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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경 리뷰]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재학생, 졸업생, 교수팀의 독일 “예술 한류 프로젝트”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2022년 10월 15일부터 22일까지 

 

 

독일 북서부에 위치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은 (Nordrhein-Westfalen) 독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이다. 석탄과 철이 풍부하여 공업이 발달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는 라인강의 기적에 이바지하였다. 한국이 가난하던 시절, 1963년부터 1977년까지 이곳 루르 지방에는 (Ruhrgebiet) 8000여 명의 파독 광부들이 파견되어 한국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2022년 가을이 시작되는 10월 뒤셀도르프 (Duesseldorf) 라인 강변에 서 있는 로버트 슈만홀에서 (Robert-Schumann-Saal) 한국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10월 15일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본 분관 총영사 허승재의 오프닝 인사로 전통음악과 춤 공연이 개최: 로버트슈만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 있는 뒤셀도르프 (Duesseldorf), 쾰른 (Koeln) 그리고 에센 (Essen), 세 도시의 10월 속에 한국예술종합대학교의 (이하 한예종) 교수팀과 졸업생, 재학생은 종횡무진하며 독일인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머리가 아는 것 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했던 작곡가 슈만의 도시, 뒤셀도르프는 슈만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빼놓지 않고 둘러보는 음악인의 도시이다.

 

로버트 슈만의 이름으로 명명하는 홀, 로버트 슈만 홀은 독일 건축가이며 건축 사상가인 오스발트 마티아스 웅거스의 (Oswald Mathias Ungers) 작품이다. 독일의 글로벌 건축가 웅거스는 쾰른의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 프랑크푸르트 의사당, 그리고 베를린 국립박물관 등을 건축했다. 사각형 주의 건축의 이론답게 로버트 슈만 홀의 반듯한 직선 내부 장식이 돋보이는 이곳에서 2022년 10월 15일 오후 6시,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본 분관 총영사 허승재의 오프닝 인사로 전통음악과 춤 공연이 개최되었다. 홀을 가득 채운 교포와 독일인들은 규칙과 절제 그리고 자유와 열정을 음악과 춤으로 선사한 한국에서 온 예술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뒤셀도르프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30분가량 달려가면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에서 최대 도시인 쾰른에 도착한다. 척추처럼 도시 쾰른을 지나가는 라인강 강가에는 관광객의 여행 스팟인 쾰른 대성당이 서 있다. 4,900명 학생이 등록되고 63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학교 중의 하나인 쾰른 대학교 음악홀과 (Musiksaal) 강당에서 (Aula) 한예종팀은 워크숍과 공연을 하였다. 10월 18일 음악홀에서 한예종 원장 임준희 교수와 진윤경 교수는 한국 전통 악기와 역사, 작품에 관하여 워크숍을 개회했다. 쾰른대학교 (Universitaet zu Koeln) 노유경 박사의 강의와 협업하여 이루어진 워크숍은 한국 전통 악기와 음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의 질문과 대답으로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한국 전통 악기„피리“의 이해와 한국 전통 악기의 창작 활용법은 1부와 2부로 편성되었다. 피리 연주와 함께 이해 하기 쉽게 설명한 진윤경 교수의 강의와 연주는 즉흥으로 이루어진 한예종 무용과 이소정 교수의 한국 춤과 어우러져, 학생들은 핸디를 꺼내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등 화기애애하고 친근하게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1부에서 보여준 실습적인 내용에서 한 발자국 들어가 2부에서는 임준희 작곡가의 작곡기법을 살펴보았다. „대금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혼불 7-조우“와 오페라 „천생연분“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두 곡은 각각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동서양 악기 음색의 모방 또는 입양이 아닌 오히려 그 반대의 개념으로 악기 각각의 고유성에 방점을 두어, 그들의 조합과 융합에 포커스를 맞춘 작곡가의 내면적 음악 세계에 쾰른 대학교 학생들은 귀 기울였다. 서양 오케스트라와 국악기 (대금, 해금, 피리, 가야금, 거문고, 태평소, 장구, 꽹과리)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통해 한국적인 독특한 색채에 관하여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워크숍 쾰른 대학교 음악홀 Musiksaal, 진윤경, 노유경 

 

워크숍을 이어 다음 날, 10월 19일 저녁 8시에 한예종 팀은 쾰른 대학 강당에서  „Korean Music & Dance K’arts Night“ 라는 모토를 가지고 공연했다. 음악과 춤은 베도 비단도 될 법한 날실과 씨실의 교차처럼 무대를 반복했다. 오프닝으로 춘앵전을 춘 박은영 교수는 유장하고 긴 선율인 상령산 풀이를 반주한 진윤경 교수의 멜로디를 호흡했다. 한없이 느리지만 우아하고 시적인 춘앵전은 가을을 알리는 꾀꼬리가 되어 절제적 독무를 과시했다.  

 

지영희류 해금산조를 연주한 정수년 교수와 장고 반주 변혜경은 강당에 가득한 관중들을 소리의 세계로 데려갔다. 어두워진 무대는 언덕도 산도 없는 끝없는 지평선 같다. 정수년의 해금 멜로디는 막힘 없고 거침없이 울고 웃었다. 섬세하고 굴곡이 많은 지영희류 해금 산조는 무속 음악 가락을 바탕을 두지만 마치 바이올린의 단조 선율이 교차하면서 동양과 서양의 감성을 동시에 자아낸다.

 

이소정 교수를 중심으로 김민주.신유빈.변서연.황창련은 무대 뒤가 아닌 앞쪽에서 입장하며 소고와 움직임과 아름다운 한복을 선물 세트처럼 보여준다. 소고춤의 등장과 함께 강당은 흥분했다. 청중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운동 경기에서 소고를 두드리는 것을 티브이에서 본 적도 있겠다. 장단에 맞춰 절도있게 그리고 날렵하게 움직이는 동작과 기교는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8분 40초의 소고춤은 일촌광음이었다.

 

유영주 교수의 거문고 연주 „달무리“는 3악장으로 되어있다. 1악장 „달빛“ 2악장 „달맞이“ 그리고 3악장 „달무리“는 달의 환희와 신비로움을 표현하는 거문고 독주로 사랑받는 곡이다. 서글프고 아련한 가락과 멜로디는 그리움과 연민을 자아내고, 조금 활기차게 음색이 달라진 2악장, 그리고 곧이어 절정으로 치솟는 3악장으로 향해가면서 „전통이란 이런것이다“라고 알렸다.  

 

작곡가 임준희의 작품 피리와 타악기를 위한 Ritual Dance I는 탈, 마스크라는 소제목이 있다. 피리 솔로 진윤경과 타악 반주 함동우는 피리 솔로의 최경지를 자아냈다. 전날 워크숍을 통해 학생들은 이미 전통 악기 피리에 관하여 경험하고 배웠다. 작은 몸통에서 나오는 믿기지 않는 통큰 소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전통 탈춤과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썼던 마스크를 키워드로 풍자와 갈등, 그리고 가면에 관한 철학을 얇은 대나무에 담았다. 피리라는 악기를 다시금 인지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촘촘하지 않은 대나무로 촘촘한 음을 자아낸다. 강당의 공명을100퍼센트 인식했다. 익명성의 가면은 벗겨지고 피리의 굿장단은 종교의식의 해탈을 선언했다. 

 

 

박은영 교수는 살풀이춤을 추었다. 한과 애가 담겨지고 그 액을 푸는 살풀이춤은 슬픔을 승화하려는 내적 의지를 보여준다. 인간의 감정을 극히 흥분시킬 필요가 없다. 고즈넉하게 풀어내는 발걸음과 춤사위는 끈끈한 인내와 넋을 달래주는 듯하다.


이귀숙 작곡가의 아쟁 시나위 „하마비“가 세계 초연되었다. 작품 제목 „하마비“는 „이 석비 앞으로 지나갈 때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타고 가던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의미의 표석이다.“ 아쟁은 최혜림, 이은지가 연주하고 타악기는 함동우, 변혜경이 연주했다. 무속에서 사용되는 즉흥적인 기악 합주인 시나위는 기악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예술 형태를 지칭할 수도 있다. 3소박 4박자로 살풀이가 중심이 되는 남도 시나위를 기반하여 중모리, 중중모리 그리고 굿거리는 다채롭게 화답하며 물고 나오거나, 겹치거나 동시에 나오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전통적과 현대적을 융합하고 발전했다. 현악기 가운데 가장 좁은 음역을 가진 저음 악기인 아쟁 두개는 기존 상식을 벗어나 넓은 음역에서 삶의 기질을 표출했다. 악기 4개는 평등하게 흘러갔다. 전통 음악 안에서 타악기가 솔로가 아닌 다른 악기와 함께 연주할 경우 주로 반주를 담당하는데, 해금 두  개와 타악기 두 개는 서양 음악 4중주 콰르텟을 연상했다. 선율 중심의 전통적 맥락과 화성을 각인하여 멜로디의 진행 폭이 넓고 다채롭다.

 

마지막 선을 보인 태평무 역시 이소정을 중심으로 김민주, 신유빈, 변서연, 황창련의 고운 발걸음으로 시작된다. 사회를 맡은 노유경은 관중을 향해 태평무를 설명했다. „태평무는 국가의 평안을 위해 추었던 한국 전통 무용이다. 한국과 독일의 평안을 위해 한예종 팀은 춤을 춘다. 그리고 오랜 전쟁으로 겪는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추는 태평무이다“ 유난히 수가 많고 아름다운 태평무 활옷과 금박의 도투락댕기는 왕비의 옷이다. 왕비옷을 입은 한예종 무용팀의 태평무는 작은 못짓 하나하나에도 즉흥이란 것이 없다. 화려함과 절제, 이렇게 상반되는 몸짓을 흐트러짐 없이 완성하였다. 강당의 지붕이 열렸다. 집중에서 풀려난 청중은 쥐가 났던 몸을 풀었다.

 


쾰른 대학교 공연 후 커튼콜 

 

쾰른에서 다시 북쪽으로 약 한 시간을 올라가면 (약75 km) 철강 석탄 산업의 도시로서 루르 지방에 속하는 도시 에센에 도착한다. 1927년에 설립된 에센 폴크방 국립 음대는 한국 유학생들이 많이 공부한다. 폴크방 국립음대  귄터 슈타인케 교수와 한예종 전통원 임준희 원장의 교류와 학교 간의 협업으로 워크숍과 (10월 21일) 음악회가 (10월 22일) 개최되었다. 뒤셀도르프와 쾰른 프로그램과 달리 작곡과 학생 음악회와 교수음악회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작곡가 유숭산의 작품 „휘“ 와 한지나의 „옥적“이 발표 되고 기존 연주자들과 대금 주자 강성우, 가야금 주자 조은솔이 합류되어 연주되었다.

10월 22일, 폴크방 국립음대  귄터 슈타인케 교수와 한예종 전통원 임준희 원장

 

마지막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원장 임준희의 쾰른 대학 공연 인사말을 인용한다.

 

„독일 현지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느끼고 오늘날 재해석된 현대의 전통에 대해 전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글 음악평론가, 음악학박사 노유경 ynhovon1@uni-koeln.de