귀신도 부리는 세상

이제 우리는 홀로 자유롭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고독역량을 강화해야  할까요

 

 

외로움도 긍정할 수 있는 삶을 지향해야  할까요

 

 

자아가 세상에 마모되지 않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우리 이번생은 틀렸나요

하지만 이왕 태어난 김에 열심 살아갑시다

 

 

 

 

황동규  黃東奎

1938. 4. 9.  평안남도 숙천군에서 태어난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영문학자, 대학교수입니다.  소설가 황순원(黃順元·1915~2000)의 장남입니다.  1946년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월남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 영문과 및 동 대학원을 나왔습니다. 1958년 《현대문학》에 시 〈10월〉,〈동백나무〉,〈즐거운 편지〉 등을 추천받아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1968년 현대문학신인상, 1980년 한국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황동규의 시는 전통적인 한국 서정시의 강한 편향성과 서정성에서 벗어나 1950년대 이후의 현대시사 위에 독자적인 맥락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며 독특한 양식적인 특성과 기법으로 인해 현대시의 방법적, 인식적 지평을 확대해 놓았다는 점에서 동시대 비평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평가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즐거운 편지>, <풍장>, <삼남에 내리는 눈> 등이 있습니다.

 

 

 

 

당신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뜻밖의 능력자 입니다.

 

 

 

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 예술평론가 /  교육학 박사 /  길위의 인문학자

 

 

시를 읽으면 상처도 꽃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